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대출받아도 보증금 못 돌려주는 임대인 8만8000명"

정영희 기자 2023. 8.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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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은행의 '주택시장 관련 주요 금융안정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산의 80%가량을 주택 등 실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택 가구의 특성 상 집값 하락이 가구당 자산 현황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며 전세 시장에서의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역전세'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사진=뉴스1
기준금리 인상을 원인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집값이 크게 떨어지며 임대인이 임차인과 최초 전세계약을 체결할 당시 받았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이다. 전체 임대인 중 최대 7.6%가 대출을 활용해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은행의 '주택시장 관련 주요 금융안정 리스크 점검'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에는 집값 상승기인 2021년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의 계약 만료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나 대다수의 집주인이 대출 상품을 활용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택시장 가격과 거래량 측면에서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등으로 부진의 정도가 다소 완화됐으나 고금리와 실물 경기 위축에 따라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와 전세보증금이 떨어지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줄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느려질 수 있지만 반대로 대출 상환과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압력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한국 가구는 전체 자산의 약 78%를 주택 등 실물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조정될 경우 보유 자산 규모가 줄며 가계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확률이 높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 최근 가구당 자산 변화를 추정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집값 변동으로 가구별 평균 순자산은 2021년 말 4억4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억9000원으로 약 5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대비 부채 비율(DTA)이 100%를 상회하고 원리금상환부담(DSR)도 40% 이상으로 상환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류되는 고위험가구도 2.7%에서 5.0%로 늘었다.

가지고 있는 집을 전세 놓은 가구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 축소에 더해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반환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전세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아파트의 단위면적(㎡)별 중위 전세가격은 올해 1분기, 전국 기준 361만6000원으로 고점에 달했던 2021년 4분기(414만원) 대비 1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소형 이하보다 중소형(전용면적 60~85㎡) 이상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률이 더 높았다.

같은 기간 소형 이하 아파트의 경우 고점 대비 전세가격 하락폭이 5.4%(425만3000원→402만1000원)에 그쳤으나 중소형·대형 이상 아파트는 각각 15.7%(418만7000원→353만원), 13.0%(454만3000원→395만2000원) 떨어졌다. 지난해 말 이후 중소형 이상 규모에서 중위 전세가격이 2년전 가격을 하회하면서 임대 가구들이 신규 전세보증금만으로는 기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졌으며, 이는 임차 가구 입장에서 만기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전세가격 하락에 더해 전세 주거수요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임대 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국토교통부의 전국 아파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모든 규모의 주택에서 전세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세 전환이 용이한 초소형 주택(-22.2%)과 전세보증금 조달 규모가 큰 대형 주택(-23.3%)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향후 전세가격이 실거래가 지수 기준 고점(2022년 6월) 기준 약 14% 하락한 지난 3월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전세 임대 가구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연간 24조2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 기간 중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전세보증금(288조8000억원)의 약 8.4% 수준이다.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낮았던 지난해 4분기부터 보증금 반환 규모가 처음 양수로 전환된 이후 올해 4분기까지 증가하다 이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전세가가 높고 거래량이 많은 수도권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이 더 컸다.

하지만 보유 자산 규모와 차입능력 등을 감안할 때 임대 가구의 전반적인 보증금 반환 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상황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평가다.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활용해 가구의 보증금 반환능력을 시뮬레이션 했더니 올해 말 전세가격이 지난 3월 대비 10∼20% 하락하더라도 전체 전세 임대 가구(116만7000가구)의 다수가 보유 금융자산과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은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에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의 비중은 약 4.1∼7.6%(4만8000~8만8000가구)일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반환 자금의 부족은 임대 가구의 부채 증가와 순자산 축소로, 임차 가구 입장에선 보증금 손실 가능성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세 사기 피해자 등에 대한 대책과는 별개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방안 마련 등의 대책을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주택가격이 질서있게 조정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전세대출 수요 둔화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점진적 축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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