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고유 미역장국이 제일 맛있는 곳은 장례식장인 현실... 삼척 매력 적극적으로 알려야”

2023. 8.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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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포스텍 ISDS 공동기획 
[지방 청년 실종 : 4회 삼척]
편집자주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비수도권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청년에게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직접 물어보고,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미시적 근거를 찾아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비수도권 지역을 한 곳씩 분석해 게재한다.
김택곤(왼쪽) 삼척 청년몰 상인회장과 김성현 여행작가가 6월 29일 강원 삼척시 중앙시장 청년몰에서 얘기하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택곤(청년몰 상인회장)= 삼척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서 16년 정도 직장인으로 살다 삼척에 청년몰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왔다. 평소 해 보고 싶었던 카페를 차리려고 청년몰에 지원해 지금 운영 중이다. 청년몰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김성현(여행작가, 카페 느린 여행자 운영)= 저 역시 삼척에서 태어났고 고등학생 때까지 삼척에서 자랐다.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 서울 생활을 15년 했다. 대학 시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첫 여행에서만 35개국을 돌아다녔는데, 이를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이후 10년 정도 서울에서 일하다, 삼척 청년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 돌아왔다. 삼척에 와서는 청년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시가 운영하는 청년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현재는 작가와 통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청년센터와 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지.

성현=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고 청년들에게 필요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청년센터가 생기기 전에 삼척 청년들끼리 재미있는 일을 같이해 보자 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했는데 삼척시에서 청년센터를 만들고 운영해 줄 법인을 찾고 있어서, 조합이 센터를 수탁 운영하게 됐다. 조합의 첫 번째 목표는 삼척 관광산업 개발이다. 재미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부인들이 오게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삼척 청년 인구 및 일자리 현황 전망은 어떤가

김성현 여행작가, 카페 느린 여행자 운영

성현= 삼척 인구는 6만 명 선으로 내려왔지만, 20ㆍ30대 인구는 9,000명 정도로 높은 편이다. 삼척에 대학 캠퍼스 두 개가 있는 덕택이다. 시내와 폐광지역인 도계에 각각 있다. 이곳 학생들이 전입신고를 하면 장학금 등 혜택을 주기 때문에 늘어난 청년인구가 대부분이라, 졸업과 함께 떠나가는 단기 체류 청년인구가 많다. 일자리는 화력발전소나 공공기관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 밖에는 자영업을 선택해야 하는데, 해변과 해변이 아닌 지역의 온도 차이가 크다. 삼척 해변을 찾는 관광객 수를 연간 최대 800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하는데, 그 외 지역은 일 년 내내 썰렁하다.

택곤= 인구가 적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서울에 살다 오랜만에 삼척에 돌아오니 삶의 속도가 달라 처음엔 불편했다. 삼척 사람은 뛰듯이 걷지 않는다. 느긋하다. 지금은 그 리듬에 맞춰 가고 있다. 이것이 삼척살이 장점이고, 이런 부분을 살리면 더 많은 사람이 삼척에서 살려고 할 거로 생각한다. 청년몰에 입점한 점주 중 원주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다 아무 연고 없는 삼척에 정착한 사람이 있다. 틈날 때마다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기며 삼척 생활에 만족한다.

-전국 청년몰 중에서 삼척이 활발한 곳이라고 들었다.

택곤= 청년들이 청년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창업 비용과 실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선 입주 점포 자체가 삼척시가 매입한 곳이라 임대료가 저렴하게 유지된다. 또 격월로 열리는 벼룩시장 같은 지역주민이 모여들 각종 행사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저렴한 임대료와 시의 지원, 주변 상인들의 조언 등 초보 창업자들에게 이만큼 여건이 좋은 창업지를 찾기 힘들 것이다. 청년몰에 7평 점포로 시작해 이제는 청년몰 밖에서 70평짜리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이 생길 만큼 성공 사례도 쌓이고 있다.

-청년몰 운영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는지.

