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때 쓰세요"…흉기공포 지하철역 호신용 스프레이 익명 나눔

홍대입구역 시민들 1개씩 챙겨가자
일부 누리꾼 "몰카? 마약?" 의심 씁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연달아 일어난 묻지마 흉기 난동과 쏟아지는 살인 예고 글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출구에 호신용 스프레이(분무기)가 담긴 바구니가 등장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출구에는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호신용 스프레이 가져가실 수 있도록 두고 갑니다"라는 글과 함께 작은 공병에 담긴 호신용 스프레이가 바구니에 쌓여 있었다.

이를 두고 간 시민은 "꼭 위험한 순간에만 사용하길 바란다", "한 사람당 한 개씩만 가져가 달라" 등 당부와 함께 추후 호신용 스프레이가 다 소진되면 바구니를 수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스프레이를 가져갔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개인이 두고 간 것 같은데 2개 가져오려다가 1개만 가져왔다"며 "지하철 내리자마자 뿌려봤는데 호신용 스프레이 맞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걸 공짜로 사람들 가져가라고 줬다. (공병에) 아무 로고도 없는 거 보니까 홍대에 사는 사람이 그냥 두고 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트위터 갈무리)

바구니에 가득 차 있던 스프레이는 몇 시간 뒤 바닥을 보일 정도로 개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현장 반응에 비해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먼저 호신용 스프레이를 나눠준 이에게 고마워하는 누리꾼들은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 "다이소에서 파는 공병인 거 같은데 하나하나 다 (스프레이 액체) 넣으신 것 같다. 고생하셨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라졌던 인류애가 다시 생겼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것도 또 다른 테러면 어떡하냐. 한국은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제발 길거리에서 주는 거 함부로 받지 마라", "용기에 제품명 쓰여 있지도 않고 낱개 포장도 아니고 뭐가 들어있을 줄 알고 막 가져가냐", "마약이면 어떡하냐", "알고 보니 몰래카메라 설치돼 있을 수도", "저걸로 2차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등 악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외에도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게 되는 이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프다"는 한탄도 이어졌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