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전후 상황 무시됐다” 주호민에 고소당한 특수학급 교사 경위서 보니

김자아 기자 2023. 7. 2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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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주호민 /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있는 9세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특수학급 교사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동료 교사들이 해당 교사가 작성한 사건 경위서를 공개하는 등 동료 변호에 나섰다.

27일 자신을 특수학급 교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주호민에게 고소당한 특수학급 교사가 작성한 경위서를 공개했다.

해당 경위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9월5일 통합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통합학급 수업 도중 A군(주호민 아들)은 갑자기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했고,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아 등교를 거부하며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가 됐다.

피해 학생 부모는 애초 A군의 강제 전학과 분리 조치를 원했지만, 해당 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통합시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를 통해 특수 교사의 지원 시간을 최대한 A군에게 배정하고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자는 방안을 채택했고, 해당 학교폭력 사건은 종료됐다.

녹취가 된 날은 지난해 9월13일이다. 해당 교사는 “‘부메랑’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학습 동영상을 집중해 볼 수 있도록 강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받침이 들어간 받아쓰기 급수 교재 10문장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업 중 피해 학생에게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과 함께 추가로 이 행동 때문에 A군은 친구들을 못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한 것일 뿐,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었음을 맹세한다”고 주장했다.

기소된 내용에 대해서는 “녹취가 됐던 날에 A군은 특수 학급 수업 시간에 앞 강당에서 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수업 중에 교실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특수교사는 그런 A군을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수업 중 교실을 나갈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단호한 어조로 나갈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며 “학생에게 안됨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검찰에 기소됐다”고 했다.

당시 이 교사는 A군에게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의 표현을 썼다. 교사는 “교실로 가려는 학생을 말리면서 반복적으로 학생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A학생을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학생의 교출을 막아 학교 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A군 학부모 측은 같은해 9월18일 교사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했다. 교사는 “면담 일정을 잡았으나 학생의 부모님이 다시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틑날 해당 교사는 A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A군 부모가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달받았다. 추후 A군 부모가 A군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사실도 알게됐다고 한다.

같은해 9월21일 해당 교사는 경찰 통보로 A군 부모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됐고, 그해 11월 21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현재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교사는 “녹음기에 녹음되지 않은 앞뒤 상황들은 모두 무시된 채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직위해제 봉보를 받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른 직업군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저도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인지라,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사안들을 특수교사 개인이 오롯이 떠안고 처리하는 과정 속에서 순간적으로 지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경기 용인시의 초등학교 특수교사 B씨가 지난해 9월 주호민으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이에 주호민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다”며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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