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산악자전거·마운틴카트… 숲길, 휴양·관광자원이 되다

김창희 기자 2023. 8.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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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도 활용해 레포츠 천국 만든 ‘임업 선진국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시 숲
아름드리 원목 즐비한 산책 길
오스트리아 티롤 산악 관광지
‘액티비티 명소’한여름도 시원
스위스, 가축방목에 임도 활용
“기후변화 예방·관리에도 필수”
오스트리아 티롤주 상트요한 스키장 임도에서 관광객들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티롤·인터라켄 = 글·사진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지난 7월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시 숲.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마인강 남쪽에 위치한 여의도 면적의 15배 크기인 폭 15㎞·길이 6㎞의 거대 숲에 들어서니 격자 모양의 임도가 사통팔달로 뻗어 있다. 지름 80㎝·높이 35m 이상 되는 아름드리 수목들이 꽉 들어찬 숲에 일요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요스바흐숲 임도 옆으로 벌채목이 쌓여 있다.

독일 황실 소유였던 이 숲은 1372년 프랑크푸르트시가 매입해 시유림으로만 650여 년의 역사를 지녔다. 1802년 만들어진 이 숲의 영림 계획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림 경영안으로 평가될 만큼 유서가 깊다.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도로와 임도 연결부 요소요소에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도시 숲인데도 곳곳에서 목재생산이 활발하다는 점도 이채롭다. 임도 곳곳에 산림경영계획에 따라 벌채한 아름드리 원목이 즐비하다. 도시 숲 안에도 임도 망이 촘촘히 개설돼 프로세서 등을 활용한 기계화작업이 이뤄진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산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수규 한국임업진흥원 연구원은 “이곳 도시 숲에서는 헥타르당 3.5㎥를 매년 수확하는데 도심 속 산림공원 역할을 하면서도 목재 생산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잘 가꿔진 숲과 촘촘한 임도 망을 통해 숲이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고,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산림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겨울 스키 관광지인 오스트리아 티롤주 상트요한 지역도 여름이면 촘촘한 임도를 활용한 다양한 레포츠와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산악관광지로 변신한다. 7월 12일 방문한 키츠뷔엘 호른산 아래 베르그반 스키장은 여름시즌에도 영국·아일랜드·독일 등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여름시즌은 5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개월가량 운영한다. 해발 1600m 지점까지 운행하는 곤돌라에서 내려 산 정상까지 임도를 따라 하이킹을 할 수 있다.

인기가 많은 산악자전거는 스키장 아래 대여점에서 빌려 곤돌라에 싣고 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간 후 임도 망과 연결된 코스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카트를 타고 산자락 내리막길 코스 5㎞가량을 주행하는 마운틴카트도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체험상품이다. 곤돌라 주변 임도는 유모차를 힘들이지 않고 밀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영국에서 이곳으로 휴가를 즐기러 왔다는 마크 해리슨(28) 씨는 “이곳은 한여름에도 시원해 등산·자전거·트레킹·노르딕워킹·마운틴카트 등 다양한 산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 박사는 “오스트리아는 전국적으로 임도를 활용해 2400㎞ 이상 길이의 산악자전거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베른주 융프라우 알프 임도 부근 초지에서 소 떼가 풀을 뜯고 있다.

스위스도 하절기 임도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과 레포츠 활동을 통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베른주 융프라우 일대는 여름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알프스 절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임도를 걷다 보면 만년설 빙하와 거대한 절벽으로 대표되는 설산의 압도적 위용과 소 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알프스 초지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스위스 임도 중 일부는 산악목축업이 발달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알프 임도(Alferschliessungen)다. 산악지역이 많다 보니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기 위한 이동 수단으로 임도를 만들었고, 가축방목을 위해 초지로 이동하는 길로도 활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위스 알프 임도는 현재도 관광·스포츠·목축 등 스위스의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랄프 슈아이 베른주 산림청 팀장은 “알프스 임도는 관광객들의 여가·휴양활동을 즐기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이를 예방·관리하기 위해서도 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불·병충해 대응… 임도는 섬세한 산림관리의 핵심 인프라”

■ 독일 헤센주 산림공사 요하네스 슈베드 팀장

“독일 산림도 기후변화로 병충해가 번져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망가진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는 더욱 섬세한 산림 관리가 절실하고 임도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독일 헤센주 수종분포는 너도밤나무가 29%로 가장 많고, 독일가문비 25%, 참나무 13% 순이다. 이곳 헤센주 산림공사(HessenForst) 요스바흐 영림서 요하네스 슈베드(64) 팀장은 지난달 8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로 알려진 독일 산림도 기후변화의 위기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며 “산불이 급증하고 유럽선충이 창궐해 독일 산림에서 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문비나무 숲은 집단 고사가 심각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슈베드 팀장은 “인근 요스바흐 숲도 집단적 해충 피해로 가문비 나무 고사가 심각해 6㏊ 정도를 모두 벌목했다”며 “잘 갖춰진 임도망을 통해 벌채 작업을 진행했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종 다양성이 풍부한 후계림을 조성해 산림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이 찾아간 벌목지에는 임도 주변마다 수백 그루씩 고사 벌채목이 쌓여 있었다. 특히 임도와 연결된 기계 작업로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수확기계 출입으로 인한 토양교란을 막기 위해 작업로 바닥에 잔가지들을 깔아 놓았다. 임도망을 통한 정교한 산림 관리로 토양의 유기질을 그대로 유지해 후계림이 잘 자라도록 한다.

그는 “독일은 사회적 신뢰 속에 현재는 더 이상 증설이 필요 없을 정도 수준으로 1990년대까지 꾸준히 임도를 개설해왔다”며 “독일 1등급 임도의 경우 40t 이상 트랙터가 주행할 수 있도록 시공하는데 한마디로 탱크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최적의 임도망 배치계획을 우선 고민하는 것이 독일 영림당국의 기본 업무이고 임도의 생태적 영향 등을 파악한다”며 “한국의 경우 현재 헥타르당 4m 정도의 임도 밀도는 너무 부족한 상태로 헥타르당 20m 이상의 임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슈베드 팀장은 “독일도 과거 녹색당 등에서 자연 방임 방식으로 산림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주장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도 등을 활용한 섬세한 산림 관리와 산불 대응 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산림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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