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돌아온 엘니뇨에 긴장… 건조해진 인니 팜농장 ‘불조심’

박정엽 기자 2023. 8.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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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합상사 업계가 올해 다시 시작된 엘니뇨 현상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등이 인도네시아에서 팜(palm, 기름야자) 농장을 보유한 가운데, 엘리뇨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화재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물산은 엘니뇨 때인 지난 2019년 9월 인도네시아 팜농장 현지 법인(PT. Gandaerah Hendana)이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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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합상사 업계가 올해 다시 시작된 엘니뇨 현상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등이 인도네시아에서 팜(palm, 기름야자) 농장을 보유한 가운데, 엘리뇨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화재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리아우주 페칸바루의 한 이탄(泥炭·peat) 지대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AFP·연합

7일 종합상사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등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서울시 면적(약 605㎢)에 준하는 대형 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건기(乾氣) 중 화재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체 소방대 구축과 화재 감시탑, 이탄(泥炭)토 수분 측정기 등을 설치하며 화재 예방에 나서고 있다.

매달 자체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현지 소방·산림·군 당국과 함께 공동훈련도 진행한다. 인근 마을들에 소화기 수백대를 기부하고 사용법도 교육했다.

한국 기업들이 긴장한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2019년 이후 가장 심각한 건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기상청(BMKG)은 올해 8~9월 3년 간 휴식 후 올해 다시 시작된 엘니뇨 현상에 건기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엘니뇨는 동남아시아 등 서태평양 적도 부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중·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이어지는 현상이다. 이 시기 강한 대류 활동의 영역이 서태평양에서 중태평양으로 확장·이동하면서 서태평양은 훨씬 더 건조해진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열대우림을 보유한 나라 인도네시아는 엘니뇨가 나타난 2015, 2019년에 큰 산불 피해를 입었다. 세계은행은 2019년 인도네시아의 산불 피해 면적이 9420㎢(서울 면적 605㎢의 15.5배)에 달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52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열대 우림 곳곳에 분포한 이탄지(泥炭地·peatland)가 피해를 키웠다. 이탄은 각종 식물이 습지 등에서 완전히 썩지 못하고 퇴적 및 발효되면서 점차 탄화된 토질을 말한다. 지표면에서 캐는 석탄이라는 뜻의 ‘토탄(土炭)’으로도 불리는 만큼, 이탄지 화재는 예방과 진압이 쉽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이탄지에 불을 놓아 개간하는 화전 농법을 사용하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인도네시아 63%가 엘니뇨로 인해 극단적으로 건조한 날씨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보고르의 웬닝갈리 마을에서 보고르 지방재난관리청(BPBD)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나눠주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속에 대규모 농장을 보유한 국내 상사 업계도 화재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과거 삼성물산은 엘니뇨 때인 지난 2019년 9월 인도네시아 팜농장 현지 법인(PT. Gandaerah Hendana)이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오히려 삼성물산측은 이후 3년간 현지 사법 당국과의 법적 다툼에 시달렸고, 2022년 9월에야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불은 경작권을 확보한 지역 중 현지 주민이 점유하던 곳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현지 사법 당국은 해당 사업장의 화재 예방·진압 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벌금·환경복구비 등의 제재를 가했다. 이에 삼성물산측은 “화재가 난 지역은 2008년 팜농장을 인수할 당시부터, 현지 주민들이 과거법제에 따라 토지소유권을 주장하며 배타적으로 거주·점유하던 지역”이라며 항소해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모든 법적 절차가 끝난 시점은 지난해 9월로, 재판은 3년간 이어졌다.

삼성물산측 현지 법인은 화재 사건 이후 24시간 긴급대응센터를 신축하고, 200여 명으로 구성된 소방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법적 기준인 60명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화재감시탑 40개, 소방차 3대, 드론 11기, 펌프 60개의 화재 예방·진압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엘니뇨 현상과 라니냐 현상(’엘니뇨’의 반대로, 서태평양보다 중·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온도가 낮은 상태가 이어지는 현상)은 2~7년 주기로 번갈아 나타난다. 지난 2020~2022년은 3년간 이어지는 트리플딥 라니냐가 나타났고, 올해부터는 엘니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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