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의 별은 나] 비상 꿈꾸는 삐약이 "만리장성도 훌쩍 넘겠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3. 8. 9.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자탁구 신유빈
지난해 두 차례나 손목 수술
두려움에 트라우마 겪기도
부활 위해 매일 8시간 훈련
세계 랭킹 8위로 올라서
"시련 딛고 선물 받은 느낌"
탁구 라켓과 공을 들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전을 다짐한 신유빈.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에이스답게 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 김지한 기자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인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다음달 23일 개막한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대회 준비 기간이 길었다. 매일경제신문은 아시안게임에서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국가대표 스타들의 각오를 전하는 기획 시리즈 '항저우 별은 나'를 준비했다.

2021년 8월, 세 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성장해 열일곱 살에 도쿄올림픽에 당당히 도전했다. 공격에 성공하면 내지르는 기합이 병아리의 '삐약'처럼 들린다고 해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림픽을 통해 그는 한국 탁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2년 뒤 '삐약이'는 한층 성숙해졌다. 그리고 성장했다. 어느새 그의 개인전 세계랭킹은 8위(9일 현재)까지 올랐다. 다음달 23일 개막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별, 금메달을 노린다.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이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에 국제 대회에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 은메달을 땄다.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획득한 건 1987년 현정화·양영자(금메달) 이후 36년 만이었다. 이후 신유빈은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대회에서 두 차례 단·복식 2관왕을 달성했다. 상승세를 타고 그는 한국 남녀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전 세계 톱10에 들었다. 전지희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여자 복식에선 세계 1위다.

신유빈을 최근 인천 서구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훈련장에서 만났다. 신유빈은 연이은 상승세에 "아직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 빨리 경기력이 올라올 줄 몰랐다. 내게 선물처럼 찾아온 느낌"이라며 "지금 상승세에서 내 탁구가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 만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신유빈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년 동안 부상과 싸웠다. 수많은 연습 탓에 손목 피로 골절을 겪었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손목 수술을 받았다.

트라우마도 겪었다. 신유빈은 "한번은 코트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정말 무서웠다. 곧장 경기장에 못 들어가고 눈물이 났다. 공을 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창 실력이 늘다가 수술을 하고 운동을 쉬니까 심적으로 힘들었다. 탁구를 제대로 다시 할 수 있을까 걱정됐고 매일 울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신유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술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탁구대에 섰다. 그는 지난해 11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WTT 컨텐더 대회 2관왕으로 부활했다. 이어 지난 3월 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체 1위(8승1패)에 올랐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된 덕에 다시 열린 선발전을 처음 1위로 통과한 것이다. 시련 끝에 실력도, 심리적으로도 더 단단해져 있었다. 신유빈은 "요즘 힘든 걸 다 이겨내고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탁구장에 들어갈 때 생겼던 공포감도 싹 사라졌다. 탁구를 하는 내 모습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신유빈은 어릴 적부터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탁구 천재'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 세 살 때부터 탁구 라켓을 쥐고서 실력을 쌓아 태극마크까지 달고 올림픽에 나선 성장 스토리가 돋보였다. 그래도 그는 아직 탁구가 어렵다고 했다. 신유빈은 "선수마다 구질이 다르고, 볼이 날아오는 속도도 다르다. 어떤 상대든 대처하려면 모든 게 완벽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과 수비가 자유로운 탁구를 추구한다"던 그는 지금도 기술 연마를 위해 하루 5시간 안팎 탁구 훈련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포함하면 8시간 훈련에 매진한다.

2004년생 신유빈은 만 19세다. 평소 방탄소년단,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K팝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워밍업할 때 노래 들으며 춤추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왜 이렇게 흥이 많냐'며 놀린다"면서 웃어 보였다. 신유빈은 항저우에서 10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려 한다. 중국, 일본, 대만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만나도 한층 성숙해진 '삐약이'의 패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중국 선수를 만나도 겁 없이 덤비겠다. 내가 추구하는 탁구를 후회 없이 하자는 게 아시안게임에서의 목표"라면서 "한국 탁구의 에이스답게 도전하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기쁨이나 감동을 주는 탁구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 김지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