[트렌드+] “진짜 어른 된 기분”…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인기

이지현 기자 2023. 8. 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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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사진=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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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아이스크림을 아시나요?

액체질소에 아이스크림 원액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순식간에 얼린 아이스크림입니다. 얼어붙은 원액이 동글동글한 구슬처럼 생겨 '구슬 아이스크림'이라고 불리죠. 어떤 원액을 넣느냐에 따라 맛도 색도 모두 다릅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한 미생물학자가 발명한 이 구슬 아이스크림은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 일반 아이스크림처럼 자주 사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파는 곳도 적었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구슬 아이스크림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구슬 아이스크림 전문 가게도 지역마다 여럿 생길 정도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지 20년도 더 된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추억의 아이스크림…원하는 만큼 먹을 때 어른 된 기분”



최근 구슬 아이스크림 유행은 서울 강남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작됐습니다.

보통 작은 컵에 담아 팔던 구슬 아이스크림을 이곳에서는 사이즈가 다양한 커피 컵에 담아 '대용량'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구슬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사이즈의 아이스크림. 〈사진=이지현 기자〉
그런데 올해 초 한 인플루언서가 이 가게를 다녀간 뒤, SNS에 인증샷을 올린 게 화제가 됐습니다.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먹었던 구슬 아이스크림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 겁니다.

가게 매니저 서 모 씨는 “손님 대부분은 어릴 때 구슬 아이스크림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있는 2030 세대”라면서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너무 설레하면서 방방 뛰는 손님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초 한창 화제가 됐을 땐 가게 밖으로 줄이 정말 길게 늘어섰었다”며 “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손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가게 앞에서 만난 손연주(29) 씨는 “어릴 때 놀이공원에 가면 부모님께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맛도 있고 옛날 생각도 나서 근처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종종 사 먹는다”고 했습니다.

'대용량'으로 아이스크림을 판 것도 화제를 모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 구슬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가장 큰 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은 가격이 1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20대 송 모 씨는 “구슬 아이스크림은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가격이 항상 비쌌다”면서 “엄마를 졸라서 어쩌다 한 번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건데, 이제는 내 돈 주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먹고 싶은 걸 원 없이 사 먹을 수 있을 때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어른의 플렉스'…“소소한 자기만족 추구하는 MZ 특징”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어른의 플렉스(FLEX·돈을 쓰며 과시한다는 뜻)'라는 제목의 게시글들이 종종 올라옵니다.

어릴 때 마음껏 소비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제력을 갖춘 어른이 돼 원하는 만큼 소비하고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슬 아이스크림도 대표적인 '어른의 플렉스'의 예죠.

몇 달 전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대용량 우유에 코코아 분말을 한꺼번에 타 먹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대용량 우유에 원하는 만큼 코코아분말을 타 먹었다는 글에 '이게 플렉스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사진=직장인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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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는 '어른이다', '이게 플렉스다', '어렸을 때 상상만 해본 것', '내가 바라던 어른의 삶'이라는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이외에도 어린이 영양제를 큰 통으로 사다 놓고 원하는 만큼 먹거나, 비싼 레고와 장난감 등을 수집하는 '키덜트 문화'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이런 소비 성향이 2030, MZ세대의 특징이라고 말합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MZ세대보다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어렸을 때 못 가져본 것에 대해 과하게 소비하는 특성을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기성세대는 경제성장과 압축성장을 경험하면서 본인이 노력하면 경제적 풍요를 누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MZ세대는 자기만족과 보상심리가 큰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전 세대와 비교하면 계층 이동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며 “큰 욕구를 채울 수 없는 대신, 소소하게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것들을 훨씬 적극적으로 찾아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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