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 특집] 월간 산 네이버 밴드에 제보된 귀신 얘기

서현우 2023. 8. 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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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벽소령 대피소의 모습.

나는 근무지마다 귀신을 봤다. 가장 먼저는 한려해상동부사무소 거제분소다. 동부면소재지에 있는 아파트 관사에서 잠을 자는데 귀신이 벽에 붙어서 나를 쳐다봐 너무 놀란 나머지 잠을 못 잤다. 다음날 봉곡사 절에서 동자승 달력을 얻어와 방안 4벽 둘레와 출입문에 붙였더니 귀신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어 상주해수욕장 앞 한려해상사무소 행정과에 근무할 때였다. 숙소가 사무소 뒤 산 아래 연못이 있는 곳에 있었다. 연못 앞 땅이 예전에는 무덤이었는데 이를 정리한 후 빌라를 지었다는 말을 들었다.

빌라가 한눈에 봐도 허름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건물이었다. 사람이 안 산 지 너무 오래되었는지 거미줄과 온갖 벌레들이 있고 쓰레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빌라에는 몇 가구가 비어 있고 우리가 사는 숙소는 방이 두 개였다. 현관 출입문 바로 왼쪽을 내가, 다른 방은 다른 직원이 거주했다.

이 날도 공원 내 마을에서 마늘쫑 뽑기 농사일을 돕고 벽지 장판 교체 작업 등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늦은 밤 11시경에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잠을 자는데 성인 남자 귀신이 나타났다. 사실 거제를 떠난 뒤 귀신을 보리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던지라 너무 놀랐다. 다음날 사무실에 와서 직원들에게 밤새 겪은 꿈 이야기를 했더니 내 기가 약해서 그렇단다.

다음날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는데 여전히 똑같은 귀신이 꿈에 나타났다. 또 엄청 놀라 밤을 꼴딱 지새워야 했다. 아침 해가 밝자마자 금산분소 순찰을 가면서 보리암에 들러 동자승 달력을 몇 개 얻어와 퇴근 후 내 방 사방에 가위로 오린 뒤 풀로 붙였다. 그러고 나니 귀신은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새벽 안개에 뒤덮인 벽소령대피소가 괴기스럽다.

귀신은 한려해상을 떠나 지리산으로도 따라왔다. 벽소령대피소 팀장으로 임명받았을 때다. 대피소로 올라온 첫 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이들이 "팀장님 방에 귀신이 자주 출몰합니다"라며 겁을 준다.

나는 웃으며 "귀신은 이미 많이 봐서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이제는 귀신이 꿈에 안 나타난다"고 짐짓 센 척을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밤에 잠을 자는데 꿈에 처녀귀신이 옷장 위에 쪼그려 앉아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놀라면서 "이제는 여기 있지 말고 그냥 좋은데 가라"고 말했다. 근데 그렇게 한두 번 꿈에 나타나더니 재미가 없었는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장터목대피소 팀장 때도 그랬다. 부임 첫 날 팀장 방에서 혼자 잠을 청하는데 피곤한 나머지 선잠을 자다 새벽에 학창시절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이 나타났다. 나는 안타깝지만 "좋은 곳으로 가라. 나는 여기 팀장이고 내 고장 지리산을 지키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후 며칠 더 나타나더니 그냥 어디로 갔는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장터목과 세석대피소에선 유독 귀신을 자주 봤다. 장터목에선 백무동 방향 대피소 아래 140m 지점에서 추위를 피하려다가 저체온증으로 밤사이 고인이 된 사람을 수습해 노제를 지내고 경찰 헬기로 하산시킨 적이 있는데 이 분이 꿈속에 얼굴 없이 나타난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사라졌다. 좋은 곳으로 가신 건지 그 이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세석대피소 휴게실에서 잠을 자는데 자살한 여자귀신이 5단 서랍장 위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또 10대 정도 되는 남자귀신은 자고 있는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일이 생겼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여기서 이렇게 힘들게 살지 말고 이제는 너희들 편안한 곳으로 가라. 이곳 지리산은 내가 잘 지켜 줄 테니까 안심하고 가라. 또 다음 세상에서는 좋은 가정에서 건강하게 태어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그 다음날부터 지리산에선 아무리 피곤해도 귀신이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았다.

