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입보이~" 떼창에 선선한 날씨까지…잼버리 대원들 "모든 게 추억"[르포]
4만5000여명의 함성에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들썩였다. 11일 저녁 7시부터 전 세계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의 열기와 함께 시작됐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K-팝 라이브'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특히 이날 공연을 총괄기획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잼버리의 피날레를 성공적으로 장식해, 폭염과 태풍으로 위기를 겪던 잼버리를 구해낸 셈이 됐다.
6일 저녁 새만금 대집회장에서 예정됐던 대규모 K-팝 공연이 11일 저녁 상암으로 시간과 장소를 옮기면서 우려와 비판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고, 그간의 아쉬움과 어려움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흥겨운 마무리였다.
K-팝 아이돌 출연진의 군무와 노래는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에겐 익숙한 레퍼토리였다. 그만큼 K-팝은 세계 청소년들에게 이미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단 점이 이날 공연에서도 입증됐다. 익숙한 노래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대원들은 떼창에 여념이 없었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은 전 세계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영어가사가 아님에도 따라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K-팝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을 앞두고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한다는 기상예보와 폭염에 대한 걱정은 제대로 행사가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오후 4시까지 내리던 열대성 폭우에 가깝던 빗줄기는 폐영식을 앞두고 거짓말같이 그쳤다. 가히 '하늘이 도왔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날씨 변화였다.
앞서 10일 기상청 예보를 바탕으로 문체부 등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오후 3시경부터는 비가 그칠것으로 보고 이날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취소'없이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런 지적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비온 뒤 저녁, 섭씨 25도 정도에 머문 기온은 폐영식과 콘서트를 하기엔 딱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준비했던 폭염대책과 폭우대비 모두 무색할 정도였다.
오후 2시부터 질서있게 경기장 관람석을 채운 대원들은 폐영식 30분 전쯤인 오후 5시엔 대부분 정해진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약 30분간 간략하게 진행된 폐영식 이후 저녁식사를 조직위에서 나눠 준 도시락꾸러미로 해결한 잼버리 참가자들은 오후 7시 'K-팝 라이브'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첫 무대를 달군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홀리뱅이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칼각 K-댄스에 이어 더보이즈,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로 이어지는 보이그룹들의 릴레이 공연은 경기장을 뜨겁게 했다. 보이그룹들은 이날 기대를 모았던 뉴진스와 아이브 등 인기 걸그룹 공연 무대에 앞서 BTS(방탄소년단) 외에도 인기를 모을 수 있는 K-보이그룹이 많다는 걸 입증하려는 듯 뜨거운 몸짓을 선보였고 귀가 쫑긋할만한 음악을 들려줬다.
K-팝 그룹 특유의 칼군무와 관람석을 들썩이게 하는 멜로디는 스카우트 대원들 뿐 아니라 성인 자원봉사자들인 IST대원들의 어깨도 움직이게 했다.
1부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뉴진스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신곡 'ETA'는 해외에서 온 대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을 보여줬다. 이어진 '하입보이(Hype Boy)'는 자연스럽게 떼창으로 이어졌다.
쉬는 시간 없이 2부 공연이 시작되면서 관람석은 달아올랐다. 권은비와 강다니엘 등이 보여준 솔로 무대 뒤 아이브, 있지, 마마무, NCT 드림으로 이어진 하이라이트에선 관객석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흥겨운 무대가 계속됐다.
공연 막바지에 경기장 위로 펼쳐진 10여분의 불꽃놀이는 대원들의 휴대폰 카메라를 집중시켰다. 전체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마지막 곡 '풍선'을 함께 부르며 이날의 축제는 마무리됐다.
공연 스케줄에 정확히 맞춰 오후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끝난 공연에 관객석에서 환호하던 4만50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과 참가자들은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공연을 앞두고 마음 졸였던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폭염으로 고생했던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질서있게 퇴장하는 대원들을 바라보며 뿌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1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 잼버리에서 무더위로 인한 사고우려와 각종 사건사고로 같이 걱정하며 노심초사했던 이들도 이 순간만큼은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밤이었다.
대만 출신으로 IST요원으로 참가했던 샤오젠(31)은 "새만금에서도 더운 것 빼고는 대원들도 대부분 서로 재밌게 지내며 다른 나라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즐거워했다"며 "오늘 공연에 다시 모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또한 우리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외활동 지역인 전북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암벽등반 담당 요원을 맡았다는 브라질 출신 애나(25)는 "더위나 태풍은 우리 모두에게 그저 축제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장치였을 뿐 큰 방해가 되진 않았다"며 "우린 새만금에서도 여기 서울에서도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렸고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매우 아쉽다"고 회고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친구들과 새로 많이 사귈수 있단 점에서 이번 잼버리는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폐영식까지 마친 대원들은 12일부터는 각 참가국의 일정에 따라 출국하거나 추가 관광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게 된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K-컬처 체험관광 등을 위한 추가 체류를 원하는 참가국에 대해선 숙소 지원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상암월드컵경기장(서울)=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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