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50대 연쇄 폭발, 잔해 피하려 4시간 물속에” 생존자가 전한 하와이 산불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화마가 덮친 라하이나 마을은 잿더미가 됐고, 53명이 숨졌다. 부상자 규모는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산불을 간신히 피한 이들은 “너무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이야기가 11일(현지시각) 영국 BBC를 통해 전해졌다.
미국 캔자스주 출신의 티 댕은 지난 8일 오후 남편과 5‧13‧20세의 세 자녀와 함께 렌트카를 타고 라하이나 마을의 프런트 스트리트를 지나고 있었다고 했다. 도로는 댕의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가득했다. 댕은 차 안에서 불길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봤고, 결국 주변 차량에까지 불이 붙기 시작하자 차에서 내려 바다를 향해 달렸다. 그는 비상식량과 물, 휴대전화만 손에 든 상태였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바다로 가야만 했다.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댕 가족들은 처음에는 해안 가까운 얕은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불이 확산하면서 인근 도로에 있던 차량 최소 50대가 폭발하기 시작했고, 잔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더 깊은 물로 들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댕은 “거의 4시간을 물 속에 있었다”고 했다.
댕은 파도에 밀려 돌에 부딪친 탓에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댕의 자녀는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소방관에게 무사히 구조됐다. 댕의 가족들은 대피소로 이동했다. 모두 화상을 입은 채였다. 댕은 “그 후에도 불길이 계속 번진 탓에 두 번이나 대피소를 옮겨야만 했다”고 말했다.
브라이스 바라오이단(26)은 집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피할 때 집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모든 것을 두고 왔다”며 “하지만 집이 전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며 “한 거리가 아니라, 동네 전체가 사라졌다”고 했다.
바라오이단은 다섯 마리의 반려 카멜레온을 두고 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반려동물을 사랑했다. 대피할 때 데려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53명으로 집계됐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0일 CNN에 이번 화재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에 큰 파도(쓰나미)가 섬을 관통했을 때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 수가 나올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그린 주지사는 “이번 화재로 1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라하이나의 약 80%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화재 피해가 큰 라하이나 지역은 19세기 초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 등이 파괴됐고, 150년 된 나무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Banyantree)도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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