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고강도 검열도 교묘히 통과… 中 마음 파고든 현실 풍자곡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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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0여년 만에 컴백한 중견 가수 다오랑(刀郎·52)의 신곡 '나찰해시(羅剎海市)'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거짓투성이 나찰국의 모습에서 능력, 인품 모두 떨어지지만 아첨과 파벌로 고위직을 꿰차는 직장 내 모습 등 망가진 중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 비판은 중국 내에서 철저히 금기시되고 있지만, 나찰해시는 중국 당국의 고강도 검열을 교묘하게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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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견 가수 다오랑의 신곡 ‘나찰해시’
지난달 발표 이후 조회수 100억회 돌파
가요계·사회 등 풍자 대상 해석 제각각
美 비판으로도 읽혀 고강도 검열 피해

중국에서 10여년 만에 컴백한 중견 가수 다오랑(刀郎·52)의 신곡 ‘나찰해시(羅剎海市)’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한 리듬, 옛 민요풍의 곡조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과 거리가 있지만, 지난달 19일 발표한 이후 12일 현재까지 100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중국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찰해시의 인기 비결은 가사에 있다. 노래 제목은 청나라 소설가 포송령의 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 중 나찰해시라는 단편에서 따온 것이다. 가사는 소설 속 주인공 마기(馬驥)가 폭풍을 만나 도착한 나찰국이 배경이다. 이곳은 흑백이 뒤바뀐 나라로, 성품이 못되고 외모가 못날수록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 잘생긴 마기는 얼굴에 석탄을 칠하고 더러운 분장을 한 뒤에야 나찰국에서 대접을 받는다.

중국 중견가수 다오랑(刀郎)이 지난달 발표한 노래 ‘나찰해시(羅剎海市)’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두 캡처

다오랑 개인의 족적을 고려하면 나찰해시는 중국 가요계 거물을 향한 풍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오랑은 2004년 ‘2002년의 첫눈’이란 앨범을 성공시키며 스타가 됐다. 그러나 당시 중국 본토 가요계의 거물이었던 왕펑(汪峰)과 양쿤(杨坤), 나잉(那英), 가오샤오쑹(高晓松) 4인방은 “다오랑 열풍은 음악계가 슬퍼해야 할 일”, “다오랑 노래가 음악인가”, “다오랑 앨범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결국 다오랑은 이들의 비난에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나찰해시가 중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꼬집었다는 해석에 보다 무게를 싣고 있다. “붉은 날개와 검은 깃털, 푸른 닭 볏에 발에는 금테 두른 닭. 하지만 석탄 칠한 알에서 태어난 것들은 본디 시커멓다. 아무리 씻어도 더러울 뿐”이라는 가사가 대표적이다. 거짓투성이 나찰국의 모습에서 능력, 인품 모두 떨어지지만 아첨과 파벌로 고위직을 꿰차는 직장 내 모습 등 망가진 중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 비판은 중국 내에서 철저히 금기시되고 있지만, 나찰해시는 중국 당국의 고강도 검열을 교묘하게 통과했다.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사 중에는 “그 마호(馬戶)는 자기가 당나귀(馿)인지 모른다. 그 우조(又鳥)는 자기가 닭(鸡)인지 모른다.”는 부분이 있다. 당나귀는 미국 집권 민주당의 마스코트이고, 닭은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를 비틀어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노래는 “마호와 우조는 우리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끝나는데, 이 부분도 “미국이 문제”라는 중국 측 주장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각종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다오랑은 가사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대중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는 문화 콘텐츠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문화여유부는 가사에 ‘해로운 내용’이 담긴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고, 이를 전국의 노래방에서 부를 수 없도록 한 바 있다. 여기서 해로운 내용이란 도박, 폭력, 마약 등을 비롯해 국가의 통일과 주권, 영토 보전을 해치거나 민족의 단결에 방해가 되는 내용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규탄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중국 당국은 대대적인 검열에 나섰다. 당시 백지 시위 영상은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 더우인(틱톡) 등에서 모두 삭제됐다. 당시 ‘백지’를 검색하면 A4용지 소개가 나왔다. 이에 중국인들은 검열을 우회하기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지칭할 때 ‘바나나껍질’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시진핑과 바나나껍질의 병음(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 표기)가 각각 ‘XiJinPing’ ‘XiangJiaoPi’이어서 머리글자가 ‘XJP’로 같은 데서 착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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