강화도 함허동천은 수도권에서 가까워 사랑받는 야영장이다. 2015년 12월 19~20일 지인들과 함허동천에서 송년 비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텐트로 돌아갔다. 2야영장 중간에 단체로 텐트를 옹기종기 설치했지만 부부 한 팀은 조용히 보내고 싶다며 위쪽으로 올라가 텐트를 쳤다.

이튿날 아침, 쉘터에 옹기종기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데 부부 팀의 여성이 식사를 잘 못한다. 이유를 묻자 "어제 밤에 귀신을 보았다"고 얘기한다. 일행들이 전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는데 그는 지난밤 있었던 얘기를 한다.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텐트를 계속 두드렸다는 것이다.

"누구세요?…누구세요?"

계속 물었더니 한참 있다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좀 주시오."

그는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저희도 지금 여기 먹을 게 없어요. 아래 쉘터에 다 놓고 왔어요"라고 답했단다.

그래도 노인은 계속 "먹을 걸 주세요. 손주가 배고파해요" 라고 했다. 계속되는 요구에 무서워서 남편을 깨웠으나 남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본인만 시달리다 아침이 되어 깨서 내려왔단다. 우리는 모두 "귀신이 왔다갔나 보네"라며 웃어 넘겼다.

2015년 함허동천 송년 비박 당시.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여름 다시 함허동천. 2018년 7월 14~15일이다. 여름 휴가야영 때 다시 사단이 벌어졌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보양식을 많이 준비해 맛있게 먹고 밤이 어두워져 각자의 텐트로 가서 취침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부 팀이 위쪽으로 올라갔다. 먼젓번의 부부가 아닌 다른 부부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어 변함없이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그런데 또 위쪽에 갔던 부부 중 남편인 후배가 말을 한다.

"형, 나 어제 밤에 귀신 본거 같아."

어이가 없었다. 비슷한 자리에서 잔 후배가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번엔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가 찾아 왔단다. 배가 고프니 먹을 걸 달라고 사정하며, 특히 고기를 좀 달라고 했다고 한다. 후배는 잠결에 귀찮아서 "디팩에 고기 있으니 가져가시오"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이 되어 밤에 겪은 일이 생각나 디팩을 뒤져 보니 고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이가 없어 모두 한참 웃었다. 웃다가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그때 이 부부는 오지 않았는데? 그 내용을 모를 텐데?

'거참, 신기하고 묘하네'

홀로 생각하고 있을 때 후배의 또 다른 한마디에 우리 모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형! 밤에 귀신을 겪고, 아침에 텐트 밖에 앉아 건너편을 보는데 거기 무덤이 보이더라. 무덤이 큰 게 2개 있고 가운데 작은 무덤까지 총 3개였어."

그러면 정말로 무덤에 있는 분들이 나왔었던 것인가! 우리는 그 이후 함허동천에 갈 때면 꼭 고수레를 한다.

함허동천 캠핑장 전경. 이 사건 이후 함허동천에 갈 때면 꼭 고수레를 한다.

2015년 8월 15~16일 춘천 모 산에서 피서 비박을 할 때다. 12명의 식구들이 함께 청정 옥수에서 땀을 식히고 저녁 식사를 즐긴 뒤 잠자리에 들었다.

밤 10시. 피곤한 회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해 나도 식탁 정리에 들어갔다. 상을 치우고 주변 정리를 했는데 과식했는지 배가 살짝 아프다. 내 삽을 찾는데 여성회원인 K가 저녁 7시에 이미 가져갔다고 했다. 다른 사람 삽을 쓰긴 뭣해서 꽤 떨어진 곳에 K가 텐트를 쳤던 걸 기억하곤 그쪽으로 갔다. 여성회원이니 조심스럽게 근처로 가서 불렀다.

"K님! 삽 가져갔죠?"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K님? 삽 좀 주세요."

침묵만이 계속됐다.

"K님?"