성현= 단양시장을 가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단양은 마늘이 유명한 곳이라 시장 전체가 마늘을 단양의 명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일상 식재료보다는 단양 마늘빵, 단양 마늘 아이스크림, 단양 마늘 닭강정 등을 전면 배치해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삼척이 관광도시로 가려면 삼척 시장과 청년몰 상인들도 어떤 스토리를 정해 집중해야 한다.

택곤= 다양성과 삼척만의 독창성이 모두 부족하다. 외지 사람들에게 삼척만의 특산 음식과 명물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삼척 주민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삼척 고유의 막장으로 간을 한 미역장국을 꼽을 수 있는데, 이걸 맛보려면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 삼척에서 제일 맛있게 하고 유명한 가자미식해 식당도 주로 장례식장에 납품한다.

-삼척의 이미지에 대한 사전 조사 결과, 삼척 해변과 쏠비치 등 대형 리조트가 주로 언급됐다. 그런 시설이 삼척 주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김택곤 삼척 청년몰 상인회장

택곤= 삼척 시장 내에 위치한 청년몰에 쏠비치 손님들이 꽤 많이 방문한다. 쏠비치 내 식당보다는 현지 맛집을 찾아 시장을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이다. 삼척 시티투어 버스 코스 중 청년몰도 포함돼 있다. 예전 타지인들과의 모임에 참석해서 “삼척에서 왔어요”라고 하면 “삼척이 어디지?”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제는 “삼척 쏠비치 가봤어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삼척을 알리는 데도 대형 리조트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성현= 쏠비치가 삼척으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쏠비치 방문객 중 시내를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을 어떻게 시내로 나오게 할 거냐는 고민으로 지자체는 셔틀버스운행 등 노력을 하지만 그 이상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삼척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대만의 관광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의 한 폐광지역은 과거 광부들이 먹던 도시락을 지역 특산물로 개발하고, 낡은 철로에서 풍등을 날리는 걸로 관광객을 모은다. 삼척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관광 상품이다. 재작년에 BTS가 삼척에 다녀간 적이 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서였는데, 소속사에서 미리 방문 문의를 했음에도 시청은 누가 오는지 몰랐다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나서야 BTS였음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뮤직비디오에 나온 수박 모양 파라솔을 제작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삼척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더 잘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삼척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발전 모델을 살리기 위해서는 삼척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성현= 지자체가 예산을 사용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전례에 매달리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청년 지원 예산을 수립할 때 아직도 농업 어업 직종이 우선이다. 하지만 삼척 청년 중 어업에 뜻을 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10명에게 보조금을 주겠다고 공고를 내면 재공고를 거쳐도 결국 10명을 못 채우고 마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관광사업을 하고 싶은 청년들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거의 없다. 일부 폐광지역은 강원랜드로부터 상당한 지원금을 받는데도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방향으로 쓰지 못하는 듯해 아쉽다. 큰 금액을 효율적이기보다 형식적으로 쓰는 듯한 모습이 보일 때면 시민으로서 안타깝다. 삼척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내년 포항~삼척 간 철도가 개통되면 부산과 바로 연결된다. 관광객뿐 아니라 인구가 유입될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택곤= 철도와 함께 제천~영월~삼척을 잇는 고속도로 착공 소식도 들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삼척 관련 글들을 읽다 보면 ‘멀어도 이렇게 멀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은데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성현= 삼척이 본격적으로 관광도시로 변신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적으로 본다. 삼척이 이 기회를 잘 준비해 나가기를 바란다. 지자체가 관광사업을 개발할 때 다른 곳의 성공사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독창적이고 지역에 특화된 것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어떤 관광상품이 어디서 잘됐다 하면 따라 하는 그런 거 말고 전국에 없는데 삼척에만 있는 것, 그런 특별한 것을 개발하려면 지자체가 민간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환선굴이 그나마 유명하지만 지금 그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60·70대다. 담당 공무원들은 늘 바쁘다. 그들이 많은 업무 속에서 제한된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말고 각종 위원회와 자문을 통해 지역 주민, 특별히 청년 세대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 너무 안전한 길을 가려 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이런 삼척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삼척의 미래인 청년들이 지역의 발전을 함께 꿈꾸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준다면, 삼척은 젊고 멋진 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

글 사진 정영오 논설위원 정리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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