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 16년째 전라도 방언 채록하는 오덕렬 작가

박준수 2023. 8. 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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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는 ‘끌텅 언어’
채록한 방언 9천여 개, 등록 작가 1,570명
내년에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 출간 예정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오-매 단풍 들것네’ 처음 접했을 때 온몸이 떨려”

▲전라도 방언을 채록하며 향토언어를 보존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오덕렬 작가. 사진: 오덕렬 작가 제공

표준어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일상에서 방언(사투리)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문학작품 속 방언도 시대상의 변화로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언은 민중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끌텅 언어’입니다.

지역문화의 보고(寶庫)이자 민중의 숨결인 방언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작업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국어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임 후 문학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오덕렬 작가(시인.수필가.평론가).

그는 16년째 문학작품 속 전라도 방언을 채록하며 향토언어를 보존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오덕렬 작가를 중심으로 한국창작수필문인협회는 1917년 '청춘'지 11호에 최남선의 수필이 최초로 발표된 날을 기념해 11월 16일을 ‘수필의 날’로 선언했다. 사진: 오덕렬 작가 제공

◇ 학창시절 문학 가까이 하면서 방언에 관심

오 작가는 학창시절 문학을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레 방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석규은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국어를 좋아했습니다. 중등학교 때는 수필가 송규호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고요. 은사님 덕에 문학의 길에 들어섰고 방언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는 특히 시 문학파의 일원인 김영랑의 시에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에 매료돼 방언연구에 이끌리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전라 방언 연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0여 년 전입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 앞에서 몽땅 버려진 책 더미에서 '영랑·용아 시선'을 주운 것이 직접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를 처음 접했을 때 온몸이 떨렸습니다. ‘오-매’처럼 우리 방언을 시어로 승화시키면 전라 방언이 우리 한국의 문학어로 새롭게 생명을 얻어 태어나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스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방언 연구를 염두에 둔 계기입니다.”

오 작가는 이때부터 우리 문학 작품 속에 전라 방언이 어떻게 쓰이고 있나 주의깊게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2008년 모교인 광주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하고부터 방언 채록을 시작해 16년째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방언을 계속 보전 계승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방언의 역할론’을 제기했습니다.

“표준어는 표준어 대로 국어를 통일한다는 큰 목표가 있습니다. 그러나 방언은 방언대로 역할이 따로 있습니다. 8도의 방언이 제주도에서 쓰는 말이나 백두산 산속 마을의 말이 똑 같다면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각 지역의 방언은 무지갯빛처럼 다양하고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 개성을 살려내어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방언은 문학에서 큰 자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혼불'(최명희), '태백산맥'(조정래), '암태도'(송기숙)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의 작품만 보더라도 방언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광주시 북구 용강동 범대순 시문학관 앞에서 동료 문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덕렬 작가(오른쪽 두 번째) 사진: 오덕렬 작가 제공

◇ “전라방언 시어화(詩語化)운동 계속할 것”

다행히 국립국어원에서도 2016년 10월 5일 개방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의 서비스를 시작해 우리말 어휘를 총체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생활용어(7만), 전문어(34만)뿐 아니라 방언(9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심지어 욕설까지 수록하고 있습니다.

'전라방언 문학 용례 사전'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얼마 정도 정리가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기존의 방언사전은 방언 낱말을 일반 사전 형식으로 벌여 놓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리하고 있는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은 기존의 방언사전이 시도한 바 없는 우리 지역 작가들의 문학 작품 속에서 우리 방언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추적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단어라도 여러 작가들의 용례를 실었습니다”.

그는 현재 채록한 전라 방언은 단어 수 9천여 개, 등록 작가 수 1,570명, 200자 원고지 9,200매 분량으로 2024년 5월 탈고 예정입니다.

당초 올해에 마무리하려 했으나 진헌성 원로시인의 시전집(전 16권)에 실린 13,180수에 있는 방언을 전수 조사할 계획으로 1년 더 연기한 것입니다.

진 시인과는 고향이 광산군으로 같고, 방언구역도 같아서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 작가는 광주문인협회 회장 재임시(2008.1.∼2010.12.)에 향토어를 살려 쓰자는 작은 문화 운동으로 남도 토박이말 작품집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무등도서관과 조선대 평생교육원에서 ‘창작수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오 작가는 남은 생애 동안 전라방언 시어화(詩語化)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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