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發 폭염' 이어진다···온열질환 사망 작년보다 3배 급증

김남명 기자 2023. 8. 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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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 '심각' 상향
태풍의 고온다습 공기 유입돼
경기 여주는 38.4도까지 치솟아
온열질환 1200명·사망 20명 육박
정부, 산업현장 '최고' 비상체계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무더운 날씨를 이어간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의 머리에 얹은 수건이 땀으로 젖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밤낮없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생한 태풍이 고온 다습한 공기를 한반도 방향으로 밀어올리면서 온열질환 사망자도 벌써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서 비상이 걸렸다.

1일 행정안전부는 심각해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 달 만에 폭염경보가 ‘경계’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우리나라는 고온다습한 성질의 아열대 고기압 영향권에 머물러 높은 기온과 습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2일에도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며 매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 2일 낮 최고기온은 32∼36도로 예보됐다. 충청권과 전라권·경상권·제주 등 일부 내륙 지역에 소나기가 내리면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릴 수는 있겠으나 이후 빠르게 기온이 오르며 폭염특보가 유지되겠다. 열대야 현상 역시 도심과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것은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2일까지 태풍의 눈이 명확히 보일 정도로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오키나와 해상 부근으로 서북서진하다가 3일 동중국 해상에서 특별한 지향점 없이 오랫동안 정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태풍에서 유입되는 고온 다습한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오면서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지속·강화되는 것이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살인적인 폭염이 엄습하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날 오후 질병청이 공개한 ‘2023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 현황’을 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3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이날 경북·경기 등에서 질병청에 집계되지 못한 인명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사망자는 모두 2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명) 대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로, 더운 날씨에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등에서 일을 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8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의 한 비닐하우스 안 고추밭에서는 94세 여성 A 씨가 쓰러져 119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A 씨는 이미 숨진 후였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A 씨의 사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를 비롯해 경북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최소 8명의 노인이 폭염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 밭에서 일하던 B(90) 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발견 당시 B 씨의 체온은 41도였다. 같은 날 충북 제천에서도 농작업을 하던 70대 남성이 숨졌으며 충북도는 그의 사인을 폭염에 따른 열사병으로 분류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67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명)에 비해 22배가량 많은 규모다. 질병청이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를 운영한 올해 5월 20일 이후 현재까지 누적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191명이다. 전년 대비 140명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의 날씨다. 8월이 기후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폭염 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도 폭염에 대비한 비상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주재한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극심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가 작업 중지권을 행사해 근로자의 건강 장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올해의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사막의 선인장도 말라죽일 정도의 살인적 폭염으로,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8월 한 달 동안 가용할 수 있는 전국의 산업 안전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폭염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물과 그늘·휴식 등 온열질환 예방 3대 기본 수칙뿐 아니라 폭염에 따른 단계별 대응 요령도 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6월 19일 오후 7시께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는 C(29) 씨가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폭염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고용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가 조사 중이다.

폭염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발표한 중기 전망에서 “11일까지 대부분 지역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에 달하고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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