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전시 기획자가 알려주는 이건희 컬렉션의 모든 것"

2023. 8. 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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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청주에 위치한 '국립청주박물관'이다. 이곳에선 지난 7월 25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한창이다. 보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오픈 첫 주말, 전 회차 전시 예약이 매진되었다. 금요일과 주말은 매진이고 평일 오후에도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인기몰이 중인 이건희 컬렉션.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의 전시 기획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1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김동완입니다. 저는 이번 고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에서 전시 기획을 담당했습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 독자들께 만나게 되어 영광인데요. 학예연구사로 일한 지는 13년 됐고요. 국립광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을 거쳐 현재는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동완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


Q2 충청권도 이건희 컬렉션이 열풍입니다. 그 중심에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있는데요. 그간의 준비 과정 궁금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2021년 4월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이 세상에 기증되었죠. 이번 특별전은 이를 기념하는 세 번째 지역 특별전입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작년부터 전시를 위한 협의 과정에 돌입했고요. 올해부터는 유물 섭외, 전시의 공간 배치, 영상 제작 등 준비를 거쳐 지난 7월 25일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전시는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 이건희 기증품 중 엄선한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등 201건 399점을 볼 수 있는데요. 전체 전시품은 서화 작품, 목가구, 자기, 금속공예품 등 다양합니다.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 18건도 포함돼 있는데요.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 기업가로서 전통문화를 아끼고 수집했던 '수집가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역사가 만들어낸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구담봉도(윤제홍,조선 19세기 전반,종이에 먹,28.2x42.1cm)


Q3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2022년 국립광주박물관과 국립대구박물관을 거쳐 청주에 왔습니다. 앞선 전시들과의 차별점 뭔가요.

정선의 '인왕제색도'등 대표 기증품과 함께 '충청도의 특색'을 살렸습니다. 충북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구담봉도', 충북의 대표 유학자인 송시열의 제자인 권상하의 '초상화', 개다리소반이라고도 불리는 '충주반'을 소개하는데요. 상설전시실에도 이건희 기증품을 곳곳에서 전시 중입니다.

특히 전시의 백미는 이건희 기증 '석조문화재'입니다. 전시실 입구와 로비에는 관람객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석인상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울러 국립청주박물관 야외 정원에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830여 점의 석조문화재 중 210여 점을 배치했습니다. 석인상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별전이 열리는 청명관을 오르내리는 길목에는 크고 작은 석인상이, 청련관 지붕 아래에는 연꽃이나 용 무늬를 새긴 돌조각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근대 건축의 거장인 김수근이 만든 국립청주박물관과 이건희라는 거장이 기증한 석조물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석인상(조선,화강암,높이 130cm,폭 35.0x38.0cm)


Q4 특별전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는지 또 관람객들의 '원-픽(ONE-PICK) 전시품'은 뭔가요.

전시가 열린 첫 주말, 전시의 전 회차 예약이 매진되었습니다. 매스컴에 소개된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데요. 보통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는 예약 매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평일 오후에도 관람객들이 방문이 많은데요. 담당자로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원-픽(ONE-PICK)은 역시 정선의 '인왕제색도'입니다. 현재 이 작품은 전시실에 마련된 특별 공간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5 말씀처럼 '인왕제색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국보'이자 '이건희 회장의 50년 소장품'인데요. 인왕제색도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인왕제색도'는 진경산수화의 거장인 정선의 대작입니다. 노년(76세)의 겸재 정선이 여름 장마가 그친 뒤 인왕산의 풍경을 포착해 그린 건데요. 당시 기록에 따르면 비가 닷새 동안 내리다가 그친 여름날의 인왕산을 그렸다고 합니다. 짙은 먹을 묵직하게 쌓아 올리듯 표현한 바위산 아래로 골짜기와 구릉을 배치하고요. 먹의 농담을 미묘하게 조절해서 산자락에 고인 연운(煙雲)을 표현했습니다.

인왕제색도(정선,조선 1751년,종이에 먹,79.2x138.0cm,국보)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인왕제색도는 그림의 푸르스름한 빛깔은 먹으로만 표현했고 밑그림 없이 오로지 정선의 붓끝에서 일필휘지로 완성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한마디로 인왕제색도는 정선의 개인적인 경험과 필묵법이 반영된 진경산수화입니다.

Q6 김홍도의 '추성부도'도 기대작입니다. '보물'이자 이건희 회장의'애장품 1호'로 알려져 있는데요. 오는 10월 11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추성부도는 중국 송대의 문인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그린 그림입니다. 고아(高雅)한 초가 서옥(書屋)에 앉은 시인이 나무 사이로 들리는 가을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동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건데요. 화면 왼편에는 '추성부' 전문이 단정한 행서로 유려하게 여백을 채우고 있습니다. 가을밤이 자아내는 시정(詩情)과 계절의 순환이 이끌어 내는 사유(思惟)를 시와 그림, 글씨로 표현했습니다. 연대가 알려진 김홍도의 작품 중 가장 마지막에 그린 그림입니다.

