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자 축구 최강 일본, 어게인 2011?…스페인 완파하며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우승 후보 떠올라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1일 스페인과의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4-0으로 앞서 나가는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 이후 내림세였던 일본이 2023 호주·뉴질랜드 대회를 계기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스페인까지 완파하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전 스페인 대표팀 미드필더 비키 로사다(32·브라이턴)는 1일 영국 ITV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비와 역습은 일류”라고 평가했다. 전 잉글랜드 공격수 출신 방송해설가 에니올라 알루코는 “문전에서 마무리는 물론 심지어는 공격하고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조차도 침착했다”면서 “모든 면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본 팀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일본은 전날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FIFA 랭킹이 5계단 높은 스페인을 상대로 4-0 완승을 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조별리그 3전 전승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제일 먼저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경기 후 일본 선수들은 기립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일본은 조별리그 내내 공·수 양면에서 탄탄한 전력을 선보였다. 3경기 무실점에 득점은 11골로 1위에 올라 있다. 윙어 미야자와 히나타는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잠비아를 상대로 기록한 2골에 스페인전 2골을 추가해 총 4골로 이번 월드컵 득점 선두에 올랐다.

효율 높은 축구도 강점이다. 아일랜드의 전 골키퍼 엠마 번은 I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기회를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인전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23%에 불과했지만, 4번의 역습 과정에서 3번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스페인을 맥빠지게 했다. 일본은 슈팅 7개로 스페인보다 3개 적었지만, 오히려 유효슈팅은 스페인(2개)보다 배 이상 많은 5개를 기록했다.

이런 기세라면 충분히 2011년의 영광을 재현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여자 월드컵 단일 대회에서 조별 예선 전승을 거둔 것은 2015년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8년 전에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미국에 지며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로사다는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꺼운 선수층은 토너먼트에서 더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직전 조별리그 코스타리카전 2-0 승리를 거뒀던 멤버에서 5명을 교체한 채 스페인전에 나섰다. 하지만 베스트 일레븐으로 맞선 스페인에 완승을 했다. 리버풀(잉글랜드)의 미드필더 나가노 후카, 웨스트햄(잉글랜드)의 듀오 시미즈 리사와 하야시 호노카가 선발로 나섰고,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미드필더 하세가와 유이가 교체로 출전했다. 다나카 미나와 모리야 미야비(이상 고베) 등 벤치 멤버도 스페인전 쐐기 골을 합작하는 등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