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제주도는 한산하고 일본이 북적이는 진짜 '이유'

김인오 2023. 8. 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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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19년 가족과 함께 몽골 여름휴가를 다녀온 이후 무려 4년 만에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모처럼 만의 휴가라 가족 모두가 설렘과 기다림으로 점철됐다. 인간의 내면에 내재한 본능적 욕구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원시시대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하러 떠났다. 지금은 삶에 지친 내 영혼의 안식을 위해 떠난다. 여행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삶에 잠시 쉼표를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하지만 삶의 질도, 쉼표도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해 무너졌다. 아니 왜 휴가철인 이 성수기에 휴가객이 보이지 않는지를 알 것 같았다. 가족 모두 기대했던 제주에 많은 상처를 받았고 다음엔 일본으로 가자는 말이 나올 만큼 실망스런 여행이었다.

예약한 족욕체험장을 지리에 밝지 못해 그만 10분을 늦게 갔다. "늦어 죄송하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안 된다. 10분이나 늦었다. 못 들어간다"며 마치 잘못한 사람을 나무라듯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즐겁자고 온 여행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얼어붙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제주서 관광지로 유명한 D시장에서는 회를 구입해 요리를 해주는 식당에서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비싼 비용을 받았다. 손님이 들어와도 인사도 없고, 수저도 안주고 반찬도 심지어 횟집 사장께서 보다 못해 세팅을 했다. 갈치를 구워주고 밑반찬 세팅 한 것 밖에 없다. 그 돈이면 빈손으로 들어가 시켜 먹어도 4명이서 충분히 먹고 남을 가격이었다. 

그동안 제주를 많이 찾았지만 주로 골프장에만 있어 몰랐다. 아는 지인은 택시비용은 물론 대리 기사를 불러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바가지를 썼다고 한다. 해변가 파라솔, 주차, 식음료 바가지 상혼에 예상 비용보다 30% 이상을 쓰고 왔다는 것이다. 또 골프 여행을 간 지인은 2박3일 골프 여행비용으로 비싼 그린피를 비롯해 190만원이 들었다면서 이정도면 오히려 일본 골프투어가 낫겠다 싶어 휴가 때 오사카 쪽으로 다녀왔다. 올해 1분기 제주도 골프투어 여행객이 34.9%나 줄었다. 그런가하면 올해 7월 31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750만여명으로 지난해 대비 6.9% 감소했다. 

한산한 제주도에 비해 일본은 북적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객의 마음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아무리 학회와 전문가들이 세미나를 하고 많은 대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사실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등을 돌리게 한 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제주에 사는 지인께 왜 불친절하고 외지인에 바가지 상혼이 횡행하느냐 물으니 "제주도 분들 속은 안 그렇다"고 말한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행 온 사람들이 속마음까지 헤아려야 할까. 분명한 것은 관광과 여행 접점에서 일하는 분들은 달라야 한다. 따듯한 표정 하나, 말 한마디가 더 시급하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말은 생각한 다음에 하고,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기 전에 그만두어야 한다. 인간이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특별하지만 그 언어 때문에 커다란 손해를 본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주 사소한 하나가 제주로 오게 하고 등 돌리게 만들 것이다. 단 한 번으로 끝날 여행이 아니다. 좋으면 열 번, 스무 번도 가는 것이 여행이다. 조지 무어는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 한다"고 했다. 진정으로 여행지에서 나를 찾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그곳을 가고 싶어져야 할 것이다.

모처럼 만에 찾은 손님에게 4만원 받을 것을 8만원 받고 나서 기왕이면 10만원 받을 걸 그랬나하고 생각하는 것이 또 인간의 심리 속에 내재돼 있다. 30년 간 50개국 이상, 300회 이상의 여행을 다녀봤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그 어디를 다녀봐도 제주도만큼 아름답고 세계적인 여행지는 없다.  

공자는 "많은 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많은 사람이 싫어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변화다. 변화가 없으면 변할 수 없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발적 충격을 통해 변화해야 할 것이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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