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형 무인기 궂은 날씨 속 비행, 대내외에 기술력 과시

정영교.이근평.김은지 2023. 7. 2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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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열병식 무인기 시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인 지난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등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궂은 날씨에도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 등 신형 무인기를 열병식에서 공개하며 기술 수준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2년 전 북한이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무인기가 어느새 실체적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지난 27일 저녁 평양에서 열병식이 진행됐다고 28일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번 열병식에서 신무기 ‘깜짝 공개’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두 종류의 무인기와 핵무인공격정 ‘해일’이 잇따라 등장해 주목을 모았다. 특히 북한은 무인기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비행까지 선보였다. 조선중앙TV도 “샛별-4형과 샛별-9형이 김일성 광장 200m 상공을 비행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상엔 미군이 운용 중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중고도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유사한 무인기 두 대가 평양시내를 비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 무인기 외형과 무장도 글로벌 호크와 리퍼를 그대로 베낀 모양새였다. 샛별-4형과 9형이란 숫자도 RQ-4, MQ-9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기술력이 미 무인기를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핵어뢰로 불리는 ‘해일’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연합뉴스]
이날 기상 상황이 무인기를 띄우기에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행사 직전 소나기가 내린 것으로 보이는 등 사고 위험이 큰 상황에서도 낮은 고도로 비행을 강행한 건 그만큼 ‘북한판 글로벌 호크’와 ‘북한판 리퍼’의 기술력에 자신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실전 능력도 관심사다. 샛별-4형은 동체 앞부분 하단에 합성개구레이더(SAR)로 보이는 영상 수집 장치가 탑재된 것으로 보이고 샛별-9형엔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및 활공형 유도폭탄과 유사한 무기 체계가 날개 하부에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샛별-9형의 경우 이미 양산에 들어간 정황도 나타났다. 이번 열병식에서도 4대는 차량에 실려 나왔고 1대는 시험 비행에 나서 최소한 5대가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평가 또한 상당 부분 진척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무인공격정 ‘해일’도 이날 첫선을 보였다. 지난 3~4월 세 차례 시험발사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지만 실물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공개된 해일은 직경이 500㎜ 안팎인 통상 어뢰보다 배 이상 커 무인수중잠수정(UUV)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북한은 해일의 잠항 시간과 작전 거리를 늘리며 수중 핵 공격의 ‘은밀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엔 참석했지만 예상과 달리 연설은 하지 않았다. 연설은 강순남 국방상이 대신 맡았다. 외교가에선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의 입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기엔 외교적으로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대내외에 과시할 만한 경제·군사적 성과가 마땅찮은 현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북한은 오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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