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사기’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이해영 “어렵고 힘들기에, 이 일을 떠날 수 없어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8.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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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강경호 역,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이상혁 역을 연기한 배우 이해영. 사진 필름있수다



배우 이해영은 ‘서울예전’이라 불리던 서울예술대학교 90학번이다. 이 학번은 유독 스타들이 많아 ‘레전드 학번’으로 불리는데 배우 황정민과 정재영을 비롯해 안재욱, 신동엽, 이철민, 최성국 등이 동기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길고 짧은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5~10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입지를 다져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이해영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의 모습을 단박에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올 초 인기리에 방송된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의 사주를 받던 ‘비리경찰’ 신영준을 떠올리는 일이다.

얼굴과 이름을 함께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우리는 이해영의 얼굴을 최근 많이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변호사 강경호 역을 맡았고, 23일 막을 내린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는 문서하(안보현)의 외삼촌 이상혁 역을 맡았다. 여기에 넷플릭스 ‘사냥개들’의 칼잡이 고수 황양중, ‘길복순’의 오정식도 바로 그다.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강경호 역,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이상혁 역을 연기한 배우 이해영. 사진 필름있수다



“촬영은 시기가 다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공개가 비슷한 시점에 됐어요. 이렇게 같은 시기에 많은 작품에 나온 경험이 없었어요. 약간 민망했어요. 저는 제 연기를 잘 못 보거든요. 하나도 제대로 못 보는 데 여러 군데에서 나오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이해영을 보면 느껴지는 것은 날렵한 선의 근사한 ‘꽃중년’ 이미지다. 하지만 입을 열면 쑥스러움이 많고, 지나치게 겸손하다. 자신의 연기나 인기를 칭찬하는 표현을 할라치면 화에 가까운 반응을 내 웃음을 줬다. 그는 그만큼 자신의 지금 입지가 실감 나지 않는다.

“‘이로운 사기’에서의 경호는 무영이(김동욱)를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인물이라면,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상혁은 경호보다는 심적으로 단단하지 못해요. 심적으로 도와주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삼촌의 마음처럼 감정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강경호 역,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이상혁 역을 연기한 배우 이해영. 사진 필름있수다



두 작품 모두 이해영은 주인공인 김동욱과 안보현의 핵심 조력자였다. 하지만 선한 이미지 속에서도 언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긴장감을 줬다. 실제 두 작품 모두 그렇게 시청자가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반대로 ‘사냥개들’의 역할은 악한 같지만, 의리를 갖춘 인물이다. 이해영을 보는 연출자들은 그에게서 ‘반전’의 이미지를 본다.

“예전부터도 역할이 평이하게 가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 그런 말씀을 들었는데 다양할 정도는 아니지만 선한 이미지와 악한 이미지가 공존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캐릭터가 저도 매력이 있다 보니 자꾸 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악역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배신하든 악행을 하든, 좀 더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많은 작품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요즘이었지만 다행히 촬영이 겹치지 않았고, 촬영 역시도 자신의 분량이 주인공급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눌 수 있었다. 그는 “잘해야 체력도 빠지고, 슬럼프도 생긴다”며 계속 자신을 닦아세웠다. 그에게는 연기를 위해 자신을 자책하고 낙담할 시간도 없어 보였다.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강경호 역,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이상혁 역을 연기한 배우 이해영. 사진 필름있수다



“1990년대 말부터 연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서울예전 출신이다 보니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잘돼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늘 힘이 됐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친했던 동료들, 후배들이 좋은 작품에 나와 연기를 할 때는 ‘그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20년이 넘고, 지금의 상황이 된 것 같아요.”

그의 입지가 바뀌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더 글로리’였다. 그때 즈음부터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다양한 언어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좀 더 자신을 찾아주는 작품도 늘어났다. 서울예전에 연출로 입학했었는데 연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가졌던 희열이 돌아오는 느낌도 들었다. 이제는 ‘멜로가 어울릴 것 같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이나정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멜로 장르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대본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생각도 안 했는데, 처음에는 제 연기가 마음에 드시지 않아서 그러시는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공부해서 기회가 된다면, 깊은 정서의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꿈은 없어요. 많은 분들이 원할 때까지 꾸준히 연기하고, 잊히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강경호 역,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이상혁 역을 연기한 배우 이해영. 사진 필름있수다



모두가 배우를 꿈꾸지만, 모두가 황정민이나 정재영, 류승룡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자신의 실낱같은 기회를 절실하게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해영은 그럴 때 “자신을 믿으라”고 강조했다. 흔들리고 비교하고, 자신이 떨어지는 모습을 잊고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며 믿어본다면 배우생활은 바뀔 수 있다.

“연기를 좋아할수록 더 어려워지고, 고민도 많아지더라고요. 이것도 사실 연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이 일을 떠날 수 없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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