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락 예방’ 승강기 작업대 보급 지지부진

윤준호 2023. 7. 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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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한 호텔 리모델링 공사에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 엄모(48)씨는 그날 5층짜리 건물에 승강기 설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승강기 작업 중 발생하는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승강기 작업대를 개발했으나, 정작 보급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은 승강기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지난해 8월 약 3년간 연구를 거쳐 승강기 작업대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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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2년 ‘15인승 미만용’ 개발
보조금 70% 지원에도 보급률 6%
‘15인승 이상’ 작업 多 현장과 괴리
“비용 적은 안전띠부터 개선” 지적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한 호텔 리모델링 공사에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 엄모(48)씨는 그날 5층짜리 건물에 승강기 설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강로 허공에 발판을 세우는 작업이었다. 4층(약 12m 높이)에서 혼자 발판을 만들던 엄씨는 갑자기 지지대가 무너지는 바람에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끝내 숨졌다. 엄씨와 같이 승강기 관련 작업 중 추락으로 중상해를 입은 사람은 해마다 10명꼴로 발생한다.
건설현장에 처음 적용된 승강기 설치 전용 작업대. 안전보건공단 제공
정부가 지난해 승강기 작업 중 발생하는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승강기 작업대를 개발했으나, 정작 보급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승강기 작업대 보급이 시작된 이래 지난 1년간 보급된 작업대는 단 14대였다. 현장에서는 15인승 이상 승강기 작업대가 많이 사용되는데 보급용은 15인승 미만 승강기에 사용되는 작업대여서다. 승강기설치공사업협의회 등록 회원사는 241곳이다. 보급률은 약 5.8%에 불과한 셈이다. 현장에선 차라리 개별 근로자에게 안전띠를 보급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20년 내놓은 ‘승강기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승강기 설치·교체·관리 작업 중 사고를 당한 사람은 156명이었다. 떨어짐으로 중상해를 입은 사람은 56명(36%)이었는데 이 중 21명이 사망했다. 전체 사고에선 끼임 사고(51%)가 가장 많았지만 사망 사고로만 좁히면 떨어짐 사고(55%)가 가장 많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은 승강기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지난해 8월 약 3년간 연구를 거쳐 승강기 작업대를 개발했다. 안전보건공단 측은 좁은 승강기 통로 내에 작업자가 들어가서 발판을 설치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개발된 작업대를 이용하면 승강기 통로 밖에서 발판을 설치할 수 있어 추락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승강기 설치업체별로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70%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정작 사업 1년 동안 작업대 보조금 신청은 14건에 그쳤다. 작업대가 공개된 지난해엔 그나마 11건 접수됐지만, 올해에는 신청이 3건뿐이었다.
작업대 보급이 저조한 원인에 대해 공단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설명했다. 현재 보급하는 작업대는 15인승 미만 승강기에 맞춰 개발됐는데, 현장에선 15인승 이상 승강기 설치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정부 돈으로 70%나 지원해주는데 신청이 적다는 것은 현장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대보다 개인 안전띠 개선부터 해 달라고 요구한다. 작업대는 보조금을 받아도 사업주가 구입해야 하지만 안전띠는 승강기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년간 승강기 설치 일을 한 노모(57)씨는 “승강기 설치 작업 중 추락 사고는 안전띠만 제대로 착용해도 예방할 수 있지만, 지금의 안전띠는 길이 조절이 되지 않아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안전띠가 불편해 작업 중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노씨는 “여러 층을 오갈 수 있도록 길이가 조절되는 안전띠가 있으면 작업대보다 훨씬 효율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보건공단 측은 15인승 이상 승강기를 위한 작업대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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