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노동자’도 아닌 우리, 누가 보호해주나요? [위기의 택시협동조합]②

박가영 2023. 8. 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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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택시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택시협동조합.

현재는 경영진의 비리와 부실경영으로 파행을 맞고 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요.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걸까요.

택시협동조합 차고지에 서있는 택시들.


법인택시 삼킨 협동조합

대구의 경우 특히 택시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업체 수는 경북, 경남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법인택시에서 협동조합 택시가 차지하는 차량 비율은 40%로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특이한 점은 대구에선 법인택시가 협동조합으로 흡수되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대구시 법인택시 등록 차량 대수 현황.


택시협동조합이 대구에서 처음 운행을 시작한 2016년, 당시 업체는 2곳에 등록된 차량은 233대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법인택시는 업체 89곳에 5천146대의 차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7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올해 기준 택시협동조합은 12개 업체, 천43대의 차량을 보유한 반면,

법인택시는 72개 업체, 차량은 절반 수준인 2천753대로 반 토막 난 겁니다.

실제로 대구 택시협동조합 12곳 전체가 일반 법인택시에서 조직을 변경하거나, 법인택시의 차량이나 회사를 사들이는 '양도양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시장 커지는데...'핑퐁게임' 바쁜 정부·지자체

이처럼 택시협동조합이 커지면서, 경영진의 방만 경영으로 인한 문제도 계속 터져 나오는데
관리·감독 주체인 대구시 관계 부서는 담당이 아니라며 '핑퐁게임'만 하고 있습니다.

법인택시로 분류되지만, 운영상 협동조합법을 따르다보니 '협동조합법'과 '운수법', '택시발전법'의 중복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관리 부서도 협동조합 운영은 민생경제과, 택시 운영은 택시물류과로 나눠져 있습니다.

대구시에선 민생경제과와 택시물류과가 택시협동조합을 나눠서 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부서의 관계 법령에 따른 과태료나 벌칙 사항이 아닌 경우, 적극적인 개입이 힘들다는 게 시 관계자의 입장입니다.

협동조합법을 관할 하는 정부 부처 역시, 조합택시의 문제는 이사장 개인 비리라며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정관이나 회계장부 이런 걸 정보 공개를 하거나 했을 때 지자체나 국가가 이걸 공개하라 마라 이렇게 개입을 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기본적으로 민간이니까 민사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거죠. 일반 회사가 방만경영을 한다든가, 횡령배임을 한 걸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감독하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 "노동자 아니다." 찬밥 신세 전락한 조합원

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은 노동청입니다.

탈퇴 조합원인 서진 씨는 조합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해 노동청을 찾아갔습니다.

퇴직금 명목으로 '퇴직적립금' 10만 원씩 매달 조합에 냈는데, 막상 조합에서 나오자 이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노동청에서 돌아온 답은 황당했습니다.

협동조합 조합원은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노동을 하는 실질적 노동자라 하더라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진/◇◇택시협동조합 탈퇴자
"노동청에 가면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 우린 모른다. 대구시 택시물류과에 가면 너네는 협동조합이니 민생경제과로 가라. 민생경제과로 가면 너네는 법인택시니 택시물류과로 가라. 그러면 우리의 권리는 도대체 누가 보장해주나요? "

■ '오죽하면...' 자구책 마련 나선 택시협동조합들
대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가 운행중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방치 속에 전국의 협동조합 택시업계가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대로 침몰할 순 없다는 겁니다.

전국 77개 택시협동조합 가운데 80%인 60곳이 연말까지 연합회를 꾸려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연합회가 창설되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준비위원회 측의 입장입니다.

첫 번째는 출자금 환수입니다.

연합회와 금융기관이 연계, 금융기관이 출자금을 조합원들에게 대출해주면 연합회는 연대보증을 선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이 탈퇴하더라도 금융기관을 통해 안전하게 출자금을 환수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는 투명한 경영입니다.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택시협동조합 대다수는 감사진이 이사장과 결탁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외부 회계감사를 결정해도, 이사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에 연합회가 감사권을 갖고, 조합마다 감사를 투입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유길의/대구협동조합지원센터장
"사실 정부에서 직접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한 개 한 개 협동조합이 교육도 잘하고 사업도 잘하기가 힘든데 이런 걸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죠.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 연합회 구성입니다. 택시협동조합들과 함께 연합회를 꾸리기 위해 권역별로 설명회도 하고, 실태조사도 하고 있고요."

설립 취지를 뒷받침하지 못한채 허술한 제도로 잡음이 잇따르는 택시협동조합.

운영을 정상화 시켜보겠다는 구성원들의 자구노력이 바래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자치단체의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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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go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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