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노인회, 김은경 사진 때리며 "정신 차려라"

위지혜(wee.jihae@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3. 8.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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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뒤늦게 사과했지만
벼랑끝 野혁신위 해체 위기
잇따른 구설에 당내 부글부글
70세 이상 野지지율 급락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오른쪽)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방문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과 면담을 하던 중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인 폄훼' 발언 논란 나흘 만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혁신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발언이 논란이 된 후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김 위원장은 직접적인 사과보다는 두 차례에 걸쳐 유감 표명을 했다. 하지만 거센 여론의 비판과 당 지도부의 설득에 결국 몸을 낮추고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지난 일요일 청년좌담회에서의 제 발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논란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표명한 후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로 이동해 김호일 노인회장을 만났다.

노인회는 김 위원장을 보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형술 노인회 부회장은 김 위원장이 인사하자 "아버님 어머님이 안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 온 국민이 분노하고 노인들이 난리"라며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때리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준비해온 김 위원장의 사진 판넬을 꺼내고는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라고 외치며 5번을 때렸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일정이 있어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과가 늦은 이유를 설명한 후 "마음 상하게 해드린 것에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 푸셨으면 좋겠다"고 사과했다. 최창환 노인회 부회장은 김 위원장을 향해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으실 생각이 없나"라며 사퇴를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다른 문제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사과 시기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끼리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에게 '노인 폄훼'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 대한노인회를 찾아가자고 설득했으나 김 위원장은 춘천 간담회를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가라"고 지시한 날이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과 혁신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해식 조직사무부총장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사과를 전했다.

잇따른 구설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권을 부여한다'고 약속했던 혁신위의 동력도 앞으로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혁신위는 당초 이르면 3일 중으로 3호 혁신안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혁신위는 3호 혁신안으로 대의원제 축소, 현역 국회의원 3선 연임 제한 룰, 청년 비례대표 공천 확대 등을 검토해왔다.

혁신위 내부에서 존재해온 국회의원들과 원외 혁신위원들 간의 갈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학력 저하가 심한 코로나19 세대 학생들에 비유해 논란을 샀던 혁신위는 '노인 발언'이 있었던 직후인 지난 1일 민주당 재선 의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는 혁신위에 대해 '위원장 사퇴론'을 넘어 '해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안민석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의원들 단체채팅방에서 김은경 위원장에 대해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앞으로 실수하면 저부터 나서서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에 대해 "원래 태생이 그랬고 설화가 생겼으니 빨리 해체하는 게 낫다"며 "사퇴하고 더 할 일도 없다"도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70세 이상 노인 연령층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한편 야당이 뭇매를 맞는 시점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국 경로당에 냉방비 10만원씩을 특별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동원경로당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전국 6만8000개 경로당에 냉방비 등 필요한 폭염 대책에 쓰시라고 10만원씩 지원을 특별히 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며 "아침에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다 청취했고, 폭염도 재난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전국 노인정에 지급하기로 한 지원금 지급 시기는 9월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월이 됐든 10월이 됐든 경로당의 추가 지원 수요가 있다면 1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위지혜 기자 / 신유경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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