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마약 사용을 비범죄화했던 포르투갈의 근심[PADO]
[편집자주] 마약 사용의 비범죄화는 세계적으로 진보 진영의 주된 화두입니다. 형벌 일변도의 마약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으니 마약 사용에 대해 처벌을 내리는 대신 보다 유화적인 교화 정책을 취하자는 것이죠. 해외 진보 진영의 논의가 빠르게 수입되며 마약 사용도 급증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비범죄화 논의가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비범죄화는 옹호론자의 말마따나 마약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워싱턴포스트의 2023년 7월 7일 기사는 세계 최초로 마약 사용을 비범죄화한 포르투갈의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마약 과다 복용과 주사기를 통한 에이즈 감염은 줄었지만, 범죄는 늘었고 아이들이 노는 공원엔 버려진 주사기가 가득합니다. 마약 비범죄화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유서 깊은 항구 도시 포르투의 후미진 곳은 마약 중독에 사로잡혀 있다. 사람들은 수척하고 투박한 손으로 코카인 파이프를 집어 입술에, 주사기를 정맥에 가져간다. 당국은 마약 중독자 소굴이 공원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사육장 같은 골목길을 철제 난간과 울타리로 봉쇄하고 있다. 인근의 값비싼 콘도와 수백만 유로짜리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는 피포위 심리가 뿌리내리고 있다.
포르투갈은 마리화나와 코카인, 헤로인 등 모든 마약 사용을 비범죄화하는 실험을 단행해 다른 나라에 영감이 됐다. 그러나 현재 포르투갈 경찰은 마약 사용 인구의 급증이 범죄 양산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한 동네에서는 파란색 주사기 뚜껑, 헤로인을 희석하기 위한 시트르산 용기 등 국가에서 보급한 마약용 도구가 초등학교 밖 인도에 버려져 있었다.
포르투 경찰은 마약 사용이 만연한 지역을 대상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 상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최근에는 국고 보조를 받는 마약 센터 앞에서 자고 있던 줄무늬 바지의 수척한 남성 한 명을 오후 순찰을 돌던 경찰관 넷이 깨운 일도 있었다. 경찰이 깨우자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반항적으로 코카인 흡입 파이프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고개를 저으며 현장을 떠났다.
미국 오리건 주를 비롯, 마약을 비범죄화하려는 세계의 진보 성향 지역이 포르투갈을 모범으로 삼고 있지만 이제 이곳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마약 남용자를 등록하려는 열의를 잃고 있다. 마약을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수년 동안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도시 내 마약 사용자가 가시적으로 대거 늘면서 포르투 시장을 비롯한 몇몇은 논란의 소지가 큰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했던 포르투갈의 마약 관리 모델을 재고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오늘날 포르투갈에서 학교나 병원 근처에서 흡연하는 것은 금지입니다. 아이스크림과 사탕을 광고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죠. 하지만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루이 모레이라 포르투 시장이다. "마약을 일상으로 만든 겁니다."
코카인 생산량이 세계적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암페타민과 메스암페타민 압수량은 폭발적이다. 수년에 걸친 팬데믹은 개인의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마약 사용을 조장했다. 미국만 봐도 오피오이드와 치명적인 합성 펜타닐을 필두로 한 마약 과다복용 사망자가 2021년과 2022년 모두 10만 명을 넘었는데, 이는 2015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미국 교도소 수감자의 85%가 물질사용장애(특정 물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인지적·행동적·신체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이를 중단하거나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앓고 있거나 마약 또는 약물 사용과 관련된 범죄로 수감됐다.
이에 대한 해답이 대서양 건너 유럽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에 숨어있는 듯 보였다. 2001년 포르투갈은 수년간 이어왔던 처벌 위주 정책을 폐기하고 피해 감소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10일분 소지 및 구매를 포함한 모든 개인용 마약 소비 행위가 비범죄화됐다. 마약 소비는 여전히 불법이다. 다만 마약을 오용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감옥에 보내는 대신 '단념 위원회'에 회부한다.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에게는 당국이 벌금 등의 제재를 부과하고 치료를 권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할지 여부는 자발적으로 결정한다.
다른 국가에서도 마약사범을 형벌제도 밖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럽에서 포르투갈만큼 이를 가장 철저하게 제도화한 나라는 없다. 정책 변화 이후 몇 년 만에 마약 비범죄화를 둘러싼 주요 논란 중 하나였던 주사기를 통한 HIV 감염률이 급감했다. 2000년부터 2008년새 교도소 수감자 수는 16.5% 감소했다. 공적 자금이 교도소에서 재활시설로 이동하면서 약물 과다 복용률도 감소했다. 우려했던 마약 사용 급증을 보여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포르투갈에서 비범죄화를 반대하는 이들이 예측했던, 그리고 전 세계의 비범죄화 반대 진영이 전형적으로 우려했던 공포의 퍼레이드 중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2009년 미국의 케이토연구소가 발표한 획기적인 보고서의 표현이다.
그러나 비범죄화가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포르투갈 일각에서 오랫동안 자랑스러운 국가적 합의였던 마약 비범죄화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찰은 도시 내 가시적인 마약 문제가 수십 년새 최악의 수준이며, 정부 지원을 받으며 중독자 대응을 주로 맡아온 NGO들은 치료보다는 평생 마약을 복용하는 것을 인간의 권리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더 끌리는 것 같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손발이 묶인 상태죠." 안토니우 레이탕 다 실바 포르투 시경찰청장의 말이다. 그는 현재 상황이 비범죄화 시행 몇 년 전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새로 발표된 국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 약물 사용 경험이 있는 성인의 비율은 2001년 7.8%에서 2022년 12.8%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유럽 평균보다는 낮다. 포르투갈의 고위험 오피오이드 사용률은 독일보다 높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는 낮다. 그러나 포르투갈에서 마약 사용 비범죄화를 지지하는 이들조차도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인정한다.
(계속)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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