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뜨거운 교사들의 외침 “아동학대처벌법 개정하라”

정지혜 2023. 7. 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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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근무 중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2주째 열렸다.

교사들은 29일 오후2시부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7·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첫 번째 집회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 규명 촉구 집회'를 통해 교권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

전국 교사들의 집회는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오는 9월 4일까지 토요일 집회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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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라”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근무 중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2주째 열렸다.

땡볕 아래에서 2시간, 낮 기온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무더위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교사들은 29일 오후2시부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7·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사직로 4∼5개 차로 500m를 검은 옷 차림 인파가 가득 채웠다.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뉴스1
집회 시작 시간보다 1시간이나 앞서 사람들이 속속 자리를 잡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추산 3만명(경찰 추산 2만1000명)이 모였다. 특정 교원노조나 단체가 아닌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집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부임 2년차, 20대 초반의 나이에 숨진 신임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공범은 학부모, 학교(교장·교감)와 교육청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 있다고 외쳤다. 아동학대교사로 몰린 또 다른 교사의 사연 등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의 증언도 계속됐다.

한 교사는 영화 ‘스파이더맨’ 대사를 인용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교사에게는 큰 힘이 없는데 큰 책임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광주광역시에서 21년째 초등교사로 재직 중이라는 한 교사는 지난해 아동학대로신고를 당한 뒤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지도를 할 때 교대나 사범대를 가지말라고 지도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기본적인 인권조차 교사들에게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교사가 당하는 폭언과 인격 모독은 교사의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교사가 될 학생들의 꿈마저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교사와 시민들을 모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생전 학부모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는 동료 교사들의 증언, ‘업무 폭탄’이나 ‘모든 게 다 버겁고 놓고 싶다’는 말이 적힌 일기장, 지난해부터 10차례에 걸쳐 학교에 업무 관련 상담 요청을 한 것 등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전남 무안에서 근무한다는 초등교사 윤모(28)씨는 “학생을 따로 불러서 지도하면 공포감을 줘 아동학대,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지적하면 수치심을 줘 아동학대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교사들은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제지할 수 없고 결국 피해를 받는 건 선량한 아이들”이라면서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야 했다”고 집회 참가 동기를 전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을 보던 집회 참가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102명이 참여한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서울교대 교수들은 전국 교육대학·사범대학과 연대해 교권 회복을 위한 문제의식과 대책을 공유하고 교육공동체 인권연구소를 설립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 당국과 정치권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희생 교사를 애도하고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도심 집회가 2주째 이어진 가운데,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이 움직임에 동참하자는 물결은 확산하고 있다.

경력 18년 차 교사 A씨는 “심신이 너덜너덜해져 2년만 더 버티고 명퇴하자 조금만 버티자 하며 지내다 서이초 선생님을 죽게 만들었다”며 “나만 탈출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미안하다. 29일에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모이는 비수도권 교사도 늘어나고 있다. 총 45대 규모(1900명)로 경기도 3대, 강원도 2대, 경남 7대, 경북 6대, 전남 8대, 전북 4대, 충남 9대, 충북 6대 등이 대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주최 측은 미리 발표한 성명에서 “본 집회는 가르치고 싶은 교사,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상적이고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더는 무너지도록 둘 수 없다.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첫 번째 집회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 규명 촉구 집회’를 통해 교권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 전국 교사들의 집회는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오는 9월 4일까지 토요일 집회로 계속될 전망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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