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월셋집을 으리으리하게 고친 권광훈 씨의 집
초고층 신축 아파트보다는 종로구 언덕배기의 오래된 주택이 좋다. 세모난 지붕과 육각형과 아치 모양 창문에 반해 월셋집을 또 고친, 그 남자의 다섯 번째 집.
다섯 번째 이사, 세 번째 공사
가구 브랜드 2UC의 권광훈 대표는 서울에서 이사를 다섯 번 했다. 그중 세 번은 리모델링 공사도 했다. 이태원 빌라, 원서동 한옥, 서울역 오피스텔, 원효로 아파트, 최근에 이사한 종로의 주택까지 살던 집마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2년 전에 살았던 원서동 한옥집은 〈리빙센스〉에 소개되어 영상으 로도 남았다. 영상에는 유튜브스러운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붙었다. '월세 집을 싹-뜯어고치는 사람이 있다고?'. 과거를 끄집어내는 이유가 있다. 이번에도 또 월셋집을 고쳤다. 월세 100만원, 공사 비용은 4000만원. 종로구 산 밑에 자리한 30평대 주택의 꼭대기 층을 고쳐서 지난 1월에 입주했다. 이번 집도 이목을 끈다. 한눈에 담기지 않는 높은 층고에 눈이 번쩍 뜨이는데 마감재부터 카펫, 가구들까지 연결되는 흐름이 자연스러워 눈이 편안해진다. 그는 어쩌다 이 집을 만나, 왜 이렇게 공을 들여가며 고쳤을까? 그리고 월셋 집을 세 번이나 고치는 동안 말리는 사람이 없는 건가?
"신축 아파트를 나 와 완전히 다른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 타운하우스며 단독주택, 아파트까지 한 60곳 정도 둘러봤어요. 평일에도 틈틈이 집을 보러 다니고, 부동산 앱도 4개씩 훑어보면서 발품, 손품을 팔다 보면 '난 이런 집에 살고 싶구 나!' 정리가 돼요. 처음엔 이 집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지붕이랑 창문 모양이 자꾸 눈에 밟히는 거예요. 막혀 있던 천장을 뜯어낼 수 있다면 계약하겠노라 결심했죠." 건물주는 "굳이 왜? 추운데"라고 덧붙이며 공사를 허락했다. 권광훈 씨는 철거, 목공, 전기, 설비, 도장 등을 거치는 3주간의 리모델링을 감행했다. 단열 때문에 막아두었던 천장을 뜯어내 높다란 층고와 벽돌을 드러내고 합판도 손수 골라가며 인테리어를 주도했다. 그가 마음속으로 정한 인테리어 콘셉트는 '독일의 어느 시골집'이었다. 사실 권광훈 씨는 실제로 독일의 시골집을 본 적이 없다. 이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 후 바로 다음 주에 베를린으로 첫 독일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비록 독일 여행 전에 완성했지만 집은 '독일', '시골'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소박하고 투박하면서도 따스한 정서를 담고자 했다. 그런 노력 덕분 에 집은 나름의 멋이 있어 개성도 확실하다.
좋아하는 만큼 다채로울 수 있다
집을 잘 꾸미는 노하우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콘셉트를 정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라"고 조언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한데 모은다고, 한쪽에 포토존만 잘 꾸민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저는 오래된 것, 눈에 익은 공간이나 물건을 좋아해요. 새 아파트에 살 때는 다들 새것이라서 좋다는데, 저는 신혼부부 집 같아서 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은 종로구라 오래된 건물과 가게도 많고, 반려견 호두랑 산책하기가 너무 좋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드디어 안정감을 찾게 된 것 같아요."
평소 스위치, 손잡이, 조명을 유심히 살피는 권광훈 씨는 인테리어 시작과 함께 해외 직구를 하고 설치 계획을 미리 세웠다. 주방 바닥에는 타일을 시공 하고 나머지는 카펫을 깔았다. 타일은 밟을 때의 느낌이 좋아서, 카펫은 반려견 호두가 좋아하니까. 이 집의 매력적인 육각형과 아치 모양의 창문은 그 대로 살렸다. 합판으로 천장을 마감하고, 방문에도 합판을 덧대니 먼 나라 의 시골집 분위기가 난다. 건물주는 곳곳의 합판을 보더니 아직도 공사가 안 끝났냐고 오해했지만. 아무쪼록 권광훈 씨는 이곳에서 4년 정도 살 계획 이다. "2년 내로 이사를 하면 호두 동생이다!"라고 공개 선언했다. 2년 전 월 셋집을 고쳤다고 알려졌을 때 "생각이 없다"라고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걱정 마시라. 이 사람은 사업가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줄 모른다. 투자한 공사 비는 항상 회수했으며 삶의 질과 경험치는 매번 높아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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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lance editor김의미
photographer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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