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 시절 S동생은 잘살고 있을까…'S언니 시대'

김용래 2023. 8. 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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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두 살 많을 뿐인 2학년이나 3학년 선배들은 점심 도시락을 재빨리 해치우고 1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S동생 찾기에 열을 올렸다. 이른바 S언니 시대였다."

동네나 학교 선후배 간에 S언니와 S동생이 되는 것이 유행하던 1970년대, 청소년들은 공개적으로 S언니, S동생을 만들어 손 편지와 선물 등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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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세르 장편소설 '가정교사들'
[산지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S언니 시대 = 조화진 지음.

"겨우 한두 살 많을 뿐인 2학년이나 3학년 선배들은 점심 도시락을 재빨리 해치우고 1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S동생 찾기에 열을 올렸다. 이른바 S언니 시대였다."

'S언니'는 영어로 'step sister', 혹은 '수양 언니'의 준말로 친자매만큼 가까이 지내는 언니를 뜻한다. 동네나 학교 선후배 간에 S언니와 S동생이 되는 것이 유행하던 1970년대, 청소년들은 공개적으로 S언니, S동생을 만들어 손 편지와 선물 등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조화진의 장편 'S언니 시대'는 70년대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 수자가 S언니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의 성장소설이다.

서울로 대학 간 친언니 수이, 수자의 집에서 식모살이하는 수양 언니 정순, 차분하고 글 잘 쓰는 단짝 유경, 서울에서 명문 여대를 나온 가정 선생님 문승희, 소설가를 꿈꾸는 점방집 언니 등 중학생 수자의 시선에 포착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당시 S언니와 S동생 같은 문화가 유행했던 것은 왜일까.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세상과 가부장제 아래에서 미약한 여성들이 연대해 힘을 키우고, 성장하며 얻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서로 위로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마치 긴 꿈 같았던 어린 시절. 그 시절은 아침 해가 뜨는 것만큼이나 짧았다. 내가 거쳐 온 시기에 키스를 보낸다"고 적었다.

산지니. 260쪽.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정교사들 =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울타리로 막힌 정원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저택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는 세 명의 젊은 가정교사 엘리오노르, 로라, 이네스. 이들의 주요 일과는 애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날이 저물 무렵 지나가는 낯선 남자를 유혹해 잡아먹는 일이다.

'가정교사들'은 공쿠르상과 페미나상,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들을 받은 프랑스 작가 안 세르가 여성의 성적 욕망에 관한 고전적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쓴 작품이다.

짧은 분량에 성적 억압과 낭만적 사랑, 고독과 관음증, 사회 계급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 의식을 녹여낸 소설로, 전복적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돋보인다.

1992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2018년 뒤늦게 영미권에 번역돼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 배우 정호연과 릴리 로즈 뎁 주연, 조 탤벗 감독의 연출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은행나무. 152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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