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 온 ‘카눈’, 11년 만에 또 왔다…이번엔 한반도 남북 관통

손덕호 기자 2023. 8. 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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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이름 140개 돌려 써…'카눈’ 11년 만에 다시 상륙
2012년에는 태풍 4개가 한반도 상륙…50년 만
11년 전 카눈, 한국엔 큰 피해 없었지만 北서 88명 사망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9시 20분쯤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하며 북상하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느린 속도로 북상하며 많은 비를 쏟아내고 바람도 강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에는 이날 저녁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고, 11일 오전 0시가 넘어야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를 세로로 관통하면서 북상하는 태풍은 관측 이후 처음이다. 카눈은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훑었던 2002년 태풍 ‘루사’와 경로가 그나마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도로는 지난해 큰 피해를 안긴 ‘힌남노’와 비슷하다.

10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의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숙박업소도 침수 위기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카눈, 지향류 없어 점점 느려져…시속 10㎞ 수준으로 북한 넘어가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후 1시 현재 대구 북북서쪽 약 20㎞ 육상에서 시속 38㎞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역마다 정차하는 지하철이 이동하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카눈은 아직 서울에서 220㎞ 떨어져 있다. 대전에서는 110㎞, 충주·청주에서는 120㎞ 떨어진 지점을 지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에는 서울 동남동쪽 30㎞ 부근 육상에 이르고, 11일 오전 0시에는 서울 북쪽 40㎞ 육상 지점으로 이동하겠다. 이후 북한으로 이동해, 11일 오전에는 평양 부근에서 많은 비를 뿌리겠다.

카눈의 이동 속도는 점점 느려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시속 23㎞까지 감소했다가 오후 9시 시속 29㎞로 다시 높아지고,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올라간 뒤에는 시속 10㎞대의 속도로 이동하겠다.

10일 오후 1시 기준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기상청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이동 속도가 시속 40~60㎞였던 것을 고려하면 카눈은 천천히 움직이는 셈이다. 태풍 이동 속도가 느리면 강수량이 많아져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카눈을 이끄는 뚜렷한 ‘지향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쪽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에는 티벳고기압이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가 고기압 사이에 있어 끌어주는 기압이 없어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다. 관측 이후 최초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것도 카눈이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벳고기압 사이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카눈이 북상 경로는 이례적이지만, 2002년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통과한 태풍 ‘루사’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사는 2002년 8월 31일 오후 3시쯤 전남 고흥으로 상륙해 이튿날 낮 12시쯤 강원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비스듬한 대각선으로 한반도를 관통했고, 상륙 당시 강도도 카눈과 같은 ‘강’이었다.

태풍 '루사'로 2002년 8월 31일 경북 김천시 황금동 감천이 범람해 이곳을 지나는 감천철교의 하행선 교각이 무너졌다. /조선DB

◇가장 큰 피해 준 태풍은 2002년 루사…2012년엔 태풍 4개 한반도 상륙

루사는 한국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루사도 한반도에 머문 21시간 동안 시속 18~23㎞의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오래 한반도 상공에 머물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강원 강릉에는 이틀간 900㎜에 가까운 비가 내렸다. ‘루사’로 사망자는 213명, 실종자는 33명 발생했고, 이재민은 7만명이 넘었다. 재산피해액은 5조1479억원에 달했다.

2003년 ‘매미’도 피해가 컸다. 매미는 한반도에 상륙할 때 제주 고산에서 최대 풍속 초속 51.1m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130명의 인명피해와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발생한 태풍 3개가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했다. 세 태풍에 앞서 ‘카눈’도 상륙해, 한 해에 태풍 4개가 상륙했다. 이는 1962년 이후 50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상륙해 1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7명이 숨졌고,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침수됐다. 포스코는 135일 만에 17개 공장을 완전 복구했고, 다시 침수 피해가 없도록 외부에 차수벽을 설치했다.

카눈(잭푸르트). /인터넷 캡처

◇카눈, 두리안 비슷한 열대과일…큰 피해 준 메기·노루·힌남노 등은 퇴출

이날 한반도에 상륙한 ‘카눈(Khanu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열대 과일의 한 종류다. 크기는 수박보다 크고 무게가 50㎏까지 나가기도 해 세계에서 가장 큰 과일로 불리기도 한다. 두리안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시가 날카로운 두리안과 달리 카눈은 껍질에 뭉특한 돌기가 무수히 많이 나 있다. 속에 있는 노란 속살을 먹는다. 같은 과일을 인도네시아에서는 낭카(nangka), 필리핀에서는 랑카(langka)라고 부른다. 원산지는 말레이시아로, 영어로는 잭푸르트(Jackfruit)라고 한다.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고,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이 제출한 이름을 사용한다. 주로 발음하기 쉽고 부정적인 의미가 없는 동·식물 이름이 제출된다.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돌려가면서 붙이는데, 140개를 모두 사용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태풍위원회 회원국에는 북한도 포함돼 있어, 한글 태풍 이름은 20개다.

2012년 태풍 '카눈' 이동 경로. /기상청

‘카눈’이란 이름을 가진 태풍은 2012년 7월에도 한반도에 상륙했다. 당시 카눈은 제주도를 거쳐 전남 진도 일대에 상륙했다. 다만 태풍의 강도가 강하지 않아 정전 등을 제외하면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북한까지 진출하면서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88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식량난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태풍도 북한에 긴 시간 머물면서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태풍 이름은 140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태풍이 큰 피해를 일으키면 태풍위원회는 그 이름을 제명하고, 다른 이름으로 대체한다. 지난 3월 열린 태풍위원회 총회에서는 메기(한국) 노루(한국) 힌남노(라오스) 꼰선(베트남) 곤파스(일본) 라이(미크로네시아) 망온(홍콩) 날개(북한) 말라카스(필리핀) 등 9개 이름 퇴출이 결정됐다. 과거 한국이 제출한 수달, 나비 고니, 북한이 제출한 봉선화, 매미, 소나무, 무지개도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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