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니 오히려 좋아"…'호캉스' 푹 빠진 카타르 대원들 [현장+]

김세린 2023. 8. 10. 2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6호 태풍 '카눈'에 실내 활동 전환
카타르·영국 스카우트 직접 만나보니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로비에서 만난 카타르 스카우트 대원들과 카타르 대표팀 리더(왼쪽에서 두번째). /사진=김세린 기자

"부모님과 하루에 한 번씩 통화하고 있어요.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서울 호텔로 온 뒤로는 걱정을 더신 듯해요."

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해 비바람이 몰아쳤던 10일 이른 오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지친 내색 없이 활기를 띤 카타르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 8일까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야영장을 지키다 제6호 태풍 카눈을 피해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로 왔다. 이곳에서 만난 카타르 대원들은 "지금은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호텔 관계자도 "대원들이 '시설이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했다.

호텔 인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음식을 사 들고 복귀하던 카타르 대원 셀릿 군(18)은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귈 생각에 기대하고 잼버리 현장에 갔었는데, 벌레에 물리거나 더운 날씨 때문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기 바빴다"며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서울에 있는 호텔로 온 뒤로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는 최근 날씨가 40~44도에 육박할 만큼 덥지만,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서도 그에 못지않게 뜨거운 날씨가 이어져 힘들었다는 게 대원들의 설명이었다. 카타르에서 온 또 다른 대원 헤밋 군(15)은 "잼버리 현장은 너무 덥고 힘들었다. 벌레도 많이 물렸는데, 여전히 온몸에 자국이 남아있다"며 "호텔에 온 뒤로는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가까이에 쇼핑몰도 있고, 푹신한 침대에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이 호텔에 머무는 카타르 대원은 약 30여명 정도다. 호텔 내부 시설과 인근 부대시설을 즐기다 오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비가 와서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호텔 내부에 즐길 거리가 다 있고 주변 쇼핑몰 정도는 갈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카타르 대표팀 리더는 "비가 오긴 하지만 다들 실내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며 "남은 시간도 잘 보내다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로비 앞에서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 /사진=김세린 기자


이 호텔에는 카타르 대표팀 이외에도 영국 스카우트 대원 수백 명이 머물고 있었다. 4500여명을 파견한 '잼버리 최대 참가국' 영국은 잼버리 현장에서 그늘 부족과 음식 미비, 위생 열악, 의료 서비스 불충분 등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했고, 지난 5일 서울 지역 호텔로 이동했다. 이날 마주친 영국 대원들은 우비 등을 걸친 채 실내 프로그램 체험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텔 로비 1층에는 잼버리 대원들의 치료 공간인 '글로스터 메디컬센터'가 마련돼 있었다. '글로스터'는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군 부대의 이름을 딴 것으로, 메디컬센터에서는 벌레 물림, 화상 등 피부과 전문 진료와 가정의학과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통역사와 보훈부 관계자, 영국 잼버리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다. 운영을 시작한 8일에만 영국 대원 23명과 카타르 대원 3명이 치료받았다. 보훈부 관계자는 "대부분 야영지에서 다치거나 벌레에 물려서 찾아왔다"고 전했다. 

실내 프로그램 체험을 위해 이동중인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이들을 마주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 씨(29)는 "동생이 이제 막 고등학생이 돼서 어린 친구들을 보면 더 애틋함이 느껴진다"며 "한 대원이 비를 홀딱 맞고 서 있길래 일단 지나쳤는데, 편의점에 데려가서 우비라도 하나 사줄 걸 후회했다"고 했다. 다른 주민 권모 씨(43)는 "아들딸 같아서 안쓰러우면서도 간식 하나 사주고 싶은데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봐 그것까진 못했다"며 "비도 많이 오는데 아이들이 남은 시간 무사히 잘 보내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인근에서 만난 택시 기사 이모 씨(64)는 "대원들이 혹시라도 탑승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고 싶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잘되길 기원한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택시 기사 김모 씨(57)도 "기사식당에서 우리 (기사들)끼리 밥 먹으면서 '혹시라도 잼버리 대원들이 타면 잘해줘야겠다' 이런 얘길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8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잼버리 활동을 실내 프로그램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연·전시 관람, 실내 체육활동, 첨단산업 현장 견학 등이 진행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