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오른 프로당구…‘심야 편성’에 팬 반발 커져

김창금 2023. 8. 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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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포털의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오픈톡에 올라온 아이디 'ss587'의 하소연이다.

하루 4차례씩 피비에이 팀리그가 진행 중인데, 마지막 경기가 밤 11시에 편성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2019년 피비에이 출범 당시 '새벽 1시 PBA 프로당구 경기, 선수도 관중도 피곤하다'라는 지적이 나왔고, 5시즌째인 올해에는 '지금도 새벽 3시에 끝나는 프로당구 PBA팬 배려는 티끌조차 없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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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김창금의 무회전 킥]
프로당구 피비에이 휴온스 선수들이 5일 밤 시작해 6일 새벽 1시에 끝난 팀리그 경기에서 하나카드를 이기자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11시 경기 답답하네요.”(ss578)

온라인 포털의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오픈톡에 올라온 아이디 ‘ss587’의 하소연이다. 하루 4차례씩 피비에이 팀리그가 진행 중인데, 마지막 경기가 밤 11시에 편성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피비에이 개인전 투어에서도 결승전 등 주요경기는 밤 11시에 배치되고, 그렇다 보니 경기가 끝나는 시간은 자정을 넘어 새벽 1시, 때로는 2시에 이르기도 한다. 열성 팬들은 관심 있게 지켜볼 테지만, 다음날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팬들의 원성은 미디어 보도에서도 엿보인다. 2019년 피비에이 출범 당시 ‘새벽 1시 PBA 프로당구 경기, 선수도 관중도 피곤하다’라는 지적이 나왔고, 5시즌째인 올해에는 ‘지금도 새벽 3시에 끝나는 프로당구 PBA…팬 배려는 티끌조차 없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 소통이 가능한 유튜브 중계채널에는 심야당구에 대한 불평이 올라오고 있다. 한 마디로 경기 일찍 시작해, 자정 전에는 잠자리에 들게 해달라는 바람이다.

피비에이 쪽에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방송 시간을 조절하기는 쉽지가 않다. 지상파 계열 스포츠 텔레비전 매체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방송사는 프로야구 중계시간과 이후 하이라이트 편성까지 황금시간대에 피비에이 당구를 내보내기는 어렵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하나라도 더 많은 채널을 확보해야 하는 피비에이 입장은 ‘을’이어서 입도 뻥끗 못 한다.

하지만 스포츠 단체와 중계방송 매체의 역관계는 수시로 바뀌는 것이 역사였다. 텔레비전 중계에 힘입어 종목의 영향력이 확대되지만, 팬 기반이 확보되는 시점을 전후에 협상력이 달라진다. 프로당구가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했고, 정상 스포츠로 위상을 확립한 만큼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포털 사이트의 오픈톡 내용 갈무리.

더욱이 피비에이는 일찌감치 전문채널인 ‘빌리어드 티비’를 인수했고, ‘피비에이앤골프’ ‘아이비스포츠’ 등 자체 채널을 갖고 있다. 유튜브 접속자도 경기마다 1만명을 넘어서는 등 팬 유인 환경이 달라진 것을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쿠팡은 왜 올림픽 방송을 욕심냈을까’를 쓴 백창범 전 피디는 “유튜브가 오티티(OTT) 이전에 출현해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동영상서비스인 오티티라고 볼 수 있다. 피비에이가 자체 케이블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오티티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창에는 당구 전문 채널에서 11시 경기를 9시에 중계하고, 기존의 ‘올드 미디어’는 지연해서 중계방송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세트제, 뱅크샷 2점제, 팀리그제, 치어리더 공연, 복장개혁 등 그동안 ‘혁신’을 거듭해온 ‘피비에이 디엔에이’가 작동하기를 바라는 팬들도 있다.

김일광 한체대 교수(산업경영)는 “세련된 이미지의 피비에이 당구는 청소년과 성인, 노인, 여성이 참여하는 생애주기적 스포츠로서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들 충성도가 높은 팬의 시청욕구를 충족시키고, 관람 스포츠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고관여 팬층의 중계시각 개선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피비에이는 처음 출발할 때 양적팽창을 꾀했고, 이제 질적인 전환을 이뤄야할 시점에 온 것 같다. 당연히 스포츠 공급자 마인드보다, 최종 소비자인 시청자의 편익을 고려하는 관점의 이동 역시 중요해졌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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