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공포에 빠진 모스크바...우크라 드론의 양면성

김재형,손민성 2023. 8.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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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의 반격 카드 '장거리 드론'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 '보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주력했던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넘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점령지 또는 국경 지역이 아닌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이 전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러시아를 타격하는 우크라이나의 주력 무기는 무인 드론입니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Small Strikes and Big Ambitions," 공격 규모는 작지만, 거기엔 큰 야망이 담겨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에 실린 야망을 들여다봤습니다.

모스크바 중심가 또 드론 피격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 고층 건물
현지 시각 8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 고층 건물이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드론은 21층에 충돌했고 건물 창문들이 부서졌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공격받은 건물에 러시아 경제개발부, 디지털부, 산업통상부 등 정부 부처가 들어서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총 3대의 드론이 모스크바로 날아왔고, 이 가운데 2대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에서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1대도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요격했지만, 건물과의 충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 건물에는 이틀 전인 30일에도 드론 공격으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두 차례 공격 모두 우크라이나가 보낸 드론으로 추정됩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전쟁을 체감하기 힘들었던 모스크바 시민들에겐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스크바 시민 : 그곳을 걷고 있는데 폭발이 일어났고 즉시 뛰었습니다. 파편이 날아다니고 연기가 피어올랐어요. 파편이 컸어요.]

[안나 파블로바 / 모스크바 시민 : 새벽에 끔찍한 소음 때문에 깼습니다. 천둥인 줄 알았는데 비도 안 오고 내 개는 무서워하며 소파 밑에 숨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으로 이루려는 목적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공격으로 러시아 국민 사이에 공포심을 확산시키는 겁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정부가 드론 공격을 공식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으면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폭발 직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동안의 모호한 입장과 상반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 전쟁은 서서히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기지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것은 불가피하고 지극히 공정한 과정입니다.]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본격 시작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립니다. 러시아 본토를 노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올해 들어 급증했습니다.

5월 3일 크렘린궁을 시작으로 최근 모스크바 경제 지역 공격까지, 확인된 것만 6~7건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드론 공격과 비교할 때 불과 두 달 사이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

기존 공격이 러시아 군사 시설과 석유 저장소 등을 노렸다면, 최근 공격은 수도 모스크바, 특히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집중 타격하는 양상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공격에 대한 공포심을 주입해 푸틴의 야욕에 부담을 주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드론이 폭발할 때마다 우크라이나가 다음에 어디를 공격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군사력에서 여전히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작은 드론 공격을 통해 엄청난 심리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드론 기종 (자료 : 뉴욕타임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이런 드론들을 어디서 공급받고 있을까요? 정답은 자체 조달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될 당시 우크라이나의 7개 회사가 드론을 제작했습니다. 현재는 무려 40개 이상의 업체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계약을 맺고 드론을 제작 중입니다.

제작 비용 일부는 민간 자금과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발한 드론은 장거리 이동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타격하기 위해선 장거리 비행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우크라이나 자체 개발 드론은 크게 세 종류.

먼저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이라고 부르는 보버(Bober), 그리고 UJ-22 에어본, 마지막으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기종입니다.

모두 장거리 비행이 강점인 기종들입니다.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대 6시간, 900km 거리까지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날리면 모스크바를 포함해 웬만한 러시아 주요 도시들이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드론들은 우크라이나 인플루언서 이호르 라첸코프의 SNS 계정을 통해 간접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라첸코프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관계자로부터 장거리 드론 제작에 사용할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라첸코프와 팔로워 100만 명은 약 50만 달러를 모금해 드론 제작에 힘을 실었고 보버(Bober)라는 이름의 드론이 완성됐습니다.

5개월 후, 그러니까 5월 3일 보버는 크렘린궁에 대한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크라이나 드론 '보버' (출처 : 라첸코프 텔레그램)
크렘린궁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 라첸코프가 sns에 올린 사진입니다. '보버' 드론 옆에서 찍은 사진들과 함께 모금 목표를 달성한 팔로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여러분의 놀라운 성원과 보내주신 모든 기부금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적들, 그러니까 러시아는 이미 이 무인전투기의 출현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앞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첸코프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 남성,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 소속인 카일로 부다노프입니다.

사진 속 라첸코프는 부다노프가 준 그림 선물을 들고 있는데 크렘린궁에 폭탄 두 발을 투하하는 드론을 그린 그림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앞선 4월 24일 모스크바 동쪽 노긴스크 공격 당시에는 UJ-22가 사용됐습니다.

격추된 드론 사진을 보면 라첸코프가 올린 사진 속 기종과 같아 보입니다.

7월 25일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드론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난해 1억 8천만 달러에서 올해 10억 달러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려 10배 증액했습니다.

여기서 미국 등 서방에서 무기 공급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기술로 드론 개발에 힘을 쏟은 이유를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과 나토 등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서도 전면적인 무기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자칫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데 사용된다면 3차 대전으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무기들은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러시아군을 표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약속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드론 공격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공격했다고 비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드론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매일 미사일로 폭격하는 러시아의 보복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군사력에서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쓸 수 있는 효과적인 반격 카드는 드론 외에 많지 않아 보입니다.

전쟁사를 보면 약자는 종종 게릴라 전술을 이용해 강자에 대응해왔습니다.

게릴라 전술은 예측 불가능한 소규모 공격, 예를 들면 매복과 같은 전략을 통해 적의 심리를 흔들고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지렛대처럼 작은 힘으로 큰 힘을 누르는 전략입니다.

러시아 심장부 모스크바에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이런 게릴라 전술에 빗댈 수 있습니다. 소규모 공격으로 러시아 국민에게 전쟁에 대한 공포를 주입하는 방식이죠.

공포를 통해 여론이 나빠지면 푸틴의 전쟁 추진력 또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술이 자칫 3차 대전 또는 핵전쟁으로 확산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분명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섬세한 전략과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없으면 작은 불씨에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손민성(smis93@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조명 : YTN제작기술부

참고 기사 : 뉴욕타임스, 로이터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손민성 (smis9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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