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감성 비켜”… 역대급 ‘폰꾸’ 케이스로 잘파세대 공략 나선 삼성

박수현 기자 2023. 8. 2.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Z 플립5 전용 케이스 출시
NFC 카드를 끼우면 외부 화면에 영상이
“브랜드 협업 늘린다”… 폰꾸 마케팅 ‘박차’
아이폰에 빠진 1020, ‘플립 사이드’ 넘어갈까
지난 1일 삼성스토어 홍대점에서 직원이 갤럭시Z 플립5에 '플립수트케이스'를 착용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번쩍.’ 긴 잠에서 깨어난 듯한 스파이더맨의 두 눈과 마주쳤다. 몇 번 눈을 깜박이던 스파이더맨은 이내 검은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갤럭시Z 플립5′ 뒷면 케이스에 스파이더맨 수트가 그려진 카드를 끼우자, 커버 스크린(접은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기기를 펼치니 다시 등장한 스파이더맨이 이번엔 수트를 입었다. 화면 속 스파이더맨 영상이 180도 회전해 케이스에 끼운 카드 속 수트와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됐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에서 커버 스크린을 3.4인치로 전작(1.9인치)보다 키우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폰꾸(휴대폰 꾸미기)’에 진심인 삼성전자가 작정하고 덕후(마니아)를 위한 케이스를 만들었다. 지난달 출시한 플립5 전용 ‘플립수트케이스’다. 해당 케이스를 ‘플립수트카드’와 함께 플립5에 끼우면, 카드 겉면에 그려진 이미지가 커버 스크린과 합쳐져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애플에 뺏긴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를 유인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히든카드다.

삼성전자가 플립5 출시에 맞춰 제작한 플립수트카드는 약 80종이다. 회사는 카드에 담을 애니메이션 영상을 위해 아이돌 그룹 BTS, 스트레이키즈는 물론 디즈니, 마블, 카카오프렌즈, 프링글스, 파이브가이즈, 다운타우너, 미뉴트빠삐용, 토일렛페이퍼, 세서미스트리트, 스키주 등 약 30개 인기 브랜드와 협업했다. 이 중 일부를 예약 판매 중인 국내 갤럭시 전문 액세서리 브랜드 ‘SLBS’ 측은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제품들의 주문 건수가 많은 편”이라며 “유명 예술 작가인 키스 해링의 작품이 들어간 제품도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플립수트카드의 영상을 플립5의 커버 스크린에 띄우기 위해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했다. NFC는 10cm 이내 거리에서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 등에 쓰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FC IC 칩을 내장한 플립수트카드를 플립5 뒷면에 대면 기기가 자동으로 칩에 담긴 영상 정보를 읽어 들여 이를 커버 스크린에서 작동시킨다”며 “브랜드 협업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플립수트카드 종류를 추후 더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SLBS에서 예약 판매 중인 플립수트카드./SLBS 홈페이지 캡처

플립수트카드와 플립수트케이스는 ‘한 세트’다. 케이스 없이 플립5 뒷면에 카드를 대도 커버 스크린에 영상은 뜨지만, 카드가 의도된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플립수트케이스 콘텐츠 삭제됨’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삼성전자는 카드 겉면에 그려진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케이스를 투명한 PC 소재로 제작했다. 단, 커버 스크린을 감싸는 상부 케이스는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안쪽에 테이프를 붙였다. 이를 가리기 위해 4면의 모서리는 앞뒤 검은색 줄로 마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1일 삼성스토어 홍대점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계속 아이폰만 썼는데, 케이스를 보고 갤럭시로 갈아타고 싶어졌다”며 “삼성전자가 여러 아티스트와 계속해서 협업해 한정판을 선보이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IT 유튜버 리뷰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소장 욕구 올라온다”, “아이디어 미쳤다”, “이 정도는 돼야 애플 감성이랑 대결 구도가 나오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플립수트케이스를 “기발하다”고 표현하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플립5를 개인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이 영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금화할지 모르겠지만, (정품 판매를 고집하는 대신) 다른 업체와 디자이너들도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소비자들은 훨씬 더 흥미롭고 다양한 플립수트카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폴더블 스마트폰용 액세서리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플립4를 공개했을 때도 전작 대비 20개 더 늘어난 57개 브랜드와 폰꾸 마케팅을 펼쳤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전략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으로 밀기 위해 10~20대의 마음을 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의 기존 바형 스마트폰은 40~50대가 주로 써 ‘아재폰’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이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노력 저변에는 애플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잘파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어테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83%는 아이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쓰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국내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발표한 플립5와 같은 제품이 특히 젊은 층을 위한 라인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핵심 기능이나 앱들도 더 최적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