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보다 힙하잖아” 구닥다리 피처폰의 귀환

2023. 8. 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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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폰·수능폰 등으로 인기 떨어진 폴더폰, 다시 ‘잇 아이템’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10만원대에 공기계 구매하는 방식
Y2K 인기에 ‘휴대전화 꾸미기’도 다시 유행
배우 한소희가 폴더폰 사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제가 폴더폰을 샀습니다. 이게 너무 사용하고 싶었거든요. 카카오톡도 하고 다 돼요. 버튼(키보드 자판) 누르는 게 매우 좋아 샀어요.”

배우 한소희 씨가 얼마 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폴더폰’을 꺼내 들며 한 말이다. 한소희 씨가 자랑한 폴더폰은 최신 기술의 집약체 ‘폴더블 스마트폰’을 뜻하는 게 아닌 말 그대로 ‘접히는 휴대전화’다. 이동통신 기술 ‘3G 시절’에 모두가 사용한 구식 휴대전화, 피처폰(Feature Phone : 기능형 휴대전화)이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 씨가 발매한 신곡 ‘세븐’의 뮤직 비디오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배우 한소희 씨가 기존에 사용하던 최신 아이폰까지 버리고 택했기 때문에 이 폰은 더욱 주목받았다. 20년 전, 그 ‘피처폰’의 귀환이다. 

 구닥다리 폰, 뉴진스도 쓰고 한소희도 쓴다

피처폰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트렌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모님도 쓰기 싫어하는 ‘이름만 효도폰’으로 불렸던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이미지가 180도 달라졌다. 

피처폰은 전화와 문자 외에도 간단한 게임과 카메라 등 기능이 들어간 ‘기능성 휴대전화’를 뜻한다. 

2G·3G 통신을 사용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처폰을 사용했지만 2010년대 스마트폰(컴퓨터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휴대전화)이 대중화되면서 피처폰은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후 피처폰은 시력이 좋지 않거나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또는 전화·문자 등 간단한 기능만 필요한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지난 10년간 피처폰에 대한 반응은 ‘무관심’ 그 자체였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전면 70% 이상을 터치스크린 형태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로 채운 스마트폰을 핵심 모델로 내세우면서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들의 피처폰 사용 모습. (사진=뉴진스 유튜브)

그럼에도 휴대전화를 접거나 펼쳐 기능을 온·오프하는 방식, 압력을 가해 작동하는 물리식 키보드 등의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폴더형 스마트폰을 꾸준히 선보였지만 이마저도 모두 단종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5년 폴더폰에 스마트폰 기능을 추가한 ‘갤럭시 폴더’ 라인을 론칭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까지 중단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철수했다. LG전자도 2017년 스마트폰과 폴더폰을 합친 ‘LG 폴더’라는 신규 라인을 선보였지만 2021년 7월 MC사업본부 해체로 사업이 모두 종료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피처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8월 초 아이폰 유저로 알려진 배우 한소희 씨의 폴더폰 사용 모습이 보이면서다. 한소희 씨가 사용하는 기종은 ‘갤럭시 폴더2’다. 갤럭시 폴더2는 폴더폰의 직관적 사용성과 스마트폰의 편리한 기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모델로, 2017년 처음 출시됐다. 기능과 색상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2021년까지 신규 모델이 나왔다. 카카오톡·밴드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도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LTE(4G) 전용 모델이라 앱 구동 속도는 최신 스마트폰에 비해 느리다. 

아이돌그룹 뉴진스도 피처폰의 인기에 한몫했다. 뉴진스는 디토 뮤직 비디오, 2023년도 굿즈(시즌그리팅) 등에서 꾸준히 피처폰 사용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뉴진스 디토 뮤직 비디오에 사용된 피처폰에는 ‘스피드 011(Speed 011)’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스피드 011은 SK텔레콤이 1997년부터 사용한 2G 서비스 브랜드명이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에서 2002년 출시한 ‘애니콜 카메라 폴더’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층 사이에서 피처폰·폴더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소희 씨가 힙한 이미지어서 젊은층의 이목을 더 끄는 것 같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관심이 실제 구매로 많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부터 IT 액세서리까지 '관심↑'

피처폰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패션·한정판 거래로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진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피처폰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고 폴더폰에 대한 검색은 같은 기간 39% 늘었다. 

거래도 늘었다. 7월 한 달 동안 피처폰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97% 증가했고 거래액은 81% 늘었다. 폴더폰 거래량은 32%, 거래액은 31% 증가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폴더 형태의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아 폴더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고품을 사야 한다. 대부분의 폴더폰은 3만~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번개장터에서 피처폰을 검색해 본 결과 배우 한소희 씨가 사용한 갤럭시 폴더2는 7만~1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애니콜 라인업의 모델들은 3만~5만원대다. 

