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OST ” BIFF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최고의 한 곡

김미주 기자 2023. 8.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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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초입에 들어선 지난 4월, 부산국제영화제(BIFF) 프로그래머 9인에게 영화가 아닌 영화음악 추천을 1곡씩 부탁했다. 부산지역 예술인들의 2023년 새해 추천 플레이리스트(국제신문 지난 1월 5일 자 11면 보도)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기획했다. 전 세계 영화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보고 느끼는 프로그래머들은 고심 끝에 저마다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1곡씩 추천했다.
 
다만 9명 가운데 박성호 프로그래머(동남아시아)는 당시 “뭐든 하나만 고르는 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영화음악도 마찬가지”라며 눈물 이모티콘으로 대답을 갈음하며 끝내 추천곡을 보내주지 못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지나는 동안 BIFF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 5월 초 이른바 ‘BIFF 사태’가 터져 두 달가량 이어진 것이다. 한여름이 된 지금에서야 그때 작성한 프로그래머들의 영화음악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BIFF 혁신위원회가 정식 출범했고, 올해 제28회 BIFF의 무사 개최 쪽으로 에너지는 집중되고 있다.
 
현장에서 영화제를 책임질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영화음악 추천 플레이리스트로 영화 같은 순간으로 들어가 보자. 올가을에 만날 제28회 BIFF(10월 4~13일)를 기다리며.

# 선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 대행(수석 프로그래머, 일본·서아시아)

영화 ‘옛날 옛적 서부에서’ 스틸컷.


영화▶ 옛날 옛적 서부에서

곡명▶ 옛날 옛적 서부에서 (엔리오 모리코네)

이유▶ 엔니오 모리코네의 주옥같은 음악 가운데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특히 아름다운 선율이 황홀하게 온몸을 감싸는 명곡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엔니오 모리코네를 놓고 “현대의 베토벤이며 모차르트”라고 표현한 이유가 뭔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납득이 간다.

추신▶ 이 영화는 이탈리아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가 연출한 최고의 서부극이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첫 번째 시리즈다.

# 늘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노래

★박선영 프로그래머(중화권, 남·중앙아시아)

영화 ‘일 포스티노’ 스틸컷.


영화▶ 일 포스티노

곡명▶ In Bicicletta(엔니오 모리코네)

이유▶ 20세기 최고의 시인이자 칠레의 민중 운동가였던 파블로 네루다와 이탈리아 한 어촌 마을의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영화. 시와 은유를 배운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들려주기 위해 아름다운 것들의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찬란한 햇살과 하늘을 배경으로 이 음악이 흐른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음악.

추신▶ 지난 25년간 애청자로 듣고 있는 라디오 ‘신지혜의 영화음악’ 시그널 음악으로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 켜켜이 쌓인 그리움 선명히 묻어나

★박가언 프로그래머(중남미, 동·북유럽)

영화 ‘일 포스티노’ 스틸컷.


영화▶일 포스티노

곡명▶ Mi Mancherai(조쉬 그로반)

이유▶ 이탈리아 남부 카프리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평범한 우편배달부가 정치적 탄압을 피해 망명 중이던 칠레의 대문호와 우정을 쌓아가며 시 사랑 인생을 배우는 영화다. 기타와 반도네온의 애수 어린 메인 테마 선율에 가사를 붙여 조쉬 그로반이 노래한 ‘Mi Mancherai’(미 만케라이)에서는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선명하게 묻어난다.

추신▶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 루이스 바칼로브는 ‘Il Postino’로 1996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 이 곡 흘러나오면 절로 덩실덩실

★정한석 프로그래머(한국)

영화 ‘진짜 진짜 좋아해’ 스틸컷.


영화▶ 진짜 진짜 좋아해

곡명▶ 진짜 진짜 좋아해(혜은이)

이유▶ 태어나 처음 사랑한 스타는 배우가 아니라 가수였다. 혜은이 노래만 나오면 흥얼거리며 춤을 췄다고 부모님이 알려주셨다. 가끔 이유 없이 감상에 빠지게 되는 날에만 임예진 주연의 청춘영화 ‘진짜진짜 좋아해’ 수록곡 혜은이의 동명 곡을 들어본다. 내가 나라는 사실을 알기도 전부터 좋아했던 무언가가 이 안에 있는가 해서. 지금도 들으면 꽤 좋다.

