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소송 번질라…학교 법정화 대안은?

박고은 2023. 8. 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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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민원인이었던 학부모가 나중에는 학교의 참여인이 되더라고요. 우리 학교에는 학부모가 든든한 우군입니다."

한편에선 학교가 교장·교감·담당 부장 등이 학부모회 임원들과 '단톡방'을 열었다.

한달에 한번 교장실에서 학부모들과 '수다방'을 여는 학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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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교사들]

23일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의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추모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엔 민원인이었던 학부모가 나중에는 학교의 참여인이 되더라고요. 우리 학교에는 학부모가 든든한 우군입니다.”

서울의 한 혁신고등학교 ㄱ교장의 말이다. 이 학교에서는 전체 학부모의 70∼80%가 ‘ㄱ학교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학부모끼리 교류하거나, 자녀의 학교 생활 관련 의견을 주고 받는 공간이다. 한편에선 학교가 교장·교감·담당 부장 등이 학부모회 임원들과 ‘단톡방’을 열었다. 학부모회는 학부모 커뮤니티에 취합된 질문이나 의견을 이곳에 올린다. 학교 쪽은 신속하게 답하고, 학부모회 임원은 이를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교장과 학년별 학부모 간담회도 학기당 1∼2회씩 열린다. ㄱ교장은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부 학부모의 특이한 주장은 공론장에서 걸러지고, (일부 학부모의) 경험 부족에서 제기된 민원 등은 경험많은 학부모가 답하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해소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며 웬만한 민원은 자체 처리된다”며 말했다. 그는 “학교와 학부모가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학교를 운영하는 파트너로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달에 한번 교장실에서 학부모들과 ‘수다방’을 여는 학교도 있다. 경기도 덕양중학교 교장실에선 매월 첫째주 목요일 아침 볼수 있는 풍경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에 대한 궁금한 점부터 요청·불만사항까지 학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이 수다방에서 학부모들은 누구나 교장·교감·학년팀장 등과 장시간 토론과 상호 설득, 이해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학교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아카데미’ 등 학부모를 대상으로는 하는 교육과정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이규철 덕양중 교장은 “‘아이만큼 학부모도 성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목요 수다방’을 비롯해 학부모 교육과정을 만들었더니, ‘오해의 시간’이 ‘이해의 시간’이 됐다”며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다양한 창구가 있다 보니, 개인 교사에게 향할 민원도 학교 차원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활동 침해를 막기 위해서 학교 공동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최근 정부가 교권보호 방안으로 연일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지만, 이같은 조처만으로 복잡하게 얽키고설킨 구조적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내놓은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가 대표적이다. 학생부 기재는 교육활동 보호에 실효성이 없다거나, 오히려 학생부 기재를 막으려 학교·교사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규철 교장은 “학생부 기재는 아이에게 꼬리표를 남기겠다는 것인데 학부모가 가만히 두고 보겠는가. 학교를 법률 투쟁의 장소로 만들 것”이라며 “아이의 성장과 가능성까지 차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도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학생부 기재 결정에 불복이 난무하는 등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교육 당국이 제도적 방안과 함께 ‘소통 시스템’ 마련의 중요성을 꼬집는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상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며 “학교를 법정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학교는 교육 공동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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