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오승환이 ERA 4.67이라니…13년만에 불명예 뒤집어쓰나 ‘아 세월이여~’

2023. 7. 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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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구가 외야로 좀처럼 못 뻗어 나간 시절이 있었다. 한 가운데로 던져도 ‘선풍기 스윙’이 속출했다. 실점과 블론세이브가 대형 뉴스였다.

10~15년전 얘기다. ‘돌직구’ 창시자 오승환(41, 삼성)에게 더 이상 주눅 드는 타자가 없다. 한번 해볼 만하다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오승환에게 점수를 뽑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31경기서 2승3패1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67. 구위저하로 선발투수로 깜짝 변신하기도 했고, 2군에서 재조정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글러브 패대기’ 논란으로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돌직구가 사라졌음을 인정하고,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2023년 오승환의 현실이다. 뒷문 고민이 없던 좋은 시절은 갔다. 삼성은 차세대 마무리를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그리고 오승환이 현역 막바지를 최대한 잘 보낼 수 있게 도울 의무도 있다. 오승환은 젊은 시절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확실히 예전처럼 야구가 마음대로 안 풀린다.


오승환은 28일 고척 키움전서 5-4로 앞선 12회말에 마운드에 올랐으나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네 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패스트볼 최고 147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많이 섞었으나 키움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김혜성의 경우 슬라이더를 잘 잡아당겼다. 실투가 많지 않았고, 키움 타자들이 잘 대응했다고 봐야 한다. 단, 옛날 오승환이라면 공 자체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에 가운데로 몰려도 먹힌 타구가 많았다. 그러나 이젠 그런 모습이 없는 걸 보면, 세월을 실감하게 한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이종열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으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얻어맞는다고 지적했다.

오승환이 올 시즌을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치면, 4.50의 2010시즌 이후 13년만의 불명예다. 어쩌면 2009년 4.83을 넘어 커리어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오승환의 올 시즌 월간 평균자책점은 4월 4.50, 5월 3.65, 6월 5.06, 7월 6.43이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9년과 2010년은 오승환의 건강이 정상이 아니었다. 오승환은 2009년과 2010년에 어깨 및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2010년에는 단 16경기만 뛰고 시즌아웃됐다. SK와의 한국시리즈서 극적으로 복귀했으나 스윕패를 막지 못했다.

오승환 커리어에서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1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2005년 데뷔와 동시에 2008시즌까지 그랬고, 화려하게 부활한 2011년에는 47세이브와 함께 평균자책점 0.63을 찍었다. 2점대 평균자책점도 일본과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020년(2.64)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3.02를 찍더니 올해 실질적으로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낸다. 오승환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2.06이다.

오승환이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다고 해서 그간의 업적이 폄하돼선 안 된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건 확실하다.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앞으로 누가 달성할 수 있을까. 언제 은퇴해도 레전드로 기억될 것이다.

만 41세. 끝이 서서히 보이는 건 사실이다. 가왕이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면 좋을 텐데, 역시 야구도 인생도 마음대로 안 풀린다는 걸 보여준다. 오승환이 28일 고척 키움전서 블론세이브를 범하자마자 고척스카이돔 3루 내야석의 삼성 팬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씁쓸한 현주소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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