추신▶ 처음 사랑한 배우는 ‘진짜 진짜’ 시리즈의 임예진이고 지금은 아니다.

#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

★박도신 프로그래머(미주·영어권)

영화 ‘위트니스’ 스틸컷.


영화▶ 위트니스

곡명▶ Building the Barn(모리스 자르)

이유▶ 프랑스 영화음악의 거장 모리스 자르의 첫 신시사이저곡.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닥터지바고’(1965) ‘죽은 시인의 사회’(1989)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OST에 참여한 모리스 자르의 곡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 ‘위트니스’에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미쉬마을에 숨어 살아야 하는 주인공 해리슨 포드의 복잡한 심경을 중후한 신시사이저로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

추신▶ 할리우드 영화음악으로만 따져보면 1980년대가 가장 중흥기가 아닌가 싶다. 그 당시 OST 곡들이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는 일은 아주 흔했다. 영화음악은 미국 대중 음악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으며 국내에서 해외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만 해도 두세 개 있었다.

# 영화보다 더 빨려 들어가는 음악

★서승희 프로그래머(서·중유럽, 아프리카)

영화 ‘The Long Goodbye’ 스틸컷.


영화▶ The Long Goodbye

곡명▶ ‘The Long Goodbye’(존 윌리엄스)

이유▶ 이 영화를 봤을 때 영화보다 음악에 푹 빠졌다. 존 윌리엄스 음악은 여러 악기의 연주 혹은 가수 목소리로 다양하게 변주돼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1953년 발표한 마지막 소설 ‘기나긴 이별’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1973년을 배경으로 각색했다. 음악에는 1950년대 필름 누아르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 있다. 원작 소설의 멜랑콜리한 분위기와 ‘필립 말로’란 인물의 매력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추신▶주제곡을 부른 잭 쉘던의 다소 지친 듯한 목소리는 어느 후미진 바에서 밤새 위스키를 마시고 귀가하는 한 남자를 연상케한다. 필립 말로를 연기한 엘리어트 굴드가 직접 부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영화음악은 이렇게 캐릭터 내면의 소리까지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 지금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강소원 프로그래머(와이드앵글)

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영화▶남매의 여름밤

곡명▶미련(신중현 작사·작곡, 임아영 장현 김추자 노래)

이유▶이 영화를 떠올리면 밑도 끝도 없이 몰려드는 노스탤지어에 먹먹해진다. 수록곡인 ‘미련’을 듣고 있어도 그렇다. 뭘 그리워하는지도 모른 채 그립고 또 그립다. 꿈 같은 추억, 지나가 버린 시간, 따스하고 슬픈 기억들, 지금 여기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영화의 매 쇼트에, 또 임아영 장현 김추자 세 가수가 부른 세 가지 버전 노래 ‘미련’에 넘쳐흐른다.

추신▶ 2019년 BIFF의 화제작 ‘남매의 여름밤’은 남매 옥주와 동주가 아빠와 함께 반지하 방에서 쫓겨나 할아버지 댁에서 얹혀 지낸 한 계절을 담은, 윤단비 감독의 데뷔작이다.

수록곡 ‘미련’의 가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움만 더하는 사람 …’

# 일본의 거장 류이치를 생각하며

★정미 프로그래머(커뮤니티 비프)

영화 ‘마지막 황제’ 스틸컷.


영화▶ 마지막 황제

곡명▶ Rain(사카모토 류이치)

이유▶ 천지에 벚꽃이 만발한 날 떠난 일본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를 생각하며 함께 듣고 싶다. 이 곡이 나오는 영화 ‘마지막황제’는 현재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고화질 영상으로 짧은 클립을 감상할 수 있다.

추신▶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들, ‘데어윌비블러드’(2007)부터 최근작까지 ‘도장깨기’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영화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2016)과 함께도서 ‘스코어오리지널인터뷰집’을 읽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수업시간에 상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영화음악을 한 곡만 추천하는 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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