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체험·공장 견학'…태풍도 막지 못한 잼버리 활동

천경환 2023. 8. 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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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관람, 기업체 견학 등 실내 프로그램 위주
잼버리 파행 놓고 책임 공방에 잼버리 지원 공무원 식비 청구 논란도

(전국종합=연합뉴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을 떠나 전국 각지로 이동한 대원들은 10일 과학관·기업체 견학, 전통문화 체험 등 실내 위주 체험활동을 하며 한국 문화를 만끽했다.

전국 각 지자체를 비롯해 산업계에선 '새로운 체험과 모험, 문화 교류'라는 잼버리 대회 취지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원들을 맞이했다.

잼버리 폐막(12일)이 다가오자 행사 파행의 책임을 따지는 여야 간 공방도 이어졌다.

'딱지치기 재밌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10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2023.8.10 warm@yna.co.kr

전통 놀이 빠진 스카우트…통일 전망대 관람도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한반도에 태풍이 상륙함에 따라 8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잼버리 활동을 실내 프로그램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전주실내체육관에선 포르투갈을 비롯해 10개국 5천7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비석 치기나 투호, 윷놀이 등 전통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체육관에 K팝 음악이 울려 퍼지자 대원들은 손을 올리며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만달레나(17)양은 "어제는 예쁜 바다를 봤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재밌다"며 "캠핑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런 프로그램도 좋다"고 말했다.

네팔 국적 스카우트 154명이 묵고 있는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는 이날 자체 프로그램으로 태권도 및 체포술 교육, 경찰견 수색 훈련 시범, 모의 사격 훈련,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진행했다.

네팔 국적의 한 스카우트는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전통 무예인 태권도를 직접 배울 기회가 마련돼 유익했다"며 "태풍으로 궂은 날씨가 이어졌으나 이곳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 행복했다"고 전했다.

일본 대원들은 단양 구인사 광명전 5층 대법당에서 스님들이 펼치는 영산재 의식과 지역 극단인 만종리 대학로극단의 연극 공연을 관람하는 등 문화 체험 시간을 가졌다.

대전시는 국립중앙과학관을 둘러보고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열리는 시민교향악단, 시립연정국악원, 시립무용단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글로 '멕시코 대표단'이 프린트된 유니폼을 입은 스카우트 대원들은 통일전망대를 관람했다.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지만 빗줄기가 굵지 않아 외부 활동을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대원들은 영상자료를 시청하며 한반도 분단과 통일전망대가 위치한 임진강 일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태권도 체험하는 잼버리 대원들 [경찰인재개발원 제공]

공장견학·첨단 과학기술 체험…산업계 앞다퉈 잼버리 지원

국내 기업들도 공장 체험 등 잼버리 행사 지원에 나섰다.

북마케도니아와 크로아티아 대원 75명은 이날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제조시설을 견학하는 '팹 윈도우 투어'에 참여했다.

대원들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시설을 관람할 수 있는 윈도우 부스를 방문해 반도체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SK하이닉스 관계자 안내를 받아 내부 공정 라인을 둘러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K-컬처, K-자동차, K-액티비티 등 한국의 문화와 산업, 잼버리 정신인 우정과 교류를 결합한 '3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가 대원들은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주요 차종을 직접 살펴보고, 고성능 브랜드 N과 모터스포츠의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4D 시뮬레이터를 체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블루몬테 연수원에 머무르는 엘살바도르 대원들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체험했다.

기아 오산교육센터에선 '잼버리 월드 올림픽'이 열려 슬로베니아, 필리핀 등에서 온 180여명이 공굴리기, 이인삼각 등을 하며 우정을 쌓았다.

현대차그룹, 잼버리 대원들에 문화·산업·교류 결합 '3색 프로그램' 제공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잼버리 둘러싼 책임공방…부안군의회 해외 연수 논란

잼버리 대회 폐막이 다가오자 대회 파행을 놓고 여야 간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전북 정읍·고창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민주당은 1년 전부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열악한 준비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자신만만해했다"며 "이번 잼버리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부른 예견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게 다 중앙정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며 "유치한 지역의 지자체에서 책임을 지고 (행사를) 치르는 게 사실은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대회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역시 파행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2023.8.10 xyz@yna.co.kr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여가부가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 당은 대회가 마무리되면 지원부처로서 미흡했던 여가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군의회 의원들이 해외로 연수를 떠나려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당초 군의원 10명 전원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 4일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연수'를 떠날 예정이었다.

잼버리 파행으로 도민 시름이 깊은 데다 수해 복구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유 일정을 소화하는 게 적절하냐는 여론이 일자 군의회는 연수 계획을 접기로 했다.

잼버리 현장에 지원 업무를 나간 공무원들에게 전북도가 식비를 걷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북도 자치행정과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전원 철수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지원 업무를 마친 공무원들에게 식비를 청구하는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돌렸다.

식비는 1인당 1만2천원이며 부서별로 참여 인원에 따라 식비를 계산해 담당자 계좌로 송금토록 했다.

잼버리 동원 전북도 공무원들에게 지급된 도시락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공무원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내용을 올리자 누리꾼들은 '하다 하다 이제 자원봉사자와 동원된 직원에게 돈을 내라니 말이 안 나온다', '편의점 4천원짜리 도시락보다 부실한데 1만2천원은 누가 책정한 가격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워낙 많은 직원이 동원됐는데 식비를 한 부서에서 모두 부담할 수는 없었다"면서 "더운 날씨에 직원들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도우려고 했지만, 출장비를 지급하는 것 외에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방 정경재 나보배 김준범 임병식 권정상 최해민 계승현 임기창 천경환 기자)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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