(사진=지그재그)

피처폰 시절에 유행한 휴대전화 액세서리, 이른바 ‘폰꾸(휴대전화 꾸미기) 용품’도 판매가 늘고 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7월 한달간 키링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0% 급증했다. 또한 스티커 등 문구류는 120% 늘었다. 끈적임 없이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리무버블 재질의 산리오 등 캐릭터 스티커 등에 대한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휴대전화를 꾸미는 게 유행하면서 동물이나 캐릭터 키링, 귀여운 디자인의 스티커 등 매출이 늘었다. 키링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휴대전화 등에 부착하는 아이템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W컨셉 관계자는 “Y2K 트렌드로 피처폰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며 “휴대전화가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하면서 폰 꾸미기로 개성을 나타내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W컨셉)


또 다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케이스·스트랩·키링 등 디지털 액세서리 수요가 증가했다. 옛날 휴대전화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안테나 케이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고 동물 프린팅이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케이스가 급상승 검색어로 올라오고 있다. 

2000년대에 많이 사용한 ‘휴대전화 고리’ 유행이 돌아오며 ‘키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100%) 증가했다. 휴대전화를 손목에 걸거나 가방처럼 멜 수 있는 ‘휴대전화 스트랩’ 거래액도 17배 이상(1607%) 크게 늘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휴대전화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케이스·스트랩·키링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미며 취향을 나타내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 시절 인기폰, 다시 꺼내보니

(사진=삼성전자, LG전자 등)


초콜릿폰 
2005년 11월 LG전자가 선보인 피처폰. 명품 패션 브랜드의 감각적인 이미지를 차용한 ‘블랙 라벨 시리즈’의 첫 모델로, 54만8900원의 비싼 가격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5개월 만에 판매량 50만 대를 돌파했다. 이전까지 LG전자는 중저가 휴대전화를 판매한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초콜릿폰으로 ‘고급 휴대전화 제조사’ 이미지를 얻게 됐고 한때 세계 3위 휴대전화 제조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샤인폰
2006년 10월 LG전자가 출시한 둘째 블랙 라벨 모델. 초콜릿폰의 인기를 이어 가기 위해 내놓은 후속작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웠다. 또한 카메라는 광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슈나이더(Schneider) 인증을 획득한 200만 화소를 내장해 50만원대의 출고가에도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LG전자는 초콜릿폰-샤인폰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피처폰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롤리팝폰
2009년 3월 출시된 LG전자 피처폰. 17세부터 23까지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특화 모델이다. 젊은층이 휴대전화 구매 시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을 고려해 얇은 폴더형 디자인과 아쿠아 블루 등 3종 색상을 적용했다. 당시 LG전자는 젊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빅뱅과 2NE1(당시 그룹명 ‘시스타’)을 ‘롤리팝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시켰다.

캠코더폰(이효리폰)
2003년 10월 삼성전자가 선보인 모델. 캠코더 스타일의 폴더폰으로, 당시에는 고화질인 ‘130만 화소’를 지원해 관심을 받았다. 카메라 기능을 강조한 기기로, 삼성전자는 동영상 녹화 중에도 ‘멈춤 기능’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고화질로 사진을 인화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광고 모델로 가수 이효리 씨와 배우 이서진 씨를 기용해 캠코더폰보다는 ‘이효리폰’으로 더 유명했다. 

가로 본능폰
삼성전자가 2004년 8월 출시한 모델. 가로 화면으로 영화·뮤직비디오·드라마 등 주문형 비디오(VOD)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한 메가픽셀(100만 화소)급 사진과 동영상을 가로로 찍어 재생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은 ‘무조건 세로’라는 고정 관념을 깨버린 발상의 전환으로, 젊은층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다. 특히 70만원대의 고가로 나왔지만 출시 직후 월평균 5만 대 이상 팔리며 흥행했다. 

슬림 폴더폰(고아라폰)
삼성전자가 2007년 5월 선보인 기기. 고속 영상 이동전화(HSDPA)로, 당시 한국에 출시된 HSDPA 모델 가운데 가장 얇은 11.9mm 두께의 폴더 디자인을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슬림 폴더’라는 제품명을 강조했지만 배우 고아라 씨가 출연한 CF 영상이 화제가 된 이후 ‘고아라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가격은 40만원대에 출시됐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앞세워 흥행했다. 

레이저폰
미국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가 2005년 5월(한국 기준) 출시한 모델. 영어 ‘면도날(RAZOR)’에서 따온 레이저는 해외에서 2003년 최초 출시됐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으로,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됐다. 5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6mm의 얇은 두께와 알루미늄 메탈 소재를 적용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었다.  

슬림 플레이(한예슬폰)
팬택에서 2006년 7월 출시한 기기. 당시 시판된 슬림폰 가운데 가장 고화소인 320만 화소를 지원했다. 부드럽고 둥근 외형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의 모서리가 각진 슬림폰의 투박한 이미지를 없앴다. 2006년 10월 MBC에서 방영한 주말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여자 주인공 나상실(한예슬 분)이 해당 기기를 사용해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후 ‘한예슬폰’ 또는 ‘나상실폰’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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