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전후 상황은 무시”…주호민에 고소당한 특수교사 경위서 보니

이준혁 2023. 7. 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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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아들이 학대당했다며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과 과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해당 교사가 작성한 사건 경위서가 온라인상에 공개됐다.

(사진=주호민씨 인스타그램)
27일 자신을 특수학급 교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주씨에게 고소당한 특수학급 교사가 작성한 경위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경위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일 주씨 아들 A군이 통합학급에서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해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가 됐다.

피해 여학생 부모는 애초 A군의 강제 전학과 분리 조치를 원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보고 대신 통합시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개별화교육지원팀은 회의를 거쳐 특수교사 지원을 최대한 A군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또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방안을 채택하면서 학교폭력 사건은 종료됐다.

이후 주씨가 A군 가방에 녹음기를 넣고 등교시켜 녹취한 날은 지난해 9월 13일이다.

해당 특수교사는 “‘부메랑’이라는 단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강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받침이 들어간 받아쓰기 급수 교재 10문장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는 표현을 알려주기 위해 A군의 행동을 예로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이 말과 함께 이 행동 때문에 (A군은) 친구들을 못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하고자 했을 뿐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녹취 당일 A군은 수업 시간 중 앞 강당에서 나는 음악 소리를 듣고 계속해서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해당 교사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단오한 어조로 ‘나갈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면서 “학생에게 ‘안됨’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검찰에 기소됐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교사가 한 발언은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교사는 “교실로 가려는 학생을 말리면서 반복적으로 학생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한 사실은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A학생을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학생을 막아 학교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 녹취 후 지난해 9월 18일 주씨 부부가 해당 교사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주씨 부부가 이를 다시 취소했다.

이튿날 해당 교사는 A군 담임으로부터 학부모가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정확이 포착됐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달받았고,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사실도 추후에 알게 됐다.

지난해 9월 21일 해당 교사는 경찰 통보로 A군 부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됐다. 두 달여 뒤 경찰 조사를 받고 현재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해당 교사는 “녹음기에 녹음되지 않은 앞뒤 상황들은 모두 무시된 채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다른 직업군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저도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인지라,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사안들을 특수교사 개인이 오롯이 떠안고 처리하는 과정 속에서 순간적으로 지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경기 용인시의 초등학교 한 특수교사가 지난해 9월 주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주씨는 전날 자신의 SNS에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다”며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달려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준혁 (leej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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