반응이 없어 자나보다 하고 돌아 서려다가 텐트 앞으로 가 보았다. 텐트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안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며 이름을 계속불러 보았다. 몇 분간 그렇게 불러도 대답이 없자 등에 한기가 쫙 느껴진다. 큰 소리로 부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의 일을 이야기하고 "K를 본 사람 있냐"고 하니 아무도 저녁 7시 이후에 보지 못했다. 모두가 '뭔가 잘못됐구나'하고 긴장한다.

다른 회원 한 명과 찾아 나섰다. 둘이 박지를 찾아 들어오는 입구까지 가서 20분 정도 찾아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주위를 살펴 본 식구들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 인원을 5명으로 늘려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실종이거나, 어디서 실족해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찾다 박지에서 꽤 떨어진 계곡 근처에서 희미한 소리가 산등성이 위에서 들려온다. 너무 작은 소리라 누가 라디오 틀어 놓은 소리로 착각을 했지만 다시 귀를 세우고 들어본다.

"야~호"

분명히 사람의 소리다. 5명이 모두 들었음을 확인하고 목소리 쪽으로 향해간다. 그런데 또 막상 찾으니 안 들린다. 다시 뒤돌아서려고 하니 소리가 들린다.

"야~호."

왼쪽 임도로 나가 정상 부근 능선을 찾기로 했다.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운행했다. 그리고 도착한 정상 능선에서 소리 내어 불러 보았다. 그러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2015년 춘천 모 박지에서 피서 비박을 했다.

다시 내려서니 이제 가까운 곳에서 "야호" 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큰소리로 응답해 주었다. 이번에 안 들리면 하산해서 실종 신고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소리가 들린 것이다. 박지로 가서 새로운 식구들을 보강해 재정비하고 소리 나는 곳으로 직등해 숲을 헤치고 올라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랜턴에 의지하며 가시덤불과 나무들을 헤집고 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감격해 가시에 찔리고, 나무에 긁혀도 신나서 이름을 부르며 다가간다. 한참 올라 드디어 극적인 상봉을 했다. 너무 반갑고 애잔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K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은 계곡에서 몸을 씻고 나서 보니 어둑어둑해졌단다. 박지에서 직선 50m 정도의 거리인데 그 길을 못 찾고, 잠시 내려갔다가 마음이 급해지니 위로 올라간 것이 생각지 못한 곳으로 가고 헤매게 된 거란다. 저녁 7시에 나가서 그렇게 3시간을 헤매고, 추가로 두 시간 반을 우리를 기다린 것이다.

어쨌든 K를 찾았다는 안도감 속에서 허탈감과 동시에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실종 전에 둘러앉아 산에 귀신이 있다, 없다 등의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다. 실종됐던 K는 "산에 무슨 귀신이 있냐"며 웃었었다. 그런데 일을 겪고 보니 자신의 이해되지 않은 행동을 "무언가에 홀렸다"고 표현했다. 나름 산도 잘 타고, 산행과 비박 경험이 많은 친구인데 불과 20~30m를 찾아오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헤매다 실종됐으니 과연 홀린 게 맞았다.

그 후 몇 개월 뒤 모 산악회 비박진행대장이 실종되어 4시간 만에 돌아왔는데 자신이 어디 갔다 왔는지 모른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물론 이들을 홀리는 산 귀신이 있었겠지만, 이들을 보살피고 가엾게 여겨준 산신령도 있었기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2019년 7월 20~21일 경기도 모처에 3명이 비박을 갔다. 나만 아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유명해진 박지다. 가운데 개울을 두고 자리가 협소해 2명은 건너편에 텐트 치고 나 혼자 이쪽에 텐트를 쳤다. 아침부터 내리던 이슬비는 밤에도 추적추적 내렸다. 한참 자고 있는데 누군가 텐트를 두드리며 밖에서 말을 건다.

"아저씨? 텐트 밑으로 삐삐선(군용 전화선)이 깔려 있으니 나오세요. 저희 작업 중입니다."

