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덮친 산불에 최소 36명 사망... “불 피하려 바다 뛰어들었다”
전례 없던 규모의 화마가 지상 낙원 하와이를 덮쳤다. 허리케인이 화마를 부채질하며 하와이 두 개의 섬에서 대형 산불이 순식간에 확산돼 최소 36명이 숨졌다. 911 응급 서비스마저 끊기고 일부 사람들은 불을 피할 곳이 없어 바다로 뛰어드는 실정이다.
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하와이 본섬인 빅아일랜드와 마우이섬 등 2개 카운티에서 전날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허리케인 도라의 강풍으로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주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마우이섬 당국자에 따르면 마우이섬 안에서 발생한 3개의 대형 산불이 계속해서 번지면서 이미 13군데의 소도시와 마을에서 전면 대피가 시작되었고 16개 도로를 차단했다. 현재 4개의 비상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은 2000여명이다. 1만2000여가구에 전기 공급도 끊겼다. 이날 오후 기준 마우이 섬에서 최소 36명의 사망자가 보고됐고, 실종자도 여러명 발생했는데 정확한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당국은 수색대와 구조대를 파견 중이다.
화상,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병원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부 화상 환자들을 항공편으로 다른 곳에 옮겨 치료해야 하는 실정이다. 911응급 서비스마저 끊겨 구조 요청을 못해 고립된 사람들도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피할 곳이 없어서 바다로 몸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기 위해 마우이섬 상공을 비행한 에어마우이 헬리콥터 관계자는 CNN에 “산불로 황폐화된 지역은 마치 전쟁 중에 폭격을 당한 것처럼 보였다. 52년간 마우이 상공을 비행하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처참한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마우이의 유서깊은 관광 명소 ‘라하이나 타운’도 초토화됐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건물 271채가 불에 타는 등 피해를 입었으며 1930년대 선교사 숙소로 지어져 마우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볼드윈 하우스’도 산불에 타버렸다. 현지 명물로 꼽히는 ‘반얀트리’ 나무도 화마에 검게 그을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빅아일랜드란 이름의 하와이 본섬에서도 여러 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일어나 수백 에이커에 달하는 지역이 불에 탔다. 수백채의 주택들도 불길에 휩쓸렸고 수천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불 지역의 모든 공립학교들은 9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와이주의 본섬과 마우이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실비아 루크 주지사 대행은 “마우이 섬의 산불 규모는 역대 전례가 없었던 규모”라고 말했다. 마우이섬의 리차드 비센 시장은 “전날부터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풍으로 소방용 헬기가 뜰 수 없어서 효과적인 진화를 할 수 없었다”며 “불을 완전히 진화할 때까지 얼만큼의 피해가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현지 관계자는 “화염이 빅아일랜드와 마우이 일대에 계속 번지고 있어 하와이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를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CNN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토네이도의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가 합쳐지며 산불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했다. 2018년에 발표된 제4차 미국 국가기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와 태평양 제도에서 가뭄 상황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또 국립해양대기국이 포착한 위성 사진을 보면, 8일 오후 북동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와 마우이에서 라나이 너머 서쪽으로 연기를 날려 보내고 있다. 산불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관계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 방위군과 미국 해안 경비대 등을 산불 대응에 투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마우이 산불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집과 사업체, 지역사회가 파괴되는 것을 목격한 이들과 함께 기도한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달려가는 용감한 소방관과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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