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명백한 국정농단 사례”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반대하고 있어 국정조사가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이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해 소속 의원 168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75명)이 요구하면 제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대통령 처가 토지가 위치한 경기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경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후 신규 노선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제반 절차에 대한 의혹, 대통령 처가 등이 양평군 내 토지를 취득한 경위 및 목적, 사업 확정 및 노선 변경 관련 불법 개입 의혹, 2023년 5월8일 강상면 종점안 최종 발표 이후 국토교통부 및 한국도로공사 등의 사업 변경 관련 자료 파기 여부 등을 조사 대상으로 담았다.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 비율대로 18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꾸리도록 했다.
민주당은 요구서에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 처가 토지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국정농단이라는 비판에 대해 ‘야당의 거짓 공세가 계속되면 사업을 재추진할 수 없다’며 위법적 협박성 발언만 거듭하고 있어 진실규명 노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명백한 국정농단 사례”라며 “국민들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리고 원안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끊임없이 불필요한 거짓말, 거짓 해명,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국정조사에 관한 사항을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의장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상임위원회를 지정한다. 이에 따라 구성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제출한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국정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여당이 거부할 경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에 따라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빼고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민주당은 원 장관의 적반하장 식 태도를 문제 삼으며 여당에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 장관은 (전날 국토위 전체회의에) 합리적으로 해명을 하러 나온 게 아니라 야당과 싸우기 위해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장관이 아니라 정치인 원희룡의 모습이었다”며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해 정말 떳떳하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정상화시킬 의지가 있다면 국정조사에 반드시 응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의당도 국정조사 추진에 힘을 보탰다. 국토위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산하 노선조사위원회 설치,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사업 재개 선언, 김 여사 일가의 강상면 일대 토지 백지신탁에 준하는 수준의 처분을 요구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같은 요구를 내세우며 “여당이 당당하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일 거부한다면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국정조사를 통한 전면 조사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민주당이 요구하면 언제든 상임위를 열어 충분히 질문하고 논의할 장을 열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 사업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엔지니어링 회사를 잠깐만 불러서 물어보면 충분히 해소될, 의혹같지 않은 의혹을 15시간 넘게 반복하며, 말꼬리만 잡은 게 민주당”이라며 “의혹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문가 검증과 주민 의견에 근거한 최선 방안 추진에 협조하십시오”라고 썼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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