아닌 밤중에 도대체 무슨 소린지! 그런데 계속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삐삐선 공사하니 나오라"고 한다. 나는 귀찮아서 "텐트 안에서 몸을 돌릴 테니 잡아 뽑으라"고 했다. 그렇게 누운 몸을 돌려가며 비틀어 삐삐선 공사를 하게 했다. 그러고 조금 잠잠해지나 했더니 미군들이 와서 똑같은 소리를 했다. 이번에도 몸을 비틀어 돌리면서 선을 빼도록 도와주었다.

이젠 진짜 끝인가 싶었는데 군인 한 명이 텐트 밖에서 조용히 말을 건다.

"아저씨. 담배 있으면 하나만 주세요."

평소 담배를 즐기지 않지만(안 피우거나 하루 1~2개) 유독 그날은 담배가 있었다. 군인들의 노고를 알고 측은한 맘에 담배를 주려고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텐트 안으로 팔이 쑥 들어온다. 이어서 "나도, 나도"하며 연달아 여러 개의 손들이 들어 온다. 텐트는 찢어지지 않고 손들이 들어와 춤을 춘다.

그때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알았다. 몸부림쳐서 깨어났다. 텐트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개가 끼어 음습하다. 귀신 나올 만한 날씨다. 안개에 덮인 나무들은 비에 젖어 밀림처럼 늘어뜨려져 있다. 혹시 6.25 전쟁 때 이곳에서 우리 군인들과 유엔군이 통신작업을 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 귀신이 나와도 무서울 게 없는 것 아닌가?

사진을 보니 2019년 3월 17일이다. 100대 명산 어게인을 위해 강원도 평창과 영월 사이에 솟은 백덕산을 찾았다. 새벽에 세 명이 함께 산을 오르는데 중턱쯤 가니 한 사람이 앞서 치고 오르고, 나와 나머지 둘은 조금 뒤로 처졌다. 그런데 앞에서 분명 부부 둘이 나누는 얘기 소리가 들렸다. 간지럼 태울 때 나는 커다란 여자 웃음소리였다. 앞서 걷던 지인은 그 부부를 앞질러 가려고 힘을 주어 세게 올랐단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사람이 없었다. 갈림길도 없는 외길, 절벽을 따르는 길이었기에 어디 빠질 곳도 없었다. 그는 "분명히 앞 코너에서 노란색 배낭을 멘 형체가 지나가는 걸 봤다"고 했다. 긴가민가하며 다함께 정상에 도착하자 일출사진 찍는 산악사진가가 있다. 그에게 "노란색 배낭 멘 분 못 봤냐?"고 묻자 "아무도 안 왔다"고 한다.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뒤 면사무소에 전화하자 "직전 해에 등산객이 실종되어 아직도 못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후 그 등산객은 계곡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 지금도 귀에 생생한 그 노란색 배낭 여자의 웃음소리가 다시금 들려오는 것 같았다.

40년 전 일이다.

그러니깐 1980년대다. 한창 산에 꽂혀 이산 저산 다니던 30대 후반의 나는 겨울 덕유산 야간 등반 후 아침설경을 찍으려고 구천동 근처 식당에서 청국장으로 저녁을 먹었다. 밤중에 산에 오른다 하니 주인집 아주머니는 밥을 많이 먹고 가라고 한 그릇을 더 내준다.

밥을 다 먹고 곧장 눈에 발목이 푹푹 빠지는 산길을 두 시간인가 올랐을 때 사람 하나 없는 산중에 앞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개 속에 희미한 두 남자 모습이 보였다 안 보였다가 한다. 말소리도 들렸다 끊겼다 해서 나보다 앞서 산행한 대학생 팀이 가고 있구나 싶었다.

밤늦은 시간 산장 문을 두드리니 관리인이 "이 늦은 밤에 혼자 올라왔냐"며 놀란다. 나는 지근거리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딱히 혼자였다는 느낌이 아니어서 그런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그래서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어딨냐"고 묻자 "뭔 사람이요? 아저씨가 오늘 처음입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그럼 대체 내가 본 두 사람은 누구였단 말인가. 분명 저만치 앞서 갔는데 허깨비인가? 아니면 깊은 겨울밤 혼자 산행하는 내가 길을 잃을까 염려돼 산장까지 안내한 것일까? 미스터리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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