추성부도(김홍도,조선 1805년,종이에 엷은 색,55.8x214.7cm,보물)


'추성부도'는 능숙하면서도 무심한 필치로 대상을 묘사하고 담묵의 마른붓으로 질감을 표현했습니다. 나뭇잎과 초옥 일부에 붉은 담채를 살짝 베풀고 전반적으로 먹을 엷게 바림해서 달빛이 어스름한 가을밤의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서정적인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필치가 흐트러짐 없고 구도가 견고합니다. 글의 내용과 회화의 형식이 하나가 된 경지를 보여주죠.

Q7 '놓치면 아쉬운 전시품' 한가지 더 소개해주세요.

'꾸미개'가 있습니다. 청주에서만 공개되는 금속공예품인데요. 형태는 동그란 형태, 세모, 네모 등입니다. 한 쌍으로 제작된 꾸미개의 문양은 대칭을 이루는데요. 인물, 동물, 식물 등 다양한데요. 주로 길상(吉祥)을 의미하는 연꽃, 여지, 학, 물고기, 용, 봉황, 사신(四神) 등이 사용됐습니다.

꾸미개는 옷에 달아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를 반증하듯 꾸미개의 구멍에 섬유질 흔적이 남아있고, 충북(청주 명암동)의 고려 시대 고분에서 발견된 시신의 가슴에서 은제 꾸미개가 출토되기도 했습니다. 꾸미개에서 보이는 길상의 도안(圖案)과 세공 기술은 당시 고려 시대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부귀영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무늬의 꾸미개(고려,금동,길이 6.7cm,너비3.0cm)


Q8 전시를 보기 위해선 예매가 필수인데요. 어디서 하면 되나요.

국립청주박물관 홈페이지 '특별전 예약하기 팝업창'에서 하시면 됩니다.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요. 하루 총 9회차이고 회차당 관람 인원은 100명. 그리고 한 사람이 최대 10명까지 예약 가능합니다.

온라인에서 예약 잔여 석이 남은 경우,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 현장에 마련된 키오스크 단말기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또 사전 온라인 예약자 중 매시간 30분까지 전시를 보러 오지 않으면 예약은 자동 취소되는데요. 이때 생긴 잔여 석도 현장의 키오스크로 예매할 수 있습니다.

Q9 기간을 정해서 온라인 예약을 받고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7.25.(화)과 8.21.(월) 그리고 9.20.(수)인데요. 해당일 모두 오후 14시부터 온라인으로 예약 가능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 '예약 개시와 예매 가능일'
- 2023.7.25.(화) PM 14:00부터~ : 7.25.(화) - 8.31.(목)
- 2023.8.21.(월) PM 14:00부터~ : 9.01.(금) - 9.30.(토)
- 2023.9.20.(수) PM 14:00부터~ : 10.01.(일) - 10.29.(일)

한편 특별전시실에는 예약 바로가기 'QR코드'가 있습니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예매 화면으로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국립청주박물관 전경


Q10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잘 감상하는 '꿀팁'은 뭘까요.

특별전을 전체적으로 보신 다음에 관심이 가는 전시품을 한 번 더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아울러 인왕제색도 등 유물은 작품 보호를 위해 전시 기간을 정해두고 있는데요. 관련 일정을 참고하시면 좋겠죠.

'대표 서화 작품 전시 일정'
- 정선 '인왕제색도' 7. 25.(화) ~ 8. 20.(일)
- 채용신 '화조영모도' 8. 22.(화) ~ 10. 9.(월)
- 김홍도 '추성부도' 10. 11.(수) ~ 10. 29.(일)
- 정약용 '정효자전' 7. 25.(화) ~ 8. 15.(화)
- 정약용 '정부인전' 8. 17.(목) ~ 9. 6.(수)
- 김응원 '지란정상도' 7. 25.(화) ~ 9. 17.(일)
- 안중식 '도원도' 9. 19.(화) ~ 10. 29.(일)

한편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해설 그리고 시력이 안 좋은 분들을 위한 큰글씨 책자도 전시장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Q11 마지막으로 오는 10월 29일까지 진행되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고 이건희 회장 수집품의 정수' 아닐까요. 그의 수집품에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이 가운데 특별전을 구성하는 문화재 선정에 고심을 거듭했는데요. 선조(先祖)들이 만들어낸 걸작들을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제공 국립청주박물관)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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