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공포의 흉기 테러… 車로 행인 덮치고 쇼핑몰 들어가 범행
시민·경찰·취재진 등 엉켜 아수라장
사건 초기 “범인 여럿” 목격담 돌아
경찰선 20대 피의자 단독범행 추정
전문가 “신림역 사건이 촉발제” 평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또 ‘살인 예고 글’
흉기 테러 당시 폐쇄회로(CC)TV로 추정되는 영상을 보면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최씨는 손에 흉기를 든 채 시민들에게 달려들었다. 한 여성이 뛰어서 도망치자 뒤쫓는 장면도 담겼다. 그는 여성이 방향을 틀어 달아나자 그 앞에 있던 다른 남성의 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이어 다른 범행 대상을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서현역 일대는 평소 많은 시민이 오가는 곳이다.
최씨가 몰던 차량에 들이받혀 다친 시민은 5명으로 파악됐다. 4명이 크게 다쳤고, 1명은 비교적 부상이 경미했다. 중상자 2명은 각각 의식 저하와 심정지 상태로,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가 더 늘 수도 있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다. 그는 경찰에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 한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마약 간이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음주 상태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초기 온라인 공간 등에선 “범인이 여럿”이란 주장이 나돌기도 했으나 경찰은 최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서현역 일대는 참혹했던 범행의 여파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 서현역에서 AK플라자 출구로 나가려는 시민과 현장을 통제하려는 경찰, 현장을 찍으려는 취재진, 구경하러 온 인파가 뒤엉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범행 현장인 1, 2층은 아예 출입이 통제됐다. 백화점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아 무섭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건 당시 AK플라자 안에 있었다는 이모(27)씨는 “5시50분쯤 백화점 안 시계탑 앞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려는데 2층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그 남성(최씨)이 내려오는 걸 봤다”며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백화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분을 찔러서 그걸 본 사람들이 놀라 백화점을 빠져나갔고, 저도 그 길로 출구로 나왔다”고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사건 당시 영상과 사진 등이 공유되며 불안감이 확산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무서워서 못 다니겠다”, “방검복이라도 입고 다녀야 하느냐” 같은 글과 함께 사진·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흉기 테러의 피해자로 보이는 시민이 백화점 바닥에 누워 있고, 다른 시민들이 둘러싼 상황, 119 대원들이 부상자를 살피는 모습, 폴리스라인이 쳐진 장면 등이 담겨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신림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지금까지 10건 올라왔다.
배상훈 우석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서현역 사건은 사회에서 신림역 사건의 피의자 조선을 다루는 방식을 보고 강력하게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조선이 ‘불행하다는 서사’를 부여받는 과정을 보면서 사회적 불만과 열등감을 공유하는 이들이 조선을 영웅시해 모방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즉각적인 출동체계 등을 확보해 범죄가 벌어진 다음 잡으러 다니는 것보다 미연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범죄를 막기 위해 잇단 살인 예고 글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정 교수는 “신림동 사건에 이어 이번 서현역 사건까지 무차별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이버 상의 혐오 범죄를 ‘표현의 자유’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김주영·김나현·조희연 기자, 성남=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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