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잼버리 10배 규모, 세계청년대회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3. 8.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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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이 6일(현지 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23세계청년대회 폐막일 미사에서 2027년 차기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발표하자 한국 청년들이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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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청년 행사로는 최대

“다음 대회는 아시아, 한국의 서울에서 열립니다.”

지난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개최지로 서울이 결정됐다고 발표한 것이지요.

가톨릭의 ‘세계청년대회’는 처음 들어보신 분이 많지요? 전 세계의 가톨릭 청년들이 1주일 동안 서울에 모이는 행사입니다.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올해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의 10배쯤 되는 행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올해 잼버리 공식 참가자가 4만 5000명 정도인데, 지난 6일 폐막한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공식 참가자가 35만명이었다고 합니다. 6일 파견(폐막) 미사에는 150만명이 참석했고요.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청년이 모이는 행사는 세계청년대회가 가장 큰 규모가 아닌가 합니다. 이 대회에는 지금까지 교황이 빠진 적이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 전날 교황이 청년들과 밤샘 기도를 올리고 다음날 파견 미사를 집전하는데, 이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과거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분들에게 들어보면 “행사 기간 중 그 도시에는 골목마다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젊은이들로 넘쳐난다”고 말합니다. 저절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8월 6일 오전 교황이 집전하는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가 포르투갈 리스본의 고가도로와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행사는 대개 1주일 정도 열립니다. 공식 행사는 보통 화~일요일 5박 6일 일정으로 열리는데, 이에 앞서 참가자들은 행사 개최지 인근의 교구에 3~4일씩 머물면서 그 나라 신자들과 교류행사를 갖습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면 오전 시간에는 세계 각국의 주교들과 청년들이 함께하는 교리 공부 시간이 있고, 오후와 저녁에는 각종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교황과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이 진행되고, 마지막 토요일 저녁에는 역시 교황과 함께하는 철야 기도가 진행됩니다. 이어 일요일 오전에 폐막 미사를 갖고 이 자리에서 다음 개최지를 발표하고 해산하는 일정입니다.

새만금 잼버리가 폭염 때문에 파행을 겪었지요. 세계청년대회도 대개 북반구의 경우는 여름 방학 기간에 열립니다. 다행인 점은 대규모 야외 행사는 폐막 미사 외에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한 숙박도 가톨릭 신자 가정의 민박과 가톨릭계 학교의 기숙사 등을 이용한다고 하니 다소 안심이 됩니다.

탈종교 시대에 전세계 청년 수 십만 모이는 행사

세계청년대회는 역사가 40년에 불과(?)합니다. 이 행사를 만든 사람은 지금은 성인(聖人)품에 오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과 1985년 가톨릭 청년들을 로마로 초대해 대화를 나눈 후 이 대회를 창설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요한 바오로 2세의 탁월한 안목이 돋보입니다. 불과 한 세대 전이지만 당시의 종교와 신앙 풍경은 달랐습니다. 지금처럼 탈(脫)종교화 추세가 심하지도 않았고, 각 종교 역시 청년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때입니다. 청년들이 종교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청년을 위한 종교 행사를 만든다면 비웃음을 사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겠지요.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젊은 시절 스포츠와 연극을 즐기며 항상 젊은이들과 어울렸고, 주교가 되기 전에는 청년 사목을 담당했던 분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미 40년 전에 현재와 같은 탈종교화 사회와 젊은이들의 신앙에 대한 무관심을 예견하고 이 대회를 창설한 것일까요. 출생률이 떨어지기 전에 저출생 대책을 미리 준비한 셈입니다. 그런 선견지명의 결과, 21세기에도 같은 신앙을 가진 전 세계 청년 수십만명이 한 도시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00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 젊은이들에게 손수건을 흔들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제공

마닐라 대회 땐 인파 몰려 미사 늦춰지기도

마침 당시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기’가 높을 때입니다. 1978년 교황직을 맡은 요한 바오로 2세는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인기 있는 스타였지요. 그런 교황이 2~4년마다 열리는 행사 때마다 참석해 세계의 청년들과 함께하니 행사의 격(格)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지요. 세계청년대회는 갈수록 관심을 끌었지요. 1995년 마닐라 대회는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마닐라 중심부 리잘(루네타)공원에서 열린 폐막 미사엔 400만~500만명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뤘답니다. 역대 세계청년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지요. 이 폐막 미사는 교황 참석 행사로는 이례적으로 1시간 이상 지연됐답니다. 의전에 관해서는 세계 제일인 교황청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연 이유는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포프 모빌’(교황의 차량)이 이동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랍니다. 결국 당시 라모스 대통령이 특별 헬기를 제공했고, 교황은 헬기를 타고 행사장에 내려 미사를 집전했답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이날 응급환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이 모두 질서를 잘 지켰다는 뜻이지요.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 /AFP연합뉴스

고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휠체어 타고 일정 소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후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쾰른(2005), 시드니(2007), 마드리드(2011) 대회까지 빠짐없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리우 데 자네이루 대회를 1년 정도 앞둔 즈음 교황의 참모가 다음해 세계청년대회 참석 여부를 물었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가부(可否)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독일의 신학자 출신으로 매사 정확한 의사 표현으로 알려졌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서는 예외적인 일이었다지요. 측근들은 그 이유를 다음해에 알게 됐답니다. 당시 교황은 생전에 사임할 생각을 굳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나는 곧 사임할 예정이니 못 간다”고 할 수는 없었겠지요. 결국 2013년 대회는 새로 선출된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리우 대회를 시작으로 크라쿠프(2016·폴란드), 파나마시티(2019) 대회에 꼬박 참석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건강 때문에 우려가 있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마지막까지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다만 포르투갈 역시 폭염이 이어져서 행사 시간은 조금씩 줄였다고 합니다.

정순택 대주교 “시드니 35만 이상 모일 것으로 생각”

서울 개최가 결정된 후 ‘얼마나 모일까’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는 지난 6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시드니 대회 때보다는 좀 더 모일 것 같다”고 했습니다. 폐막 미사를 기준으로 볼 때 유럽이나 남미는 백만명 이상이 모이는 경우도 많지요. 시드니 대회 폐막 미사에는 약 35만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호주 사람이 20만, 외국인이 15만 정도였다지요. 그런데 저는 정 대주교가 좀 겸손하게 보수적으로 예상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전 세계 젊은이 사이에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그보다는 더 참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행사가 열리면 요즘은 부수적 ‘경제적 효과’를 따지곤 하지요. 리스본 대회에 관해서는 한 컨설팅 업체가 약 8000억원의 총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효과는 어디까지나 세계청년대회를 잘 치렀을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일입니다. 정 대주교는 기자회견에서 서울 대회에 대해 “아시아와 한국 문화의 색다른 맛과 깊이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교구뿐 아니라 한국 가톨릭 교회, 정부와 지자체가 뜻을 모아 행사를 잘 준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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