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비만증' 부작용 겪는 땅…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2023. 8.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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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놓인 과일과 야채를 볼 때마다 감탄스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큼직하면서도 탐스럽게 농산물을 키워냈을까 하는 겁니다.

마치 자식인 듯 정성을 다해 기른 농부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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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 과일 야채 '쑥쑥' 키우는 화학비료, 양분관리제 다이어트 잘 될까?


탐스런 농산물의 비밀... OECD 상위권인 화학비료 사용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놓인 과일과 야채를 볼 때마다 감탄스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큼직하면서도 탐스럽게 농산물을 키워냈을까 하는 겁니다. 마치 자식인 듯 정성을 다해 기른 농부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게 있습니다. 화학비료의 도움입니다. 주로 질소와 인산 성분 등의 성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과실을 짧은 시간 내 탐스럽게 자라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다 보니 화학비료 의존도가 큰 문젭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화학비료 사용량이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많은 게 현실입니다. 2020년 기준 헥타당 화학비료 사용량이 276Kg인데, 가장 적은 오스트레일리아보다 3.3배 수준입니다.

화학비료 남용이 뭐가 문제냐면

화학비료 사용이 왜 문제냐고요? 몇 가지 따져볼게요. 우선 수질 오염의 주범입니다. 논밭에 과잉 투척된 화학비료 영양분은 비가 내릴 때 인근 하천이나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 녹조 등을 일으킵니다.

또 질소가 함유된 화학비료는 땅에 뿌려진 뒤 분해돼 아산화질소로 바뀌는데, 이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 메탄과 함께 기후변화를 부르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입니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310배나 될 만큼 기후에 위협적인 배출물질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화학비료 사용은 농지 토양의 산성화를 가져오고 미세먼지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와 별도로 모든 화학비료 원료가 해외에서 수입된다는 점도 식량주권의 위협 요소입니다.
 

농지 토양 검정자료 12년 치가 말하는 건


이렇게 화학비료가 과잉 투척된 우리 농경지 토양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농업진흥청이 전국에 대표농지를 선정해 4년 주기로 농경지 흙 속의 화학성분을 조사하는 토양검정을 실시하는데, 3주기(12년 치) 자료를 모두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하천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인산 성분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농진청 토양검정은 논, 밭, 과수원, 시설재배지(비닐하우스 등) 등 4가지 분류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분석 결과 4가지 농지 모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12년간 3차례 이뤄진 조사 모두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나마 논이 초과치가 적었고요. 과수원과 시설재배지가 가장 심했습니다. 과수원의 경우 유효인산 적정기준치가 200~300mg/kg인데 3차례 조사에서 717~718mg/kg를 기록했습니다.(조사샘플 1,471개 필지) 시설재배지는 기준치가 400~500인데 실제 측정치는 1,056~1,099를 나타냈습니다.(조사샘플 1,284개 필지) 과수원과 시설재배지 모두 기준치의 2배를 넘는 수칩니다.


특히 시설재배지의 경우 인산뿐 아니라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모든 조사 대상 화학물질에서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토양 산성도 역시 pH 6.6으로 기준치 6.5를 넘었습니다. 우리 농지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비만증에 해당하는 영양 과잉 상태에 놓여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농사용 양분을 투입한 뒤 농작물로 흡수되지 못한 채 토양에 쌓여있는 양, 사람으로 치면 간이나 내장 등에 쌓인 체내 지방쯤 되겠죠. 이걸 '양분수지'라고 하는데, 이중 질소수지는 OECD 중 1위, 인산수지는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독 비닐하우스와 과수원이 화학비료 많이 쓰는 이유는 뭘까요? 비닐하우스의 경우 1년 내내 휴작기간이 거의 없을 만큼 집약적으로 생산이 계속돼다보니 비료 양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고요. 과수원 역시 과일의 크기, 당도, 외관이 어느 농작물보다 중시되다 보니 화학비료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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