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낙인찍힐라”… 채무자 60%, 3년 넘게 버티다 파산신청 [심층기획-벼랑 끝 몰린 자영업자]
파산신고 기간 증가 추세
3년 변제시 탕감하는 개인회생 있지만
자영업자 ‘들쭉날쭉’ 수입에 신청 꺼려
“남의 돈 떼어먹는 것 같다” 선입견도
개인파산은 갱생 출발점
취업 제한 등 불이익 차단 규정에도
직업상 결격사유 개별 법률만 200개
“‘파산선고 복권’ 관련 규정 삭제 필요”
채무자 각종 제약 풀어야
“파산정보 기록, 경제범죄와 동일 취급
‘파산선고’ 용어, 형사사건 피고인 연상”
금융거래·신용회복 제한 완화 목소리
“자영업자들이 채무조정 절차에 빠르게 진입해 영업을 유지하면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개인회생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스스로 버티다가 폐업하고 채무상태가 악성화돼서야 도산 법원에 가는 경우가 더 많아 안타깝습니다.”
◆파탄부터 파산신고까지 기간 점점 길어져
지난해 개인파산 사건 중 ‘파탄원인이 발생한 때로부터 파산신청 시까지 기간’이 3년 이상인 채무자 비율은 60.2%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파산 신청까지의 기간이 6년 이상 10년 미만인 채무자의 비율도 16.64%에 달한다.
파산선고를 받으면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데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40대 A씨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다. ‘파산’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사기를 당하면서 2억여원의 빚이 생겼다. 자녀 셋을 키우며 이미 빠듯한 생활을 하던 B씨는 빚을 갚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법원에서 개인파산 신청을 하면 빚을 면책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나 직장 생활에 문제가 생길까 봐 법원을 찾을 수 없었다. 파산선고를 받으면 간호사 자격과 채용에 불이익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전면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인의 결격사유 규정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를 삭제했다. 그로 인해 간호사인 A씨는 파산제도를 이용해도 간호사 자격이 유지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른바 ‘신용 전과’ 문제 등 개인파산 제도 가운데 새 출발의 발목을 잡는 제약을 완화해 채무자들이 제때 적합한 채무조정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이 적고 부채가 많아 개인회생이 아닌 파산 절차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각종 제한을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박정만 경기도 금융복지센터장(변호사)은 “금융위원회는 명의도용, 보험사기 등 ‘신용질서 문란행위’에 대해 신용정보를 발생일로부터 5년 내 삭제하도록 규정하는데, 파산선고, 회생 등의 관련 정보도 발생일로부터 5년 내 삭제하도록 한다”며 “이는 개인파산을 경제 범죄와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개인파산자는 법원에서 충분한 판단 끝에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면책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면책결정이 내려지면 신용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신 제도의 악용과 남용을 막기 위해 재파산의 경우에는 기존대로 각종 제한을 두자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개인회생의 경우 대출금으로 변제금을 납부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면서 “하지만 획일적으로 신용회복에 3년 제한을 두는 것은 과도하기 때문에 이를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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