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 "韓 금융사 최초 영업점 강점, 열도 리테일 시장 공략"

도쿄(일본)=이남의, 박슬기 기자 2023. 7. 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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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新금융패권 시대-1.한일 해빙무드, 열도 물들인 'K금융'⑩] 같은 자리서 55년 영업 '자부심'

[편집자주]한·일 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면서 양국의 경제협력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보수적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금융시장이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오사카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캐시리스 결제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걸었고 역대급 엔저에 일본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의 '피난처'로 급부상했다. 디지털금융을 무기로 내세운 한국 금융회사는 열도에서 선진 금융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한다.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리는 도쿄에서 금융 주역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K-금융의 위상을 높인다. 6월말 35도를 웃도는 도쿄의 무더위 속에서 K-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는 이들을 만났다.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사진=이남의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⑧ 김인열 KB국민은행 도쿄지점장 "대출 5년만에 8배↑… 연내 10억달러"
⑨ "아따라시이 깅유" SBJ은행, 한국계 유일한 일본법인… 주택론 강화
⑩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 "韓 금융사 최초 영업점 강점, 열도 리테일 시장 공략"
일본은 자국 우선주의가 강한 국가다. 더욱이 일본인이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본계 은행의 경우 개인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모기지론에 강점이 있지만 투자 목적 부동산에 대한 개인대출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지난 6월27일 오후 일본 금융 경제의 중심지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 신고쿠사이 빌딩에서 만난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은 "일본계 은행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갖고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리테일(소매금융) 부문 현지화를 강화하고 있다"며 "투자 목적 부동산에 대한 개인대출 취급을 통해 현지 리테일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라쿠초역에서 내려 5분정도 걸으면 친근한 한글 글씨로 '하나은행 동경지점'이 써진 간판이 고객을 맞고 있었다. 하나은행 도쿄지점 영업창구에선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며 고객 응대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올 1월 도쿄지점에 다시 부임한 정봉규 지점장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 지점장은 "대출자산은 주로 한국계 기업 현지법인에 대한 대면 영업과 일본 내 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IB(기업금융)로 증대하고 있다"며 "일본계 기업에 대해선 수출입거래 유치에 주력하면서 대출자산은 신디케이션론 참여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했다. 신디케이션론은 최소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기업이나 국가 등에 융자하는 일종의 중장기 집단대출을 말한다.


올해 영업익 2000만 달러 목표


하나은행 도쿄지점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9억6900만달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800만달러로 1950년 개점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기업영업과 리테일의 순이익 비중을 보면 9대1로 구성돼 있다.

정 지점장은 "1967년 개점 당시 재일교포에 대한 금융지원이 그 목적이었다면 현재는 재일교포 주류가 3~4세로 옮겨지고 있어 리테일 금융은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며 "반면 일본에서의 한류 붐과 그에 따른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인해 한국 대기업을 필두로 많은 한국계 기업이 현지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기업금융의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 지점장은 올해 도쿄지점의 영업이익 목표치를 2000만달러로 잡고 있다. 그는 "6월21일 기준 미국 달러 환산율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약 6.3% 급락한 엔저 현상에 따라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올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약 2억7000만엔(약 200만달러)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은 10년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고착화된 일본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0.5~0.6% 수준으로 국내 본점을 통해 상당 부분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으로선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우량 IB 딜(Deal·거래)과 일본계 우량기업에 대한 거래 기회가 제한적이다.

초 저금리를 이용한 일본 메가뱅크의 한국 대기업 현지법인에 대한 공략이 강화되고 있어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던 정 지점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마음으로 직접 발로 뛰었다

정 지점장은 "올 1월 도쿄지점에 부임하기 이전 국내 A사가 일본에 신규사업을 진출하고자 한다는 정보를 얻고 직접 해당 회사를 방문해 도쿄지점 거래를 요청했다"며 "이후 도쿄지점에 부임해 1월부터 4월까지 A사의 현지법인 설립과 계좌개설, 자본금 수령과 거액의 기업대출 신규까지 모든 과정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며 금융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사는 향후에도 일본 내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거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기업의 일본 진출을 초기 단계부터 지원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지점 함께 성장하는 재일지점으로 도약


정 지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6월15~18일 일본 치바현에서 개최됐던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2023 골프대회가 성료한 것을 꼽았다.

그는 "본 대회 시작에 앞선 프로암 행사에 도쿄지점의 성장에 도움을 준 고객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한국 본점의 골프대회 주관부서와 도쿄지점 32명의 모든 직원이 단합해 대회를 성공적인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는 2008년 외환은행 시절 한중투어로 시작된 대회를 2018년 한중일 동북아로 확대해 부활시킨 골프대회로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양국 단체 상위 선수 각 65명, 대회조직위원회 추천 14명 등 총144명의 정상급 선수들이 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했으며 명승부 끝에 한국의 양지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정 지점장은 "역대 최초로 KPGA와 JGTO(일본골프투어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해 하나금융그룹 주최로 일본에서 개최한 최초의 골프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대회로 일본에서 당행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 기회가 됐고 ESG 측면에서 하나금융그룹이 당점이 소재한 일본에 공헌할 수 있었다 점에서 매우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최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2023 시상을 위해 도쿄지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도쿄지점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존의 방식이 아닌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우량자산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도쿄지점만이 아니라 오사카지점·후쿠오카지점과 함께 성장하는 재일지점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지점장은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쿄지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 지점장은 "일본은 빠르게 무언가를 바꾸거나 변화하지 않는 나라이고 지점의 직원들도 일정 부분 그러한 보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하나은행 도쿄지점이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설립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점인 만큼 직원들이 해당 점포의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은 간직하면서도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본 내 최고 외국계 은행이라는 보다 큰 목표를 가지고 지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도쿄지점 전경./사진=이남의 기자


55년 역사 하나은행 도쿄지점은?


하나은행 도쿄지점은 한·일 간의 긴밀한 경제교역 관계와 당시 60만명에 달하는 재일교민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1950년 6월5일 당시 금융통화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조선은행 도쿄지점으로 1950년 6월7일 개설됐다.

한국 금융사 최초의 해외영업점이다. 이후 1967년 1월30일 한국외환은행 발족을 통해 현재의 도쿄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의 같은 주소, 같은 건물 안에서 약 55년 영업 중이다.

현재 하나은행 도쿄지점의 총인원은 32명이다. 이 중 주재원 5명, 현지 직원 2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지 직원은 한국 출신 40%, 일본인 30%, 재일교포 30% 등으로 분포돼 있다.

하나은행은 일본에 도쿄지점, 오사카지점, 후쿠오카지점 등 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행내에서는 이를 합해 재일지점이라 부른다. 현지법인이 아닌 한국계 은행 중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복수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은 지점장 이외에도 하나은행 재일지점 대표직을 겸하고 있으며 최소 분기에 1번은 직접 오사카지점과 후쿠오카지점을 방문해 주재원,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금융감독기관인 금융청의 하나은행 임점검사를 3개 지점이 협력해 무사히 수검했으며 은행 내 새로운 뱅킹시스템 도입 등에도 재일지점으로 공동으로 대응한 바 있다.

도쿄(일본)=이남의, 박슬기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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