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장사 있나···남녀노소 구분 없이 양산 쓴다

노도현 기자 2023. 8. 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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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계속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에서 시민들이 강한 햇살에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가 무슨 양산? 처음 써봤는데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3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양산 제품 페이지에 이런 상품평이 올라왔다. 다른 제품에는 “이거 없었으면 녹아내렸겠다”는 평이 달렸다.

중장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산이 남녀노소 누구나 쓰는 여름철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강한 햇빛에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남자는 양산 쓰면 모양 빠진다’는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화한 지난달 25∼31일 양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다. 지난달 한 달간 G마켓의 양산 판매 추이를 보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남성의 구매 증가율이 12%로 여성(5%)을 앞질렀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지난 5월1일부터 전날까지 패션잡화 부문 인기검색어를 분석해보니 양산이 크록스, 레인부츠에 이은 3위에 올랐다. 30~40대가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양산은 햇빛을 막아 체감온도를 7~10도 낮춰준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온열질환은 물론 피부질환과 탈모까지 예방할 수 있다. 견디기 힘든 폭염이 매년 반복되면서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드래곤이나 BTS가 양산을 써서 유행시켜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레이스와 꽃무늬만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양산을 취급하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선 다양한 디자인의 양산을 선보이고 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비가 떨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우산과 양산 기능을 겸한 ‘우양산’도 인기다.

30대 직장인 A씨는 “멋부리는 것보다 내 건강 챙기는 게 우선”이라며 “요즘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쓰고 다녀서 누가 쓰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폭염 피해가 심각했던 2018년 ‘남성 양산 쓰기’ 캠페인이 확산됐다. 이듬해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를 비롯해 국내 지자체들도 양산 쓰기 캠페인에 나섰다. 올해도 지자체들은 주민센터 등에서 양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양산 쓰기를 독려하고 있다.

양산을 고를 땐 일반 상식과는 달리, 안쪽 색상이 검은색인 제품이 좋다. 빛을 잘 반사하는 흰색은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을 반사해 양산 아래 쪽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한다. 반면 검은색은 답답해보일지라도 열을 흡수해 피부 온도를 낮춰준다. 양산을 쓰는 게 가장 좋지만, 급할 땐 검은색 우산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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