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m 하이다이빙' 최병화, 첫 출전 최하위로 마감…"살아있으니 다행"
아파트 10층 높이인 27m에서 몸을 던지는 수영 하이다이빙 국가대표 1호 최병화 선수가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4차 시기까지 무사히 입수를 마쳤습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종목 가운데 가장 위험한,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경기해야 하는 하이다이빙 종목에서 의미있는 첫 도전에 나선 최병화는 일본 후쿠오카 모모치 시사이드 파크에서 열린 하이다이빙 남자부 27m 경기 3·4차 시기에서 113.10점을 추가해 1∼4차 시기 합계 187.50점으로 출전 선수 23명 가운데 23위를 기록했습니다.
최병화는 최하위로 경기를 마친 뒤 "무척 만족스럽다. 처음에 여기 와서는 부담도 아주 크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사실 지금 수행한 4차 시기 기술은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 난도다. 후쿠오카에 와서 처음 시도한 기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4라운드를 마치고, 아직 살아 있으니 만족한다"며 웃었습니다.
최병화가 4라운드에서 보여준 기술은 '뒤로 서서 3바퀴 돌면서 마지막에 반 바퀴를 틀어서 입수하는' 난도 3.8짜리 연기입니다.
3라운드에서 펼친 난도 3.4의 '앞으로 서서 3바퀴 돌며 마지막에 반 바퀴 틀어서 입수'하는 동작과는 다이빙대를 출발할 때만 반대고 나머지는 동일합니다.
최병화는 "3라운드 경기를 잘 마치니까 4라운드를 앞두고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사실 어제도 훈련할 기회는 있었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이 쌓인 상황이라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하루 쉬었다. 대신 영양 섭취 잘하고 푹 쉬고 충분히 마사지하고 명상하면서 교감 신경을 내려놓고 집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병화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종목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그래야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제가 진짜 살아 있는지, 반쯤 살이 있는 건지 확인하려면 다이빙대에 올라가야 한다. 4라운드까지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하이다이빙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훈련할 장소조차 마땅치 않고, 정규 규격인 10m 플랫폼 다이빙대조차 쓰기 어렵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인천시체육회의 도움으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훈련했던 최병화는 "불타는 의지는 있어도, 훈련할 여건이 없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최병화는 "제가 한국 최초 하이 다이버가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저 하이다이빙을 하고 싶어서 했는데 저보다 먼저 한 선배가 없었을 뿐"이라며 "한참 시간이 걸리겠지만, 누군가가 하이다이빙을 꿈꾼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최병화의 할아버지인 고 최윤칠 육상연맹 고문은 1948년 런던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38㎞ 지점까지 선두로 달리다 근육 경련으로 기권했지만, 1954년 마닐라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육상 1,500m에 출전해 한국 선수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이 남긴 '중요한 건 승리가 아니라 참갑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승리의 환희가 아닌 투쟁'이라는 명언을 할아버지로부터 듣고 자란 최병화는 이 문구를 자신의 왼쪽 허벅지에 문신으로 새겼습니다.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세계선수권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하이다이빙은 원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출발해 지금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됐고,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습니다.
최병화는 "할아버지를 이어 올림피언이 된다면 무척 영광이겠지만, 올림픽이 목표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은 국민이 종목을 알아만 주시면 좋겠다. 저는 이제 시작했으니 점점 발전할 거고, 나중에는 진짜 경쟁력 있는 하이다이빙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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