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의 ‘공감 도서관’…“함께하니 즐거워요”[현장에서]
계단 없는 평지 출입로 등 설계부터 반영
다양한 독서 보조기기·공감 프로그램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내 ‘한울도서관’. 파주시 교하도서관의 분관 형태로 2018년 12월 6200㎡ 부지에 문을 열었다.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인 이 곳은 여느 도서관과는 차별되는 특별함이 있다.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시민이 참여하는 관련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장애학생 190여명이 재학중인 공립특수학교가 인접해 있다는 것도 이같은 도서관을 기획하는 동력이 됐다.
파주시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보장과 비장애인과의 문화·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오후 한울도서관 현관문과 이어지는 주출입로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점자유도블럭이 설치된 계단 없는 평지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복도 한쪽은 장애인 작가의 그림 작품이 전시돼 있고, 맞은편 책꽂이에는 장애인 작가들이 쓴 책들이 꽂혀 있었다.
아담한 열람실에는 점자책 1670여권, 큰 활자도서 1290여권, 오디오북 820여점과 특수마우스와 키보드, 높낮이 조절 책상, 독서 확대기 등 장애인 이용에 도움이 될 각종 도서와 보조 기기들이 마련돼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 1대1로 책을 읽어주는 대면낭독실은 사전 예약을 하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도서에 투명 점자 띠를 붙인 점자라벨도서는 비장애인 학생이나 학부모도 자연스럽게 점자를 접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양한 공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청소년과 장애아동이 독서 멘토·멘티 결연하는 ‘한울타리 동아리’, 성인 발달장애인 독서교육,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한 지체장애인과 책읽기, 장애·비장애아동이 함께 뛰어놀며 책 읽는 ‘왁자지껄 데이’, 성인 낭독봉사 교육 등이 있다.
한울타리 동아리 프로그램은 특히 호응도가 높다. 봉사활동에 참여 중인 한 중학생 A군은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책을 같이 읽고 만들기를 함께하면서 이제는 그 친구가 내 이름도 반갑게 불러주는 사이가 됐다”며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많은 것을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멘토 역할을 하는 한 중학생의 어머니 B씨는 “아이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아를 둔 어머니 C씨는 “어른 통제 없이 아이가 학생들을 잘 따를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어른보다 마음을 더 쉽게 열어준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요즘에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매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임봉성 교하도서관 관장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기반 시설과 서비스는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면서 “공감 프로그램 개발이 게속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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