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소나기’같은 영화”…유해진X김희선 조합의 ‘달짝지근해’

강푸른 2023. 8. 8.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영화 ‘달짝지근해:7510’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진들이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성인 버전의 '소나기' 같은 느낌도 있어요. 시나리오가 재밌기도 했지만 훈훈함도 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26년 연기 인생에서 첫 '코믹 로맨스 주연'을 맡은 유해진 배우의 소감입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달짝지근해:7510'의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고른 이유를 밝히며 나온 이야기인데요. 유해진과 김희선, 두 주인공의 극 중 배역인 '치호'와 '일영'의 이름을 숫자로 치환한 '7510'이 부제로 붙었을 만큼, 두 배우의 호흡이 아주 중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숫기 없는 한 남자가 발랄한 매력의 여성을 우연히 만나며 사랑이 싹튼다는 줄거리를 따라갑니다. 2002년 '연애소설'로 데뷔해 '완득이'와 '증인' 등을 만든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시나리오 원안은 '극한직업'과 '드림' 등을 만든 이병헌 감독이 썼는데요. "마냥 웃기기만 한 것보다는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엇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이한 감독) 이야기가 되도록 오랜 각색 작업을 거쳤습니다.

영화 ‘달짝지근해:7510’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유해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치호'는 사고뭉치 형에게 잡혀 사는 데다 어린 시절 교통 사고로 인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총각이지만, 티 없는 순수함이 장점입니다. 형이 진 빚을 대신 갚으러 대부업체에 들렀다가 만난 상담원 일영을 만나고요. 스 무살 때 사고로 생긴 딸을 혼자서 열심히 키워온 일영은 어린아이와 놀아 주는 치호의 자상함을 알아보고 한눈에 끌리지만, 치호의 형 석호와 일영의 딸 진주, 그리고 치호의 상사인 제과 회사 사장 병훈 등은 이 연애가 마냥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죽었다던 일영의 전남편도 멀쩡히 살아서 훼방을 놓으러 나타나고요. 이들이 어울리며 벌어지는 '달짝지근한' 연애담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마냥 '달달하다'라고 내세우는 게 아니라, 한 단계 낮은 '달짝지근'이란 표현을 고른 이유가 뭘까. 영화 속 인물들의 로맨스는 화려한 낭만 대신 일상의 소박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분식집의 대명사 김밥천국과 대부업체 사무실, 숨이 턱 차는 경사를 자랑하는 '달동네' 골목길 등이 이들의 주 무대죠. 배우 임시완과 고아성이 깜짝 까메오로 등장해 연기하는 젊은 연인들이 이별도 화해도 "드라마처럼" 요란하게 하는 것과 달리, 이들의 연애는 평범하고 풋풋합니다. 마치 조미료 없이 편안한 '집밥'처럼요.

1990년대 연예계를 주름잡았던 '원조 정석 미녀' 김희선과 소위 '연기파 배우'에 속하는 유해진. 선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을 영화 속에서 이어주는 것도 다름 아닌 '밥'입니다. 치호의 형으로 등장하는 차인표 배우는 간담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이 하고 싶어지고, 김밥이 먹고 싶어지면 우리 영화는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뜨거운 장국 그릇이 식탁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휴지를 받쳐 주고, 잘 떼어지지 않는 김밥 한 알을 함께 집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유 배우가 영화를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 빗댄 것도 이해가 갑니다.

영화 ‘달짝지근해:7510’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희선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수백 억대 제작비를 들인 여름 대작들과 함께 극장에서 맞붙게 된 '달짝지근해:7510'만의 매력에 대해 배우들은 입을 모아 "편안한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긴장해서 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영화"(한선화 배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아주 작고 따뜻한 이야기"(진선규 배우)라는 설명입니다.

흥행을 노린 자극적 요소로 채워진 작품들 사이에서, 이처럼 순수함과 선의로 만들어진 로맨스 상업 영화는 오히려 신선하게 보입니다. 과장된 신파나 '막장' 플롯에 질린 이들에게는 매력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영화의 전개가 너무 밋밋하다 느낄 법합니다. 특히 구태여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코믹 로맨스'라고 장르를 설명할 만큼 코미디 비중이 크다고 감독 스스로 자부하는 데 비해, 영화 속 농담들이 소위 '최불암 시리즈' 시절 감성에 멈춰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사회에서 옆자리 중년 남성 관객이 끝없이 웃음을 터트린 걸 보면, 유머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라는 걸 기억해야겠지만요. 개인적으로 꼽는 이 영화의 매력은 코미디보다는 따스한 '집밥 로맨스'의 감성, 그리고 1990년대 최고의 아이콘이었던 차인표와 김희선이 세월이 흘러 평범한 인물을 편안하게 연기하는 걸 보며 느끼는 정취였습니다. 제목 그대로, '달짝지근'한 감성의 잔잔한 영화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