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빚 갚으려 또 전쟁…악의 축이 빚어낸 '걸프전' [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그러나 이듬해 1월17일 미국을 중심으로 다국적군이 공습에 나섰다. 이른바 '걸프전'이다. 다국적군에는 미국, 영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일부 아랍국가가 참여해 총 34개국이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해 2월 이라크군은 완전히 철수했다.

정치 지도자였던 사담 후세인은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전쟁을 택했다.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갖춘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유로 전해진다. 후세인은 그의 점령에 역사적 정당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오스만 튀르크 시절 원래 한 나라였는데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국경이 나뉘었다는 것. 그러나 이미 150여년 이상 독자 세력을 구축했던 쿠웨이트는 항전을 이어갔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이라크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군사적으로 개입해 이라크를 막아야 한다는 쪽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쪽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석유 생산량을 합치면 사우디에 필적할 정도여서 미국에 우호적인 사우디 중심으로 구축된 중동 정세가 반미 국가인 이라크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무력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그는 "만약 이 거대한 석유 매장지가 사담 후세인의 손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일자리와 삶의 방식 그리고 지구상에 있는 우리와 우호적인 국가의 자유는 모두 희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12월 미국 주도로 유엔은 이듬해 1월15일까지 쿠웨이트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이어 60만 이상의 다국적군이 페르시아만에 집결했다. 한국군도 비전투요원으로 참여했다. 1월17일 바그다드 공습을 개시로 작전명 '사막의 폭풍'이 시작됐다.
한 달여간 폭풍 같은 공습이 끝나고 사우디에서 대기하던 지상군이 투입됐다. 지상전이 개시되면 미군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다국적군은 지상전을 개시하고 불과 4일 만에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몰아냈다.

오판의 단초를 미국이 흘렸다는 주장도 있다. 쿠웨이트 침공 직전 후세인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였던 에이프릴 글래스피를 만났는데 글래스피가 후세인에게 전쟁 청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당시 이라크 측 속기에는 글래스피가 "우리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 국경 분쟁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당신들이 남쪽에 거대한 병력을 배치한 것을 알고 있다"며 "보통 그런 것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말한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국이 이라크와 싸울 명분을 찾으려고 여론을 조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990년 10월10일 미 하원 인권위원회에는 15살 쿠웨이트 소녀가 발언에 나섰다. 쿠웨이트 한 산부인과에서 일했다는 그는 "이라크 군인들이 총을 들고 병원으로 난입한 것을 목격했다"며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를 꺼내 병원 바닥에 내던지고 인큐베이터를 가져갔다. 차가운 바닥에 있던 갓난아기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생생한 증언으로 침공에 부정적이었던 많은 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미국 상원은 52대 47로 침공을 승인했고 유엔 역시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걸프전 종료 이후 소녀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퍼스매거진의 존 맥아더 기자는 이 소녀가 주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으며 쿠웨이트 왕족의 한 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ABC방송의 존 마틴 기자도 해당 사건이 벌어졌다고 지목된 산부인과 관계자들을 취재해 증언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밝혀냈다.
다만 현재 미국 국무부 사관실은 "쿠웨이트에 대한 후세인의 위협을 알고 있었지만 이라크군의 침공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라크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광범위하고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웠다"고 기록하고 있다.
※ 참고자료
미국 국무부 사관실 편찬 자료
방위사업청 누리집
최지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부키(2019)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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