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테이블 돌더니 '뉴스룸펍'… 언론인 커뮤니티 프레스 클럽 이렇게 생겼다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윤유경 기자 2023. 8. 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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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08)] 미국 위스콘신주 지역언론 밀워키저널센티널 옆에 위치한 '뉴스룸펍'
밀워키 프레스 클럽 언론인들이 마련한 공간, 뉴스룸 역사로 채워져

[미디어오늘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윤유경 기자]

편집자주 : 지역언론과 관련해 떠오르는 키워드는 생존과 고립이다. 지역언론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아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목을 매는 수익구조, 그로 인해 권력 감시 역할이 부재하고 관언유착으로까지 나아간다.

악순환의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지역민의 커뮤니티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지역의 다양성 구현도 실현 불가능하다. 지역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죽어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다.

국내 성공모델이 있긴 하지만 수십 년째 지역언론은 생존이 화두일 정도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뉴스 사막화'라는 이름으로 지역언론은 지리멸렬하다. 위기 속 살아남은 매체의 공통 키워드는 지역민과의 연대다. 결국 지역민과 함께 어떻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미디어오늘은 미국 현지를 찾아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었다. 명쾌한 해법이 아닐지라도 고군분투 중인 지역언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주문을 외우고 춤을 추세요!”

지난 5월18일 낮, 밀워키저널센티널(Milwaukee Journal Sentinel) 기자들이 점심을 먹자며 데려간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방 한 켠에 앉아있던 노인이 말했다. 수없이 경험해봤다는 미소를 띄며 본지 기자를 바라보는 美 기자들을 뒤로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빙글빙글 돌고 손을 흔들며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뭐라고 주문을 외웠는 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얼떨결에 주문을 따라했다. 노인은 방긋 웃어보이며 식당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다.

▲ 식당 입구에 있었던 비밀의 방을 녹화하고있는 화면. 비밀의 방에서 춤을 춘 후 식당에 입장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길을 따라 가자, 평범한 검붉은 조명의 펍 레스토랑이 나왔다. 종업원은 기자들과 친근하게 인사한 후 네 명이 앉기엔 턱없이 좁아 보이는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는 좁고 조명도 없어 어두웠다. '넓은 자리 많은데 우리 넷은 왜 여기에 앉은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아닌척 기자들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이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이블이 한 바퀴 돌더니, 갑자기 시야가 밝아졌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뉴스룸펍(Newsroom Pub)'이라는 팻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이곳은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갈색 계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작은 박물관이었다. 목공예품과 유리공예, 갈색 벽돌로 쌓인 벽난로가 눈에 띄었다. 벽 위에 놓인 지지직거리는 화면에는 우리가 춤을 췄던 암실 공간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 뉴스룸펍 간판. 사진=윤유경 기자.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시내 한 가운데, 밀워키저널센티널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뉴스룸펍은 밀워키 언론인들의 커뮤니티 '밀워키 프레스 클럽'(The Milwaukee Press Club)에서 마련한 식당이자 술집이다. '세이프 하우스' 식당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언론인들의 멤버십 조직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1885년부터 프레스클럽의 본사 공간을 계속 이전하다가, 2000년 5월 현재의 '뉴스룸펍' 위치에 정착했다.

▲ 뉴스룸펍 공간. 사진=윤유경 기자.
▲뉴스룸펍 공간. 사진=윤유경 기자.

벽에는 1885년 프레스 클럽의 설립부터의 역사로 가득차있었다. 옛날 신문 지면부터 사진, 역대 대통령 등을 포함한 유명한 정치인들, 코미디언, 언론인, 스포츠 선수들의 사인이 액자에 담겨 벽을 가득 매우고 있다. 족히 300개는 되어보였다. 유명인들이 나무벽에 서명한 것을 클럽 회원들이 잘라내 보관하다가, 매트 보드에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1200개가 넘는 서명 모음은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의 도시 기록보관소에 기증되었고, 일부를 대여해 뉴스룸펍에 전시하고 있다. 공간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한다.

▲ 뉴스룸펍 벽을 가득 채운 유명인들의 사인. 사진=윤유경 기자.
▲ 뉴스룸펍 벽을 가득 채운 유명인들의 사인. 사진=윤유경 기자.

기자 짐(Jim Nelson)은 금속판을 꺼내 보여줬다. 밀워키저널센티널 신문의 마지막 금속판으로 1976년 판이었다. 수천 개의 퍼즐 조각들이 이어져있었다. 짐은 금속판을 마지막으로 만든 사람이 사망한 뒤, 가족들이 금속판을 프레스클럽에 기증했다고 말했다. 신문의 머리기사는 <고등법원, 후보 자금 입찰 거부(high court rejects candidate funds bid)>였다.

▲ 1976년 밀워키저널센티널의 마지막 금속판. 사진=윤유경 기자.

뉴스룸 펍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자리로 돌아가 메뉴를 골랐다. 치즈 커드 튀김, 나쵸와 그릴드 치킨 샌드위치, 아메리칸치즈버거와 감자튀김, 메뉴는 다른 식당과 비슷했다. 점심을 먹으며 1시간 가량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뉴스룸펍은 언론인들이 만들어놓은 작은 공간에 모여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미국 지역언론 기획취재팀 윤수현·윤유경·박재령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자문=유재성 (Joseph Yoo, Assistant Professor,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Science, The University of Wisconsin-Green Bay)

<미국 뉴스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은 6주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① 현실로 다가온 지역언론 위기와 뉴스 사막화

② 뉴스 사막화 속 지역신문과 멀어진 위스콘신 주민들

③ 130년 신문 폐간된 텍사스 발베르데, 사막화 극복 방법은

④ 위스콘신 지역언론이 뉴스 사막화에 대응하는 방법

⑤ 지역언론 위기에 확장으로 대응하는 '커뮤니티 임팩트'

⑥ 미국 지역언론 소멸 극복 방법, 한국에 대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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